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5.18민주화운동 39주년인 18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은 한 가족이 희생자들의 영령을 위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5.1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5.18민주화운동 39주년인 18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은 한 가족이 희생자들의 영령을 위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5.18

제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광주시민들 당시 기리며 추모

한 목소리로 ‘진실규명’ 촉구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

5.18 폄하정치인들 성토하기도

[천지일보=홍수영·김도은 기자] “39년이라는 세월이 흘러도 변한 게 없어요. 내 자식이 죽었는데 누가 죽였는지 아직도 오리무중입니다.”

5.18광주민주화운동이 있은 지 39년. 올해 5월 18일에도 어김없이 민주화운동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제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이날 오전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오월 광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주제로 진행됐다. 여야 정치권과 5.18 유공자·유족, 시민, 학생, 각계대표 5000여명이 참석했다.

광주시민 김인준(78, 남)씨는 1980년 그날 자녀를 떠나보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난 뒤 김씨는 “내 자식이 죽었는데 누가 죽였는지 아직도 오리무중”이라며 “39년이라는 세월이 흘러도 변한 게 없다. 그저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5.18 행사만 반복되고 있다”며 울분을 토했다.

그는 “유공자의 입장에서 한 맺힌 심정을 풀어줘 경종을 울릴 정치를 해달라”고 정치권에 호소했다.

이번 기념식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도 참석했다. 앞서 5.18 망언을 내뱉은 한국당 의원들의 징계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민단체들이 황 대표의 기념식 참석을 반대했지만, 황 대표는 이를 무릅쓰고 광주에 왔다.

이 때문에 광주에 도착한 황 대표는 황 대표의 참석을 반대하는 일부 시민들과 시위대의 격렬한 반발에 부딪혀야 했다.

재일교포 단체인 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 부의장을 맡고있는 송세일씨는 황 대표 소식에 일본에서 광주를 찾았다.

송씨는 “광주 5.18정신을 부정하고 왜곡하는 황 대표가 참석한다니 우리가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야겠다는 결의로 들어오게 됐다”며 “(왜곡하는 세력에 맞서) 확실히 광주민주정신을 계승하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맞고 있는 평화통일 실현하는 정신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천지일보=신창원 기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8일 오전 광주시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9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 후 퇴장하고 있다.ⓒ천지일보 2019.5.18
[천지일보=신창원 기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8일 오전 광주시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9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 후 퇴장하고 있다.ⓒ천지일보 2019.5.18

최형호 서울민주화 5.18민주화운동 부상자회 서울지부장은 “폄하하고 망언을 하는 의원들은 대한민국 사람이 아니라 딴 나라 사람 같다”며 “당시 많은 사람들이 비참하게 죽어가는 모습이 지워지지 않아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면서 목이 메 말을 잊지 못했다.

김현철(62, 남, 화순군)씨는 “이 맘 때면 그때가 생각나 우울하다. 눈을 감아야 해결될 것 같다”며 “정치인들이 5.18 동지들을 우롱하고 희롱하고 한마디로 가지고 노니까 기분이 좋지 않다. 아직도 해결 못하는 숙제 때문에 먼저가신 영령들에게 웃음거리가 되는 것 같아 미안하다”고 안타까워했다.

5.18민주화운동은 39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명확한 진실규명이 이뤄지지 못했다. 당시 광주에서 시민을 상대로 이뤄진 사격과 관련해 발포 명령을 누가 내렸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헬기사격 여부도 여전히 논쟁거리다. 아직까지도 감춰졌던 비밀 문건이 하나 둘씩 발견되고 있다.

5.18 당시 진압작전의 최종책임자로 알려진 전두환 전 대통령은 자신의 회고록을 통해 책임을 회피했다. 그는 회고록에서 고(故) 조비오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증언에 대해 부정하면서 조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다.

지난해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특별법’이 제정됐으나, 법에 따른 진상규범위원회는 아직도 닻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기념사에서 이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8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9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유가족들이 슬픔에 잠겨 있다. ⓒ천지일보 2019.5.1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8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9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유가족들이 슬픔에 잠겨 있다. ⓒ천지일보 2019.5.18

광주NCC기독교교회협의회인권위원장 장헌권 목사는 “39주년이 됐지만 아직도 진상규명이 안되고 책임자처벌이 되지 않은 상황에, 정치인들과 일부 사람들이 망언과 역사왜곡을 일삼고 있어 우리사회가 아직도 정의와 진실을 향하는 걸음이 멀다”고 지적했다.

‘세월호’ 유가족들도 이날 안산에서 광주까지 먼 발걸음을 옮겼다. 30여명의 유가족 중 한 어머니는 “권선징악이라는 말처럼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조속히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2015년부터 당시 너무 힘들었을 때 광주오월어머니회에서 자신의 자식을 잃은 것처럼 마음을 안주고 부둥켜줘 암흑과 같았던 때 힘이 됐다”면서 “지금은 정말 친정에 오는 것처럼 마음이 편해서 광주시민들에게 감사하다”고 진심을 전했다.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은 80년 신군부 세력을 거부하고 민주화를 요구하며 일어났던 5.18민주화운동의 민주·인권·평화의 숭고한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 1997년 5월 9일 제정됐다. 남은 이들에겐 진실규명과 동시에 정신을 잃지 않고 후세에 전달하는 과제도 있는 셈이다.

시인인 김준태(72, 남)씨는 광주시민의 위대한 정신은 우리나라의 유산이라고 강조했다.

“사람의 생명을 존중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시민이 하나 된 광주정신은 그런 세상이 오는 그날까지 남아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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