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0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고(故) 장자연씨 사망 의혹 사건’의 재수사 권고 여부를 결정하는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과거사위) 회의가 열리고 있다.  ⓒ천지일보 2019.5.2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0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고(故) 장자연씨 사망 의혹 사건’의 재수사 권고 여부를 결정하는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과거사위) 회의가 열리고 있다.  ⓒ천지일보 2019.5.20

‘조선일보 외압’ 확인했지만

‘장자연리스트’ 실체규명 못해
성폭행 의혹 등 증거 확인실패
‘이종걸 명예훼손’만 수사 권고
13개월간 관련자 84명 조사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과거사위)가 ‘장자연 사건’에 대한 재수사 권고를 하지 않기로 했다. 수사가 미진한 부분도 확인했고 조선일보의 외압 의혹도 사실로 봤지만 결론은 ‘재수사 불가능’이었다.

과거사위는 20일 오후 2시 정부과천청사에서 대검찰청 검찰과거사 진상조사단으로부터 보고받은 조사 내용을 토대로 회의를 연 뒤 이 같은 최종심의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4월 고(故) 장자연씨 의혹이 조사 대상 사건으로 선정된 지 13개월여 만에 나온 결론이다.

과거사위는 먼저 장씨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문건의 내용은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내용 모두가 형사상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유력 인사들의 이름이 적혀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에 대해선 실물을 확인할 수 없고, 진술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진상규명이 불가능하다고 봤다.

과거사위는 “누가 리스트를 작성했는지, 어떤 관계에 있는 사람의 이름을 기재한 것인지, 리스트에 구체적으로 누가 기재됐는지에 대한 진상 규명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장씨가 소속사와의 불합리한 계약에 근거해 술접대 등을 강요받은 여러 정황에 대해선 사실로 인정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정한중 위원장 권한대행(오른쪽)과 문준영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위원이 20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고(故) 장자연씨 사망 의혹 사건’ 관련 최종 심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5.2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정한중 위원장 권한대행(오른쪽)과 문준영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위원이 20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고(故) 장자연씨 사망 의혹 사건’ 관련 최종 심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5.20

과거사위는 “기획사 대표가 소속 배우지망생 또는 신인 연기자에 대한 지배적인 권력을 폭력적으로 행사했다”며 이는 신인 연기자가 자신의 생명을 포기할 수밖에 없도록 한 주요 요인” 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술접대 강요가 있었다고 볼 만한 여러 사정이 있었음에도 막연히 장자연 문건의 내용이 모호하고 동료가 직접적인 폭행·협박을 당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며 “이는 수사미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과거사위는 초동 수사 과정에서 수첩, 다이어리, 명함 등이 압수수색에서 누락됐고, 통화내역 원본과 디지털 포렌식 결과 등이 기록에 편철되지 않은 점 등도 꼬집었다. 주요 증거의 확보 및 보존 과정이 소홀했다고도 봤다.

문건에 등장한 ‘조선일보 방사장’에 대한 심의 결과도 밝혔다. 과거사위는 “‘조선일보 사장 오찬’ 스케줄이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과 무관하다는 점에 치중한 채 수사를 종결했다”며 “‘방사장’이 누구인지, 장자연이 호소한 피해 사실이 있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수사를 전혀 진행하지 않았다”면서 이 역시 수사 미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정한중 위원장 권한대행이 20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고(故) 장자연씨 사망 의혹 사건’ 관련 최종 심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5.2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정한중 위원장 권한대행이 20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고(故) 장자연씨 사망 의혹 사건’ 관련 최종 심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5.20

특히 과거사위는 과거 수사 과정에서 조선일보 측이 경찰에 찾아가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선일보 측이 당시 수사 기록 등을 제공받았다는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진술이나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그 여부를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장씨와 관련된 성범죄 여부에 대해 과거사위는 이 사건을 직접 목격한 것으로 알려진 윤지오씨의 진술이 이중적인 추정에 근거하고 있어 직접적인 증거로 삼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윤씨의 진술만으론 성범죄가 실제 있었는지 알기 힘들고, 그 가해자, 범행 일시, 장소, 방법 등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또 과거사위는 “현재 공소시효 문제로 인해 수사가 개시되기 위해선 특수강간·강간치상 혐의가 인정되야 한다”며 “그러나 현재까지의 조사결과론 2인 이상이 공모·합동했는지, 어떤 약물을 사용했는지 등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수강간과 강간치상은 공소시효가 15년이다.

이에 따라 과거사위는 장씨 소속사 대표 김모씨가 이종걸 의원 명예훼손 사건에서 위증한 혐의에 대해서만 수사를 개시해달라고 권고했다.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과거사위는 ▲성폭력 피해 증거의 사후적 발견에 대비한 기록 보존 ▲디지털 증거의 원본성 확보를 위한 제도 마련 ▲증거 확보·보존 과정의 공정성 확보 방안 마련 ▲수사기관 종사자의 증거은폐 행위에 대한 법왜곡죄 입법 추진 ▲검찰공무원의 사건청탁 방지 제도 마련 등을 검찰에 권고했다.

과거사위는 “조사단이 이 사건 수사·공판기록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총 84명의 진술을 청취하는 등 광범위한 조사를 벌였다”면서도 “통화내역 원본, 디지털포렌식 복구자료 등을 확인할 수 없었고 주요 의혹 관련자들이 면담을 거부해 조사에 한계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고(故) 장자연씨. ⓒ천지일보 DB
고(故) 장자연씨. ⓒ천지일보 DB

‘장자연 사건’은 장씨가 2009년 3월 기업인과 유력 언론사 관계자, 연예기획사 관계자 등에게 성접대를 했다고 폭로한 문건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불거졌다. 이후 장씨가 성접대 요구를 비롯해 욕설과 구타를 당했다는 ‘장자연 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수사 요구에 직면했다.

당시 리스트엔 언론사 경영진 등을 포함해 재벌 그룹 총수, 방송사 프로듀서 등의 이름이 거론됐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수사 결과 장씨가 지목한 이들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관련 의혹은 끊임없이 이어졌고, 결국 과거사위 권고에 따라 진상조사단은 작년 4월 2일부터 13개월 넘게 해당 사건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수사를 통해 전직 기자인 A씨가 재판에 넘겨지는 일도 있었다.

조사단은 조선일보 일가인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 등을 조사했고, 사건을 직접 목격한 것으로 알려진 윤지오씨도 증언도 청취하는 등 다각도로 조사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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