[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영준 국방대학교 교수가 15일 오후 서울역 인근 카페에서 진행된 천지일보와의 인터뷰 자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5.1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영준 국방대학교 교수가 15일 오후 서울역 인근 카페에서 진행된 천지일보와의 인터뷰 자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5.15

김영준 “북한 도발, 美 계산범위 내”

“북미, 전략적 지연 합의 있었을 것”

“늦어도 美 차기 대선 때 3차 회담”

“트럼프, 北 이해관계와 맞아떨어져”

“文정부, 침묵 자체도 또 다른 옵션”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최근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도발은 북미 간 비핵화 협상 교착상태를 타개할 수 있는 탄력 촉진제이지 장애물은 아니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는 한반도 비핵화의 여러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시적 위험일 뿐 큰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김영준 국방대학교 교수는 17일 오후 서울역 인근 카페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북미 간 답보상태가 장기화 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무력시위를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변했다.

김 교수는 “북한의 도발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어 나쁜 상황은 아니다. 자기의 업적을 더 쌓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서 “왜냐면 향후 북한과 핵 협상이 타결된다면 어려운 일을 해냈다는 면에서 더 많은 박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논리를 폈다. 그러면서 “나아가 북한이 핵실험을 해도 괜찮다. 아니 해도 된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이런 해석의 배경으로 하노이 회담이 결렬됐지만, 이후 양 정상의 우호적인 발언 등을 볼 때 전략적 측면에서 비핵화 시점에 대한 암묵적 합의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북미 간 상대방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도 일정한 선을 넘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 교수는 “현재 북미 양국은 비핵화 협상을 두고 지연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노이협상 결렬 후) 양 정상이 밝은 모습으로 헤어졌고, 북한도 70년 외교사에서 미국을 향해 쏟아냈던 강력한 비난이 없었다”며 “이러한 (전략적 지연) 전략에 대해 양국 간 일정부분 합의가 오갔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최근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미국의 반응은 이 같은 추론을 더욱 가능케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북한의 단거리미사일 발사가 일반적인 것이었다”면서 “신뢰 위반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당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북한이 협상으로 복귀할 수 있는 문이 여전히 열려 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한반도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트럼프의 전략은 미국 국내 정치 상황과 맞물려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 다시 말해 미국 내 정치 지형이 비핵화 협상 시점에 있어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이다.

김 교수는 “트럼프에게 있어 최고 관심사는 재선에서 승리하는 것”이라며 “정치적 상황에 따라 북한 카드를 활용하는 시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해석했다. 북한과의 핵문제 해결이 트럼프의 정치적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카드이기 때문이다.

“3차 정상회담이 빠르면 연말에, 늦어도 대선국면 중에 열릴 가능성이 있다. 다만 (트럼프 입장에서는) 재선 가능성이 제법 높아질수록 북한 카드를 빨리 쓰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트럼프 지지율이 오차 범위에서 치열하면 필요할 수 있지만, 만약 여유롭게 이긴다는 내부 판단이 서면 북한 카드는 더 늦춰질 수 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정치인들에게는 선거가 중요하기 때문에 보통 선거 타임테이블을 앞에 두고 외교적 업적을 매치하려고 한다. 마치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경제정책을 발표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어떻게 나오든 자국 내 정치적 상황에 따라 비핵화 협상시기를 택하는 일만 남았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 시점과 관련해선 “6개월 빨리 하든, 1년을 늦게 하든 중요한건 트럼프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트럼프의 전략이 북한의 이해관계와 맞아떨어졌다는 해석도 더해졌다.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의 장기집권 플랜과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을 막기 위해서는 트럼프의 재선이 유리하다는 계산에서다.

김 교수는 “90년대 ‘고난의 행군’ 등 최악의 아사를 겪기도 한 북한의 경우 경제 상황이 좋았던 적이 없었다. 6개월 후든 1년 후든 언제 미국과 합의를 해도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다”면서 “또한 트럼프의 재선이 북한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추론했다. 그러면서 “만일 트럼프가 재선에 실패하고 민주당 정권이 들어선다면 판이 깨지고 모든 것을 갈아엎어야 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를 향해선 완급조절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전체적인 과정을 보면 큰 그림상으로는 방향이 맞는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가 너무 조급하다. 사건 하나하나에 일일이 대응하면서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다. 이어 “트럼프 전략을 이해하고 있다면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는 없다”며 “북미가 숨고르기에 들어갔을 때 조용히 있는 것도, 즉 침묵 자체도 일종의 옵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전략적 침묵을 하는 것도 좋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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