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방화·살인사건 한달] “안인득이 너무 밉다… 아픈 기억 잊으려 안간힘”
[진주 방화·살인사건 한달] “안인득이 너무 밉다… 아픈 기억 잊으려 안간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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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방화·살인 사건이 일어난 경남 진주시 가좌동 아파트의 17일 현장 모습. ⓒ천지일보 2019.5.17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방화·살인 사건이 일어난 경남 진주시 가좌동 아파트의 17일 현장 모습. ⓒ천지일보 2019.5.17

”자녀 둔 가족, 대부분 이사 준비 중“

“市·LH, 3동 외 피해자도 지원해야”

어린이집 “원아 모집 안 된다” 타격

안인득 집, 여태껏 개방 “보기 흉해”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일요일만 되면 다들 이사를 한다며 떠나고 있습니다. 친한 아기 엄마도 이달 말에 이사한다네요. 주변에는 다음 달에 이사한다는 사람도 있고… 저희도 계약 끝나는 6월에 나갈 겁니다.”

지난달 17일 안인득(42)이 이웃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러 5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친 가운데, 17일 참사가 발생한 진주시 가좌동 아파트에서 만난 주민 A(40대)씨는 옆에 있는 아이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현재 가좌동 아파트는 주민들의 이주가 진행 중이다. 사고가 발생한 3동뿐 아니라 다른 동에 거주하는 주민들도 아파트를 빠져나가고 있다.

그는 “이곳은 첫 아이를 가지고 또 커가는 모습을 보며 지낸 추억이 많은 곳인데 떠나려니 마음이 많이 힘들다“며 ”젊은 엄마들은 아이가 어리고 하니까 나가려고 한다. 3동 말고도 다들 이사하려고 집을 알아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아파트 주민들은 여전히 이주를 망설이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3동 주민을 상대로 한 이주 희망자 조사에서는 전체 80가구 중 15가구만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망자 유족 중에서는 3가구만 외부 아파트로 이주를 마쳤다.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참사가 발생한 아파트 내 근무하는 한 어린이집 교사가 지난 16일 어린이집 앞 화단에 각종 꽃을 심고 있다. 안인득이 불을 지른 4층 집이 마주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5.17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참사가 발생한 아파트 내 근무하는 한 어린이집 교사가 지난 16일 어린이집 앞 화단에 각종 꽃을 심고 있다. 안인득이 불을 지른 4층 집이 마주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5.17

A씨는 사건 발생 직후에는 이주를 결심했다가도 대출금이나 임대료, 보증금 등이 부담스러워 남기로 한 이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신혼부부로 살고 있는 B(30대)씨는 “진주시나 LH나 주변 피해자들에게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사건 후 보름 넘게 수면제 먹으며 잠을 억지로 청했는데, 주변에 아직 이런 분들이 많다”며 “고통은 같이 당하는데 3동 외에는 아무런 지원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변 이웃들은 ‘돈 있는 사람들은 나가고 없는 사람들은 그냥 있으라는 건가’라고 말한다”며 “아파트 주민들에게 이사비용이나 임대료 감면 정도라도 지원해주면 좋겠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아파트 1~4동 반장이라 밝힌 C(40대)씨는 “여기는 아직 동마다 정신적으로 아픈 사람들이 많다”며 “예전에는 이분들을 마주치면 거리낌 없이 인사하곤 했는데, 일이 터지고 나서는 경계하게 된다. 그분들도 아프려고 아픈 게 아닌데 모두를 경계해야 하는 지금 상황이 너무 속상하다”고 호소했다.

참사 후 이러한 적막한 분위기를 전환하고 활기를 되찾기 위한 움직임도 있었다.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지난 12일 이동 심리상담센터가 철수한 가운데 17일 관리사무소 건물 출입문에 개인 심리상담을 안내하는 진주시보건소 공지문이 붙어 있다. ⓒ천지일보 2019.5.17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지난 12일 이동 심리상담센터가 철수한 가운데 17일 관리사무소 건물 출입문에 개인 심리상담을 안내하는 진주시보건소 공지문이 붙어 있다. ⓒ천지일보 2019.5.17

사건 현장이 마주 보이는 곳에 위치한 아파트 어린이집 앞에서는 교사 D(30대)씨가 화단에 각종 꽃을 심고 있었다.

