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6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열린 ‘강남역 여성혐오범죄 3주기 기억예배’에서 참석자들이 기도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5.1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6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열린 ‘강남역 여성혐오범죄 3주기 기억예배’에서 참석자들이 기도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5.16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려… 100여명 시민 참석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성폭력과 혐오가 계속되는 교회, 약자를 배제하는 교회를 바라보며 예수님께서 함께 분노하고 애통해하십니다. 하나님! 이곳에 오셔서 불의한 이 땅을 갈아엎고 정의의 비를 내려주소서.”

17일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 강남역 화장실 여성살인 사건 3주기를 맞아 믿는 페미 등 18개 시민단체 등의 주최로 기억예배가 열렸다.

예배에는 약 100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했다. 어린아이부터 중년의 신사까지 모두 강남역 범죄를 기억하기 위해 모인 모습이었다. 타종과 함께 예배를 준비하는 기도문이 낭독되자 참석자들은 모두 고개를 숙이고 기도를 드렸다. 참석자 중 일부는 마음이 무거운 듯 한숨을 쉬거나,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사회자는 “강남역 이후에도 계속되는 죽음 앞에 또한 우리 교회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성폭력, 차별, 혐오 앞에 우리는 방관하고 외면했다”며 “이 시간 우리 이웃의 눈물을 보지 못하고 함께하지 못한 우리의 잘못을 침묵으로 고백하기 위해 모였다”고 설명했다.

사회자가 설명하는 순간 모인 참석자들은 가슴 아파하는 표정들이었다.

이어 임지희 감리교신학대교학교 총대학원 여학생회 회원이 나와 여성혐오범죄 피해자를 위한 기도를 했다. 그는 “여성이란 이유로 죽임당하고 폭력에 내몰리는 이들을 끝까지 기억하시는 하나님께 부르짖습니다. 주님! 더 이상 여성들이 남성중심사회의 희생자로 살지 않게 해 달라”며 “더 이상 여성이란 이유로 위협받으며 살지 않도록 우리 가운데에서 우리와 함께 더 크게 소리쳐 주십시오”라고 말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6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강남역 여성혐오 범죄 3주기 기억예배’가 열리고 있다. ⓒ천지일보 2019.5.1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6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강남역 여성혐오 범죄 3주기 기억예배’가 열리고 있다. ⓒ천지일보 2019.5.16

임씨는 “또한 여성혐오범죄로 희생된 이들이 고통과 슬픔이 없는 주님 품에서 평안히 쉬게 해 달라”며 “삶이 깨어진 모든 이들에게 주님의 빛을 비추시고 함께해 주십시오”라고 덧붙였다.

교회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기도도 이어졌다. 박해린 기독교장로회 청년회전국연합회 회원은 “지금 한국교회는 가부장성에 물들어 있다”면서 “각자가 주체적으로 살아내야 하는 신앙은 잊은 채 남성 목회자의 리더십에 의존해 교회를 구성하고 신앙을 추구합니다. 남성중심의 관점으로 성서를 해석하고 여성의 목소리를 지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님, 회개하며 비오니 이제는 교회가 가해자를 옹호하는 공동체가 아니라 성폭력이 발생하는 고리를 끊고 피해자의 존엄을 보장하는 공동체로 거듭나게 하소서”라고 기도했다.

다음으로 박세론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 여학우회 회원이 나와 교회성폭력 사건의 해결과 교회의 회복을 위한 기도를 했다.

그는 “공동체유지를 위해, 중직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성폭력이라는 말로 교회 이미지를 더럽히지 않게 하려고 사건을 감추기에 급급했다”면서 “교회는 침묵을 강요하고 또한 침묵하며 성폭력 가해자 편에 서서 피해자를 더 고통스럽게 했습니다. 주님의 말씀을 거역한 것”이라고 고백했다.

이어 “교회공동체와 교단의 땅을 새롭게 해 성폭력 사건의 책임을 피해자 개인에게 떠넘기지 않고 가해자를 올바로 치리하며 함께 책임지는 교회공동체가 될 수 있도록 정의를 비처럼 내려달라”라고 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6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열린 ‘강남역 여성혐오범죄 3주기 기억예배’에서 참석자들이 촛불을 든 채 기도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5.1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6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열린 ‘강남역 여성혐오범죄 3주기 기억예배’에서 참석자들이 촛불을 든 채 기도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5.16

참석자들은 강남역 살인사건이 발생한 지 3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불안하다며 여성을 향한 폭력과 범죄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한 목소리로 촉구했다.

아울러 한국교회 내에서 발생하는 성폭력에 대한 대책 마련도 요구했다. 한국교회 역시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실제 기독교반성폭력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상담 가운데 가해지목인은 담임·부 목회자가 61%로 가장 많았다. 이어 장로 및 교인(15%), 선교단체리더(7%), 교수(4%) 등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교회뿐 아니라 신앙 공동체를 표방하는 다양한 곳에서 성폭력이 발생했다”며 “교회도 선교단체도 여성이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하고 자유롭게 신앙하는 곳이 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회성폭력이 공동체의 과제임을 직시하고 정의로운 해결을 위해 온 책임을 다하라”면서 “교회성폭력에 대한 정책과 지침을 마련하고 해당 절차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은 3년 전인 2016년 5월 17일 새벽에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동의 노래방 화장실에서 한 남성이 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사건이다. 당시 범인인 30대 남성은 “여성에게 자꾸 무시를 당해 홧김에 범행을 저질렀다”며 “(일부러) 여성을 기다렸다가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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