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학의(왼쪽) 전 법무부 차관과 빅뱅의 전 멤버 승리. ⓒ천지일보 DB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학의(왼쪽) 전 법무부 차관과 빅뱅의 전 멤버 승리. ⓒ천지일보 DB

검경 나란히 특별수사팀 구성

법원, 김학의 구속영장 발부

반면 승리 구속영장은 기각

검찰, 한시름 놓으며 수사탄력

경찰, 침통함 속 맹비난 직면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관련 사건 수사와 ‘버닝썬 게이트’ 수사가 핵심 인물들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로 한 막이 넘어가는 모양새다. 하지만 각 조직의 명운을 걸고 벌인 수사의 희비는 엇갈렸다.

대규모 수사팀을 꾸리며 경찰이 주도한 버닝썬 게이트 수사는 핵심 인물 승리(본명 이승현, 29)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많은 비판에 직면해 있다. 수사 동력도 빠지는 것처럼 보인다. 반면 ‘특별 수사단’을 출범시키며 김 전 차관을 조사한 검찰은 김 전 차관 구속에 성공하면서 수사에 큰 탄력을 받게 됐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은 김 전 차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지난 16일 발부했다. 김 전 차관의 구속은 2013년 3월 ‘별장 동영상’ 의혹이 제기된 지 약 6년 만이다.

신종열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3시간 동안 김 전 차관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했다. 신 부장판사는 “주요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이나 도망염려 등과 같은 구속 사유도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은 지난 13일 건설업자 윤중천씨에게 약 1억 3000만원의 금품과 100차례가 넘는 성접대를 받고, 사업가 최모씨에게 3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로 김 전 차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성접대를 포함해 억대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5.1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성접대를 포함해 억대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5.16

이 중 제3자 뇌물수수 혐의가 김 전 차관의 구속을 가를 가장 큰 쟁점일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검찰은 김 전 차관에게 1억원의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했다. 자신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 이모씨의 입막음을 위해 윤씨가 이씨로부터 받으려했던 상가보증금 1억원을 포기하게 만들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윤씨는 1억원을 포기하는 대가로 앞으로 있을 형사사건을 잘 봐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바로 이 점에서 제3자 뇌물죄가 성립된다고 봤다. 법원도 검찰의 판단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또 김 전 차관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줄곧 “윤씨를 모른다”고 부인해 왔으나, 막상 구속심사에선 “윤씨를 모르는 건 아니다”라고 말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부분이 바로 패인의 한 원인이라는 법조계 분석도 나온다.

김 전 차관이 지난 3월 22일 해외로 출국하려다 법무부에 의해 긴급출국금지를 당한 것도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다. 검찰은 이를 들어 도주 우려가 있어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별 수사단이 꾸려진 이유인 김 전 차관 수사에서 구속이란 성과를 내면서 검찰은 한시름 놓는 분위기다. 검찰이 증거로 내민 상당수가 법원으로부터 인정받았다는 것도 고무될 만 한 일로 평가된다. 다만 2013~2014년 두 차례나 이뤄진 검찰 수사가 부실했다는 비판에선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벼르던 승리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많이 가라앉은 분위기다. 3월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조직의 명운을 걸고 수사하라”고 지시했지만, 두 달 가까이 되도록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경찰을 향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해외 투자자 성매매 알선, 성매매, 버닝썬 자금 횡령 등 혐의를 받는 가수 승리(본명 이승현·29)가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5.1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해외 투자자 성매매 알선, 성매매, 버닝썬 자금 횡령 등 혐의를 받는 가수 승리(본명 이승현·29)가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5.14

승리의 구속심사를 맡은 건 김 전 차관 사건과 같은 신 부장판사였다. 신 부장판사는 지난 14일 “현 단계에서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영장을 기각했다.

경찰은 성매매처벌법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식품위생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해 300페이지가 넘는 범죄사실을 담아 검찰에 제출하면서 자신감을 내비쳤으나, 결과는 달랐다.

경찰은 승리와 버닝썬 게이트 수사를 위해 서울지방경찰청장 차장을 책임자로 광역수사대를 비롯한 지능범죄수사대, 마약수사계, 사이버수사대 등 16개팀 152명 규모의 합동수사팀을 꾸렸다. 경찰이 승리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한 날짜는 1월 30일 수사팀이 구성된 이후부터 정확히 99일째였다. 승리는 무려 18차례에 걸쳐 경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대규모·장기간 수사를 거치고도 핵심인물을 놓친 셈이다.

여기에 18차례 소환이 오히려 면죄부를 준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 조사에 꾸준히 협조하는 모습을 보인 만큼 구속의 필요성을 약화시켰다는 분석이다.

경찰 유착 의혹 수사도 지지부진이다. 승리와 가수 정준영(30) 등이 함께 있는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경찰총장’으로 언급된 윤모 총경에 대해 뇌물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지 못하고 무혐의 처리했다.

윤 총경이 골프 4회, 식사 6회를 대접받고 콘서트 티켓을 3차례 받았지만 대가성이 없어 뇌물로 볼 수 없고, 총 268만원의 접대금액으로는 300만원 이상 금품을 수수했을 때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청탁금지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낸 것이다.

현재 여론은 경찰을 거의 신뢰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경찰이 과연 대반전을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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