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임시 거주지인 김포 LH아파트로 이주한 주민이 지원받은 쌀과 김치, 세제 등 생활필수품을 나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19일 123가구 1015명 이동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지난달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인천에 있는 찜질방에서 피란 생활을 해왔던 연평도 주민 1015명이 19일 경기도 김포에 마련된 임시거주지로 이동했다.

이날 임시거처에 도착한 주민은 각자의 짐을 배정받은 방으로 옮기거나 여러 단체와 기관으로부터 지원받은 쌀 김치 수건 세제 등의 생활필수품을 분주하게 날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에 입주한 연평도 주민 123가구는 각호별로 8~12명씩 배정돼  2달간 머물게 된다.

연평도 실제 거주민 1361명 중 186명은 섬으로 돌아갔고 나머지 인원은 인천시 등 수도권 지역에 있는 친인척 집에 얹혀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옹진군청 관계자는 “주민이 마음에 맞는 세대끼리 불편함을 감수하고 함께 생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고향을 두고 떠나온 연평도 주민은 계속된 낯선 피란 생활에 지친데다가 연평도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이 역력했다.

평생을 연평도에서 살아온 김수민(70) 씨는 “인천 연안부두에 가려면 길을 몰라서 못 가겠다. 길을 알아야 다니지…. 무슨 차를 타야 하는지도 모르겠다”며 바뀐 환경에 대한 불편함을 호소했다.         

인천에 사는 김 씨의 딸 임수민(45) 씨는 평생을 연평도에서 살아온 어머니가 북한의 연평도 도발에도 불구하고 고향을 그리워해 들어가고 싶어 하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임 씨는 “어머니가 노인이다 보니 바닷가에 가서 조개를 줍는 등 할 수 있는 일이 있어 들어가고 싶어 하지만 연평도 복구가 두 달 안에 힘들 것 같은 데다 찜질방 공기가 너무 안 좋아서 이곳으로 옮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포격 이후 무서워서 한 번도 연평도에 안 들어갔다는 김영희(53) 씨는 “내 집이 있는데도 이렇게 옮겨 다니는 신세가 돼 착잡하다. 아무리 새집이라도 내 집이 아니라 불편하다”며 새로운 환경에서 다시 시작한 생활의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최근 연평도 긴장상황에 대해 “정이 뚝 떨어졌다.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며 “연평도로 시집와서 30년 동안 재미나게 살았지만 이제는 낯선 이방처럼 느껴진다”고 한숨을 지었다.

이날 냉장고나 텔레비전 등 가전제품이 아파트에 설치돼 있지 않아 여기저기서 불만의 소리도 나왔다. 또한 식사를 준비할 식기류가 마련돼 있지 않아 도시락을 주문했지만 도시락이 모자라는 등 이를 나눠주는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와 주민 간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한편 이날 옹진군은 주민의 이주를 돕기 위해 45인승 버스 8대와 화물차 2대를 지원했고 21일까지 임시거주에 필요한 생활용품을 구매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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