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구로구 구로동에서 주취자에 대한 여경의 현장 대처 능력이 도마위에 오르면서 여자경찰에 대한 논란이 심화되고 있다. 여당과 경찰은 여경의 현장 대처를 두둔하고 있고, 이에 반해 많은 네티즌들은 ‘여경 폐지’ ‘여경 무용론’ ‘여경의 체력개선 필요’ ‘젠더 논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반응을 나타내는 중이다. 경찰폭행 현장을 지켜보며 현장에 있었던 음식점 주인은 이번 사건에 대해 “여성 경찰, 그 정도면 잘했다”고 말했다. 무언가 말에 씨가 있는 듯 느껴진다.

많은 이들이 그 해당 동영상을 지켜봤지만, 여성 경장의 대처 능력은 분명 무기력해 보였다. 무언가 체력적으로 기능적으로 프로답게 범인을 제압하는 능력은 떨어져 보였기 때문에 많은 네티즌들이 고개를 갸우뚱했을 것이다. 물론 청와대 게시판에 등장한 “여경을 없애라”는 요구나 ‘여경 폐지론’은 납득하기 어렵다. 많은 여경들은 남성 경찰들이 해내지 못하는 다양한 업무들을 이뤄내고 있다. 가령, 여성 피의자, 피해자에게 대응하는 업무나 예민한 상태의 피의자와 대화를 부드럽게 이어가는 데도 여성 경찰관이 유리한 측면이 있다. 또한 일부 여경들은 능력과 실력을 겸비하고 오히려 남성 경찰과 동등한 근무와 경쟁을 통해 경찰 업무를 이행하려는 멋진 여경들도 많다.

어쩌면 일반인들의 뇌리 속에 박힌 여경에 대한 차별적 생각과 태도부터 우리가 바꿔야 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표창원 의원이 주장한 “처음부터 적합한 신체 조건을 뽑는 게 아니라 추후 체력은 훈련을 통해 갖추게 하는 것”이라는 말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결국 그런 마인드 때문에 여경의 현장 제압능력이 부족하거나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국민의 날선 비판이 있었다. 소방청도 올해 1월 더 전문적인 소방 현장업무를 이행하기 위한 방안으로 여성소방관의 체력기준 강화를 밝혔다. 소방청은 지금 체력기준은 여성이 남자의 60% 수준이라며 앞으로 80∼90%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경찰 역시 여경 선발 기준에서 더 이상의 논란을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비판이 되고 있는 완화된 기준을 정리하고, 체력기준 개혁이 필요해 보인다. 여경 스스로도 체력이 약해서 남경보다 업무 능력이 떨어진다, 여경 체력검정 기준이 너무 낮은데 여성들은 현 상태를 유지하려고만 한다 등 일반인들이 인지하고 있는 다양한 선입견들을 벗어나고 싶을 것이다.

미국의 경우 주마다 다르지만, 워싱턴의 경우 여경과 남자 경찰관이 모집부터 훈련, 임용, 근무 등에서 모두 동일하고 기동대 편성이나 순찰, 외근근무 등에서도 동일한 조건으로 근무하도록 되어 있다. 체력검정에는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2마일을 남자는 21분 내에 달리고, 여자는 25분 내에 달려야 하는 등 아주 근소한 차이만 보이고 있다. 팔굽혀펴기도 남자는 35회이지만, 여자는 15회씩을 요구하고 있다. 그만큼 미국도 강한 여자경찰을 원하는 것이다. 프랑스의 경우는 여경도 남자 경찰관과 동일한 과정을 이수하고 현장에 배치 받는다. 무거운 물건 들기는 남자는 40㎏, 여자는 25㎏을 들며, 팔굽혀펴기 남자 5회, 여자는 3회를 한다. 한국의 여경같이 프랑스 여경의 경우 초창기에는 주로 민원실, 여성청소년과, 가정폭력 등에 국한해서 업무를 담당했으나, 현재는 범죄 현장에서도 여경이 단단한 체력을 보여주며 전문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처럼 여경 비율을 15%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얼마만큼 신뢰하고 질적으로 개선된 여경의 모습을 국민은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경찰도 같은 경찰이라고 여경을 두둔만 하지 말고, 속히 모든 여경의 체력검사 방식을 수정하고 강한 여경을 통해 여경의 역할과 위상을 드높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남녀가 체력적으로나 젠더 측면에서도 같을 수는 없다. 그러나 같은 경찰이라는 비례의 원칙에서는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사회공공 질서의 유지를 위해서라도 이제는 더욱 강한 여경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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