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하노이 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핵시설 5곳을 해체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당시 확대 양장 회담을 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왼쪽 가운데)과 김 위원장(오른쪽 가운데). (출처: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하노이 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핵시설 5곳을 해체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당시 확대 양장 회담을 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왼쪽 가운데)과 김 위원장(오른쪽 가운데). (출처: 뉴시스)

협상결렬·교착 北책임 부각

5곳 불분명… 과장 가능성도

美, 추가 우라늄 농축시설 의심

[천지일보=이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에 이미 알려진 영변 외에 추가 핵시설이 있다고 언급하면서 이들 시설의 위치와 성격, 발언 의도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차 북미정상회담 당시 북한이 내놓은 핵시설 해체 범위가 미국의 요구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지만 5곳이라고 구체적인 숫자가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협상 결렬과 교착이 북한의 책임이라고 강조하면서 북미 간 긴장이 국내 정치적 부담으로 번지는 상황을 차단하려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발언했다. 그는 군사적 충돌 가능성까지 제기된 이란과의 긴장 고조에 대해 말하다 갑자기 북한에 대한 내용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차) 정상회담이 열린 베트남을 떠날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당신은 합의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며 “왜냐하면 그는 (핵시설) 1~2곳(site)을 없애길 원했다. 그렇지만 그는 5곳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2차 북미정상회담 당시 미국이 핵시설 5곳의 해체를 압박했지만, 북한은 영변과 풍계리 등 기존의 알려진 핵시설 해체만 고집해 결국 회담이 성과를 내지 못한 채 결렬됐다는 주장이다.

그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던 회담의 내막을 이같이 거론한 데는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회담 후 북미 협상이 교착되고 있는 상황의 책임을 북한에 돌리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 중국, 베네수엘라 등 여러 전선을 펼쳐 놓았지만 뚜렷한 결과가 없는 가운데 최근 단거리 미사일 발사로 대미 압박 수위를 높이는 북한이 자신의 재선가도에 방해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실험은 없었다(no test)’고 여러 차례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북한이 핵실험도, 미사일 시험발사도 중단했다며 자화자찬하던 예전과는 달리 ‘미사일 시험발사’라고는 확실히 언급하지는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한 ‘5곳’이 실제인지 대북 압박 차원에서 과장이 섞인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 발언에서 잘못된 수치를 거론하는 일이 잦았기 때문이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이들 시설의 위치와 성격은 어디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금껏 북한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핵시설은 영변과 풍계리 등 2곳뿐이지만, 미국이 나머지 시설 폐기까지 요구한 게 사실이라면 추가 핵시설 인정 여부가 향후 협상에 중요한 변수가 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5곳이 어디에 있는 어떤 성격의 시설인지 설명하지는 않았으나 핵무기 원료인 고농축우라늄을 만드는 우라늄 농축시설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나오지 않은 것(북한 핵시설) 중에 저희가 발견한 것들도 있다”면서 추가로 발견한 시설이 우라늄농축과 같은 것이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한 바 있다.

우라늄 농축시설 등이 위치한 장소로는 평양 외곽 천리마구역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강선 단지가 거론된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작년 7월 워싱턴 소재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를 인용해 북한이 영변 이외에 운영 중인 우라늄 농축시설은 ‘강성(송)(Kangsong)’ 발전소로 알려졌다고 전했고, 워싱턴포스트(WP)는 2010년부터 운영된 이 발전소의 이름을 ‘강선(Kangson)’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이 다른 용도의 시설을 핵시설로 오인했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지난 1998년에도 북한이 금창리에 지하 핵시설을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다음해 금창리를 방문한 미국 조사단은 ‘텅 빈 굴’만 발견한 바 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