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인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8.2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인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8.24

시사저널, 90분 녹음파일 공개
박근혜·최순실·정호성 육성담겨
최순실, 초안 보더니 “다 별로”
최씨 말 그대로 취임사에 담겨
정호성엔 “좀 적어요!” 큰소리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박근혜 정부의 ‘비선실세’였던 최순실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취임 전부터 국정 운영을 좌지우지했음을 보여주는 녹음 파일이 공개됐다.

시사저널은 17일 최씨가 박근혜 정부의 국정 운영에 깊숙이 개입한 증거라며 90분 분량의 ‘박근혜·최순실·정호성 비선 회의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세 사람의 육성 대화는 박 전 대통령의 재판에서 일부 공개된 적 있지만 이런 대규모 녹음 파일이 외부에 공개된 건 처음이다.

보도에 따르면 최씨는 박 전 대통령의 취임사에 들어갈 핵심 내용부터 구체적인 표현까지 일일이 확인하고 지시했다.

최씨는 우선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실무진이 준비한 취임사 초안을 읽어본 뒤 “팩트가 있어야지”라며 준비된 초안들이 “다 별로”라고 지적했다.

그는 취임사 초안에 담긴 복지 정책 부분을 읽으며 “이런 게 취임사에 들어가는 게 말이 돼?” 너무 말이 안 돼“라고 한숨을 푹 쉬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천지일보
박근혜 전 대통령. ⓒ천지일보

그는 정 전 비서관에게 “딱 보면 모르냐고. 짜깁기해서 그냥 갖다 붙여가지고. 이거는 취임사가 아니라 무슨 경제장관회의, 총선에서 어디 나가서 얘기해야 하는 거지”라며 “내가 보기엔 이거는 하나도 쓸모없다”고 힐난했다. 공식 실무진이 작성한 초안을 한 순간에 쓸모없는 것으로 만든 것이다.

최씨는 박 전 대통령과 함께 4대 국정 기조인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 평화통일 기반 구축 등을 구상했다. 특히 국정 기조의 첫 머리였던 경제부흥은 사실상 최씨의 생각이 그대로 취임사에 녹아들었다.

최씨는 “첫 번째, 경제부흥을 일으키기 위해서 뭘 하겠다는 걸 일단 넣는데”라고 말한 뒤 “‘나는 경제부흥에서 가장 중요한 국정의 키(Key)를 과학기술·IT 산업이라고 생각한다, 주력할 것이다’ 그건 어떠세요”라고 말했다. 이는 실제로 취임사에 똑같이 들어갔다.

박 전 대통령은 최씨의 말을 듣고 “그게 핵심이에요”라고 맞장구를 쳤다.

최씨가 계속해서 보인 모습은 상당히 놀라웠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의 말을 중간에 가로채거나 지시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창조경제는 결국 사람을 키우는 거란 거죠. 왜냐면 창의력과 아이디어와…”까지 말했을 때 말을 자르면서 “그렇지, 경제를 잘하려면 아이디어와 사람을 키워야”라고 말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십억원을 상납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이날 법원은 정 전 비서관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벌금 1억원, 3년간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천지일보 2019.1.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십억원을 상납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이날 법원은 정 전 비서관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벌금 1억원, 3년간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천지일보 2019.1.4

또 박 전 대통령이 “부국(富國), 정국(正國), 평국(平國)이에요. 부국이란 건 부자 나라. 정국이란 건 바른, 부패 안 하고 신뢰가 쌓이고. 그다음 편안한 평국”이라고 말하자 최씨는 “평국을 조금 다른 말로 해가지고… 부국, 정국, 하여튼 이건 상의를 좀 해보세요”라고 박 전 대통령과 정 전 비서관에게 지시를 내렸다. 이를 들은 박 전 대통령은 “예예예”라고 고분고분 답했다.

최씨는 정 전 비서관에게 호통도 쳤다. 박 전 대통령이 옆에 있다는 건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취임사 내용을 얘기하는 걸 정 전 비서관이 듣기만 하는 모습을 보고는 “좀 적어요”라고 짜증을 내거나 “빨리 써요, 정 과장님!”이라고 버럭 소리를 높였다.

‘문고리 3인방’이라 불리며 최측근 중에서도 권력과 제일 가까운 사람으로 분류된 정 전 비서관마저도 최씨 앞에선 아무런 영향력이 없었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국정농단 사건은 현재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심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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