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실장 시인 

법무부 내에 설치된 검찰총장추천위원회가 오는 7월 25일부터 임기가 개시되는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를 마감한 상태에서도 검찰의 검경수사권 조정안 반대 기류는 여전하다. 문무일 총장이 여당과 소수3야당의 합의로 패스트트랙이 된 검경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문 총장이 인권 침해 방지 차원의 경찰권력 견제를 지적하자 청와대와 여당에서는 20일, 경찰 권한 남용과 비대화 우려를 막을 경찰개혁안을 발표하는 등 대책을 내놓았지만 검찰은 ‘곁다리’ 수준이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이 패스트트랙으로 국회에 계류돼 있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올해 안으로는 국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보이지만 검찰의 반발이 만만치가 않다. 문무일 총장을 비롯한 검찰에서는 조직과 권한의 축소를 우려하는 것이 아니라 통제장치가 없는 경찰권의 무한 확대가 자칫하면 국민의 인권침해 소지가 크기 때문에 반대 입장을 내놓고 검경개혁안에서 수사종결권을 갖게 되는 경찰에 대한 견제 장치를 거듭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은 검경 수사 조정안에 대해 상세히는 모르지만 지금까지 제도적으로 경찰을 통제해왔던 검찰 입장에서는 이번 조정안에 대해 크게 우려하면서 반발을 보이고 있다. 여당과 소수3야당, 그리고 청와대가 진행하고 있는 수사권 조정 법안이 검찰의 권한만 축소할 뿐 경찰 견제가 미약한 나머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즉 15만 경찰이 정보력을 갖고 전국 단일 조직으로 움직이고 있는 거대 조직이 수사종결권마저 가지게 될 경우 이 막강조직을 감시하고 통제할 장치가 없어 그 폐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검찰의 이 같은 주장이 어떻게 보면 패스트트랙에 올려진 검경 수사조정안이 그대로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검찰의 힘이 빠지게 될 것은 너무나 뻔한 일인데 이에 대한 걱정은 아닌 것 같다. 현재 한국경찰은 수사종결권은 없지만 막강한 조직과 정보력, 그리고 강력한 수사권한을 가지고 있다. 한정적이라 해도 구속영장 신청권, 10일 간 독자 구속권 등 인신 구속에 대한 권한에다가 피의자신문권, 대질수사권 등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강력한 수사권한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상태에서 검찰이 갖고 있는 수사종결권이 아무런 통제장치 없이, 또 경찰의 획기적인 개혁 없이 경찰에게로 넘어간다면 인권침해 문제가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국민은 과거 군사독재 시대의 경험을 통해 경찰의 인권침해 사례를 수없이 보아왔고 또한 분노해왔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자리잡게 된 민주항쟁, 그리고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된 경찰의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이다. 서울대 민주화추진위원회 사건으로 수배된 박종운의 소재를 확인하기 위해 경찰 대공수사관들은 1987년 1월 14일 새벽 서울대생 박종철 열사를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로 연행했고, 옷을 모두 벗긴 채 물고문을 가해 끝내 사망에 이르게 했다. 문제는 경찰권력에 의한 고문치사였지만 이를 둘러싸고 더 큰 음모가 진행됐으니 당시 강민창 치안본부장(현재 직위는 ‘경찰청장’으로 격상)이 “책상을 ‘탁’ 하고 치니 ‘억’ 하고 죽었다”며 경찰의 가혹 행위가 없었는데도 쇼크사했다는 거짓 발언이었다.

경찰이 쇼크사라고 검찰에 허위보고했지만 당시 검찰 부장검사가 청와대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부검을 진행하고 원칙대로 일을 처리해 그 진상을 밝히는 데 기여했다. 만약 당시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갖고 있었다면 이 사건은 경찰 의도대로 쇼크사로 끝났고, 진실은 영원히 묻어졌을 테고, 6월 항쟁도 없었을 것이다. 이러한 전제는 그만큼 검경의 수사조정권이 갖는 의미가 크고, 현재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서의 경찰에 주는 수사종결권을 쉽게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검경수사권 조정은 단순히 검경간 갈등 조장이 아니고, 또 갈등을 빚고 있는 청와대․여당과 검찰간의 문제도 아니다. 국민의 인권을 보장함에 있어 어느 체계가 가장 유리하고 적합한 것인지가 핵심이다. 그렇다면 인권 보장을 위한 법치국가적 통제 장치를 잘 마련해둬야 하는바, 현재 청와대·여당이 계획하고 있는 패스트트랙 안건으로서 올해 안 처리 방침이 중요한 게 아닌 것이다. 지금까지의 인권 침해사례, 제도적 장치 등을 종합고려해 완벽하게 마련돼야한다.

검찰과 경찰은 사법권을 행사하지만 임무의 근본과 조직운영의 출발이 다르다. 검사는 법률 적용의 정당성을 감시하는 공익 대표자로서 방대한 경찰조직을 통제해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도록 하기 위해 고안된 제도다. 하지만 경찰 본연의 성격은 사회질서 유지와 치안을 관장하는 기관으로서 속성을 지닌다. 두 기관의 업무 수행과정에서 부딪치는 요소들이 많을 수밖에 없는데 특히 ‘인권침해’ 문제는 국민 입장에서도 중차대하다. 검경 수사 조정은 조속히 해결돼야하겠지만 강력해지는 경찰 권력에 대한 견제와 남용방지책은 필수적으로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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