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제재 위반 혐의로 미국 정부에 압류된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Wise Honest) 호가 11일(현지시간) 미국령 사모아 수도 파고파고 항구에 도착했다. (출처: 뉴시스)
대북 제재 위반 혐의로 미국 정부에 압류된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Wise Honest) 호가 11일(현지시간) 미국령 사모아 수도 파고파고 항구에 도착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북한이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Wise Honest)’호의 압류에 대해 이례적 유엔 기자회견을 자처하며 여론전에 나섰다. 미국 정부는 유엔 차원의 대북제재 유지 원칙을 고수하하는 동시에 유엔 회원국들의 제재 이행을 강조하며 대북 압박으로 대응하는 모양새다.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는 21일(현지시간) 미 뉴욕 유엔본부 브리핑룸에서 약 15분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골자는 지난 14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 등을 통해 내놓은 주장과 같았다. 미국 정부가 압류한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호를 즉각 반환하라는 것으로, 새롭게 더해진 내용은 없었다.

김 대사는 대북제재에 대해 ‘일방적 제재’라고 여러 차례 강조하기도 했다.

화물선 반환 요구를 계기로 대북제재 전반의 부당하다는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차원의 회견으로 관측된다.

회견 전 북한은 이미 수위가 가장 높은 형식인 외무성 대변인 담화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낸 서한으로 긴급 조치를 촉구하며 미국의 압류 조치를 비난해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 대사는 발언 후 질문을 받겠다고 했지만 정작 질문이 쏟아지자 “다른 질문들과 관련해서는 우리의 입장을 설명하기 위한 회견 기회가 또 있기를 바란다”면서 와이즈 어니스트호 압류에 한정된 질문에 대해서만 답변을 내놓았다.

김 대사는 또 “모든 것은 미국에 달려있다”면서 “우리는 미국의 반응을 예리하게 지켜볼 것”이라고 거듭 대미 압박성 발언을 이어갔다.

미국 정부는 북한측 요구에 대해 ‘대북 제재’라는 기존 입장에 변한이 없다고 재확인하면서 북한의 이날 요구를 사실상 일축했다. 북한의 여론전 시도에 미국 역시 국제적 대북압박 전선의 이완을 차단하기 위해 유엔 회원국들의 제재 이행도 강조했다.

이날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21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결정한 대로, 국제적 (대북) 제재는 유지될 것이고 모든 유엔 회원국들에 의해 이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말한 대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약속을 지킬 것으로 믿는다”면서 “미국은 이 목표와 관련해 추가 진전을 이루기 위해 북한과의 외교 협상에 열려 있다”고 덧붙였다.

협상 재개 가능성을 내비치면서도 북한의 페이스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점을 명확히 밝혀 선박 압류를 둘러싼 북미 간 긴장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와이즈 어니스트호는 북한과 시에라리온 국적으로 이중 등록된 선박으로, 미국 법무부는 지난 9일 이 선박이 북한 석탄을 불법 운송하는 데 사용됐다며 국제 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압류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미 법무부의 북한 선박 압류는 전례 없는 조치다. 북한이 발사체를 발사한 후 약 9시간 만에 압류 조치가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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