D씨는 “소박한 일이라도 지금처럼 꽃도 심어보고 지역 내에서 할 수 있는 일은 하려고 한다”며 “특히 아이들은 동요가 심하면 불안감이 커지니까 주민들과 교사들은 최대한 티를 안 내려고 한다”고 아픈 기억을 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또 그는 “아이를 보내는 분들은 아파트 주민뿐 아니라 외부의 비중도 절반 가까이 된다”며 “부모님들도 굳이 여기에 아이를 보내려고 하지 않아 원아 모집에서부터 타격이 크다”고 토로했다.

지난 6일에는 주민들이 '사랑공동체'를 결성해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함께 '소통과 어울림을 위한 화합 한마당' 행사를 열었다.

주민들과 단지 관계자 모두가 참사 이후 활기를 되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파트에 감도는 텅 빈 듯한 적막함을 채울 수는 없었다.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방화·살인 사건이 일어난 경남 진주시 가좌동 아파트 3동의 지난 16일 현장 모습. 안인득이 불을 지른 4층 집이 보인다. ⓒ천지일보 2019.5.17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방화·살인 사건이 일어난 경남 진주시 가좌동 아파트 3동의 지난 16일 현장 모습. 안인득이 불을 지른 4층 집이 보인다. ⓒ천지일보 2019.5.17

신혼부부로 들어와서 살고 있다는 E(30대)씨는 “이 시간이면 아이들이 뛰어놀고 저녁에도 이맘때면 주민들이 밖에 나와서 산책·배드민턴 등 운동도 하곤 했는데, 지금은 아무도 나오지 않는다. 분위기가 싹 바뀌었다”며 “저번에 사랑의 공동체 행사로 좀 괜찮아지고 예전으로 다시 돌아가려나 했는데 금방 다시 침체됐다. 안인득 그 사람 미워죽겠다”고 속상함을 내비쳤다.

피해자 상담을 위한 심리상담센터도 사건 당일부터 3동 앞 도서관에 설치됐지만 지난 12일 철수했다. 이 자리에는 현재 ‘12일 이후 심리 상담이 필요한 사람은 개인 심리상담소에서 상담할 수 있다’는 진주시보건소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안내문의 개인 심리상담소는 아파트에서 500m가량 떨어진 곳에 있어 노약자에게는 다소 멀게 느껴졌다.

안인득이 불을 지른 4층 집은 경찰·검찰이 수사에 필요한 증거확보를 위해 창문을 열어둔 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참사가 벌어진 지 한 달이란 시간이 지났지만 4층에 올라가자마자 매캐한 냄새가 진동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시설유지보수 담당자는 “냄새제거를 위해 곳곳에 향수를 꽂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계속하고 있다”며 “4층은 오늘 내부 폐기물을 다 들어내서 버렸고, 창문공사를 17일부터 진행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17일 아파트 단지 내 관리사무소 건물에 피해자들을 돕기 위한 성금모금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천지일보 2019.5.17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17일 아파트 단지 내 관리사무소 건물에 피해자들을 돕기 위한 성금모금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천지일보 2019.5.17

지나가던 주민들은 “보기가 흉하다. 한 달째 저 상태로 놔두는 것은 애써 잊으려는 우리를 위한 배려심이 전혀 없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한편 피해자들을 돕기 위한 성금도 이어지고 있다.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모은 피해자 돕기 성금은 17일 오후 5시 현재 482건, 총 4억 1800만원이 모였다. 모금은 내달 23일까지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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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2019-05-17 23:37:58
묻지마 살인사건인가요? 섬뜩하네요. 요즘 다들 심리가 불안불안 하구만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