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5월의 수난사’라는 제목을 붙이고 싶을 정도로 뉴스의 중심에 서 있다. 먼저는 지난 12일(불기 2563년 사월초파일) 경북 영천시 은해사를 찾아 봉축 법요식에 참석해 다른 사람들과 달리 합장하지 않는 등 관불의식을 거절해 지금까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어 황대표는 18일 광주 5.18행사에 참여했지만 광주가 반기지 않는 손님 1호 리스트에 올라 곤혹을 치러야만 했다.   

광주 얘기는 후일로 미루기로 하고 법요식에서 합장하지 않고 관불예식을 따라하지 않은 죄로 나라 안에서 있어지는 소모전과 같은 갑론을박에 대해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은 헌법 제20조 1항에 분명히 종교의 자유가 있는 나라라고 명시돼 있다. 공인이고 정치인이라 해서 헌법의 법적 가치와 의미가 달라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그러한 예외 조항도 분명 명시해 놨을 것이다. 다시 말해 황교안 대표도 자기의 종교적 신념을 가지고 지킬 권리가 있으며 또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 다만 각자의 종교에 대한 진리성 내지 종교성의 진실과 진정성 그리고 찬반 여부를 떠나서라는 전제를 둬야 할 것이다. 만약 진리성과 종교성을 전제로 한다면 합장하지 않은 이유가 자기 종교만 진리고 상대종교는 비진리 때문이라는 전제하에 있어진 행동으로 오해는 물론 갑론을박의 대상이 충분하다.

우리가 보도를 통해 인지하듯이 뼛속까지 기독교 사상으로 무장된 황대표로서 관불예식을 일괄 따르지 않았다 할지라도 상대 종교의 의미 있는 큰 행사에 참여했고 두 손을 공손히 모아 묵례로 대신 예를 표했다면 문제 삼는 그 자체가 문제가 되며, 더 나아가 어쩌면 다른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보는 게 오히려 옳다고 봐진다. 자기 신앙적 ‘신념과 믿음’은 타 종교를 ‘인정하고 배려’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많은 사람들이 황대표를 향한 오지랖은 발 빠르면서 정작 심각하게 여겨야 할 종교적 신념과 그 수치에 대해선 왜 침묵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무지해서 일까. 아니면 편협한 생각으로 인한 비겁함일까.

다름이 아니라 지난 4월 30일에는 아키히토 일왕 퇴위식이 있었다. 이날 외교부 브리핑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은 오늘 퇴위하는 아키히토 천황에게 서한을 보냈다”는 발표가 나왔고, 네티즌들 간에는 ‘천황(天皇)’과 ‘일왕(日王)’의 호칭을 놓고 갑론을박 소동이 벌어졌다. 이에 외교부의 답은 ‘공식호칭이 천황’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고, 청와대 역시 ‘관례상’ 또는 ‘다른 나라에서도 사용하고 있다’며 아무 문제가 없다는 공식 답변이 있었다.

이 대목에서 먼저 청와대와 외교부에 반문을 해 본다. ‘천황’이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 생각이나 한번 해봤는지 묻고 싶다. ‘천황’의 뜻은 하늘의 황제 즉, 우주 만물을 창조하신 ‘하나님’을 대신 하는 최고의 극존칭 표현이다. 남과 다른 나라에 대해 존칭 표현을 쓰는 것이 나쁜 것이 아니다. 다만 이 ‘천황’이란 표현은 이치에 맞지 않고 종교적 이론이나 신념적으로도 절대 써선 안 되는 용어기 때문이다. 어찌 일본 왕에게 하늘에 계신 하나님이라는 호칭을 쓸 수 있단 말인가. 나아가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들이 알기엔 하나님을 믿는 신앙인으로 알고 있기에 더 의아스럽다는 것이다. 무지의 발로인가. 필자는 종교적 신념은 이런데서 지켜야 한다는 지적을 강하게 하고 싶다.

더군다나 일제치하에서 우리 백성들은 일본 망령들이 우글거리는 신사와 천황을 향해 강제 참배를 해 왔던 굴욕의 역사를 잊었단 말인가. 아이러니한 것은 일본과의 정치적 관계에 있어서만큼은 보수적 성향을 짙게 갖는 문재인 정부가 종교적 신념만큼은 관례를 명분으로 헌신짝 버리듯이 벗어 던지니 참으로 이해 할 수 없다. 

또 우리 헌법 제20조 2항에는 ‘정교분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장로교를 중심으로 한 현 기독교 세력은 자신들이 믿는 “나 외 다른 신을 믿지 말라”고 하신 하나님의 제1계명을 어기고 일본 천황에게 절을 함으로 하나님을 배신하고 일제 앞잡이가 됐고, 유신헌법을 지지했고, 오늘날은 전두환 5공 정권의 하수인이 돼 왔으니 정치와 종교지도자들부터 국법을 어겼고 매국했고 하나님을 배반했다. 그러한 터 위에 오늘날 문재인 정부 또한 그 유전을 이어받으며 자신들의 정체성마저 잃어가고 있다. 

문대통령은 물론 총리마저 같은 메시지를 일왕에게 보냈으니 이 나라의 앞날과 종교의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황대표가 관불의식을 따르지 않은 것이 문제가 아니다. 정작 문제인 것은 황교안 대표가 취임과 함께 자신이 몸담고 있는 기독교 지도자들을 먼저 찾아감으로서 신사와 천황참배에 이어 유전돼 온 정교일치의 망령이 또다시 살아날까 우려된다.

이제 말하고자 함은 황대표의 합장으로 인해 빚어진 갑론을박은 누워 침 뱉기 식의 웃지 못 할 해프닝일 따름이며 그 나물에 그 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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