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현장] ‘독재자’ 공방 열 올리는 여야… 국회정상화는 눈속임?
[정치현장] ‘독재자’ 공방 열 올리는 여야… 국회정상화는 눈속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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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안현준 기자] (왼쪽부터) 바른미래당 오신환,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국회 정상화 방안 논의를 위해 ‘호프타임’ 회동을 갖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천지일보 2019.5.20
[천지일보=안현준 기자] (왼쪽부터) 바른미래당 오신환,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국회 정상화 방안 논의를 위해 ‘호프타임’ 회동을 갖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천지일보 2019.5.20

‘호프 회동’선 “정상화 필요”

하루 만에 서로 ‘독재’ 난타전

감정 골 깊어져… 협치 난망

“정상화 주장은 꼼수 불과”

[천지일보=김수희 기자] 여야가 21일 국회 정상화의 필요성을 한목소리로 외치면서도 서로를 겨냥해 ‘독재자’ 공방에 열을 올리는 등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행태는 여야 3당 원내대표가 지난 20일 ‘호프 회동’을 통해 국회 정상화를 위한 해법 마련에 공감대를 이룬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여야가 ‘입 싸움’에 몰두하는 것을 두고 일각에선 내년 총선을 겨냥한 기싸움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여야가 국회 정상화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것은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피하기 위한 전략일뿐이라는 시각이다.

실제로 이번 호프 회동을 통해 국회 정상화의 첫발을 내딛었다는 평가가 우세하지만, 내년 총선을 앞둔 여야가 남은 20대 국회에서 얼마나 협치를 이룰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앞서 문 대통령이 국회 정상화를 위해 여야 5당 대표와의 회동을 제안했지만 ‘독재자’ 발언으로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서 이마저도 물 건너가는 모양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9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5.1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9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5.18

◆‘진짜 독재자는 너’… 깊어지는 감정의 골

당초 자유한국당은 청와대와 여당을 겨냥해 ‘좌파 독재’라는 프레임을 씌워 비판해왔다.

여기에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이 사실상 자유한국당을 ‘독재자 후예’로 규정하는 등 작심 비판을 쏟아내면서 ‘독재자’ 공방에 불을 붙였다.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앞서 여야 4당은 자유한국당에 5.18진상조사위 출범과 ‘5.18 망언’으로 논란이 된 한국당 이종명·김진태·김순례 의원에 대한 징계를 거듭 촉구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기념식에는 예정대로 참석하되 징계절차에 대해서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행사에) 갔다 와서 가급적 이른 시간 안에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황 대표가 참석한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기념사에서 ‘독재자 후예’를 꺼내들었다.

문 대통령은 “아직도 5.18을 부정하고 모욕하는 망언들이, 거리낌 없이 큰 목소리로 외쳐지고 있는 현실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나 부끄럽다”며 징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5.18 망언’을 겨냥했다.

이어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5.18을 다르게 볼 수 없다”고 말해 5.18 망언 의원 징계를 미루고 있는 자유한국당을 염두에 둔 발언을 내뱉었다.

이에 황 대표는 기념식 후 사흘만인 21일 “(문 대통령이) 진짜 독재자 후예의 대변인 짓을 하고 있다”며 반격에 나섰다.

그는 “이 정부가 저희를 독재자의 후예라고 하는데, 진짜 독재자의 후예는 김정은 아닌가”라며 “진짜 독재자의 후예에게는 말 못하니까 문 대통령이 (북한) 대변인 짓을 하지 않는가”라고 맹비난했다.

한국당 전희경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협치니, 대화니 하는 말은 허울일 뿐 여전히 대통령에게 야당은 척결대상 독재의 후예들이란 말인가”라며 “진짜 독재의 후예와 세계에서 가장 거리낌 없이 잘 지내는 대통령이 아닌가”라고 비난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다.

그러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도둑이 제 발 저린 격”이라고 지적하며 문 대통령 엄호 사격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논평에서 “아무도 자유한국당과 황교안 대표를 콕 집어 ‘독재자의 후예’라고 말한 적이 없는데 ‘도둑이 제 발 저린 격’ 아니고서야 무엇이 그리 억울해 못 견디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황 대표가 ‘독재자의 후예가 아님’을 증명하고 싶다면,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역사인식을 천명하고, 5.18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적극 동참하면 될 일”이라고 덧붙였다.

당 대변인뿐 아니라 민주당 이해찬 대표도 “적반하장격”이라며 가세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 보좌진 협의회 체육대회‘에서 “자유한국당이 우리를 보고 독재세력이라고 적반하장격으로 말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제 우리가 역사의 주체가 돼서 이 나라를 이끌어가야 한다. 민주당 없이는 이 나라의 민주주의가 굳건히 발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천지일보=신창원 기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8일 오전 광주시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9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지역 시민단체 등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천지일보 2019.5.18
[천지일보=신창원 기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8일 오전 광주시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9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지역 시민단체 등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천지일보 2019.5.18

◆여야, ‘국회정상화’엔 한목소리… 여론 의식한 전략?

전날 호프회동을 가진 여야 3당 원내대표는 연일 민생·경제를 입에 올리며 ‘국회 정상화’를 외치고 있지만 간극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시급한 민생경제 상황을 생각하면 국회에 허락된 시간이 많지 않다”며 “야당 원내대표들이 국민을 위해, 국회 정상화를 위해 통 크게 결단해 줄 것을 호소드린다”고 강조했다.

이는 6조 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를 고리 삼아 자유한국당의 복귀를 촉구한 것이다.

하지만 나경원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정상화에 대한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고 역으로 압박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 원내대표를 만나) 적어도 민주당이 입장 표시를 해야 한다고 했고, 패스트트랙 법안을 처음부터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성과를 내야 하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권력기관 개혁법안을 처음부터 논의하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격렬한 대치 속에 감정의 골이 깊어진 상황”이라며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회정상화를 위한 활로를 모색하는 정치권 상황에 대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총력전에 들어선 여야가 여론을 의식해 벌이는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본지 기자와의 통화에서 “총선 총력전에 대한 국민의 시각을 다소 완화시키기 위한 전략의 일부에 불과하다”며 “싸우기만 하면 여론의 비판을 받으니까 국회에서는 서로 대화하려는 것처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정상화를 말하면서도 독재자 공방을 벌이는 것에 대해서는 “여야 모두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총력전을 펼치는 것”이라며 “독재와 독재의 프레임 싸움에서는 (권력을 잡은 여당보다) 야당이 우세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보니 강력한 워딩으로 (여당을) 독재 프레임화 시키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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