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뉘엿뉘엿 서산을 넘고 있다. 경인년(庚寅年), 올 해는 시작부터 끝나는 무렵까지 유독 조용할 날이 없었던 것 같다. 백호의 포효는 그렇게도 대단하게 여운을 남기며, 못내 지는 해를 아쉬워하는가 보다.

그 중 하나가 정계와 종교계가 얽힌 사연, 즉 ‘템플스테이’ 사건이다. 물론 국내적으로나 세계적으로 메가톤급 이슈가 없지는 않다.

정계는 물론 종교계에서 매일 쏟아지는 용어 ‘템플스테이’ 또는 ‘템플스테이 예산 삭감’이 도대체 무슨 말인지를 잠시 독자들을 위해 설명부터 드리고자 한다. 우리 국민들이 바로 알아야만 바로 이해하고, 무엇이 옳고 그른지도 분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템플스테이’란 한마디로 한국불교문화사업단에서 시행하고자 하는 한국사찰의 전통문화적 자원과 정신문화적 가치를 국민들과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에게 알리고자 하는 문화사업의 일환이다.

그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예산안에 대한 정부여당의 국회예산삭감이 불씨가 된 것이다. 즉, 예산안삭감에 대한 불교계의 반발로 정계와 종교계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국회 예산이야 사안에 따라 삭감할 수도 증액할 수도 있겠지만, 보다 더 근본적인 것을 이해해야 한다. 평소 현 정권 과 오해이든 아니든 유착관계에 있는 기독교의 타 종교에 대한 종교편향적 의식이 사건의 이면적 원인임을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는 바다.

이처럼 예민한 터에 부산 범어사의 화재 사건은 한국 종교의 현실을 극명하게 대변하는 좋은 사례로 남게 될 것 같은 조짐이 분명히 있다.

범어사 주지인 정여스님은 모 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아직 단정 지을 순 없지만, 이번 화재사건은 ‘템플스테이’ 사업을 반대하고 나아가 불교계를 불신하는 종파의 소행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 이유로 근간에 사찰에 찾아와 행패부리는 일이 잦았고, 그 소행 중에는 절에 가면 지옥 간다는 표현이 있었다고 대답했다. 이는 누가 보더라도 절에 나가는 불교신자가 아님을 감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왔을까라는 의문이 당연히 드는 대목이다.

결국 이 모든 상황들은 현 정권의 종교편향적 의식과 정책이 낳은 결과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지나친 경제지향과 기독교지향은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인식과 이해의 부족을 가져와 결국 이처럼 나라의 근간이 흔들리는 혼란과 난국으로 이어지게 됨을 깨달아야 한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흔들린다’는 용비어천가의 말을 경계(警戒)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익히 강조해 왔던 바와 같이 종교와 문화는 하나다. 역사는 뿌리요, 문화는 정신이다. 그렇다면 문화가 곧 정신이요, 이 정신은 종교임을 깨달아야 한다.

결국 우리 민족에게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 정신은 ‘종교문화’ 즉 ‘하늘문화’로부터 계승되어 오고 있음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이는 필자의 말이 아니라 국내는 물론 온 세계 성인(聖人)들의 한결같은 외침이다.

우리가 무지해서 깨닫지 못할 뿐이지, 그 어떤 종파든 하나의 정신이요 사상이요 문화임을 왜 모른단 말인가. 우주만물을 창조하신 신(神) 즉, 절대자(絶對者)는 한 분이시지 몇 분이겠는가. 고집과 아집보다 이치를 찾아 나서는 게 차라리 나을 것이다.

수천 년을 이어온 우리의 역사와 문화 속에 담긴 진정한 종교와 정신은 오직 하나임을 제발 알자. 그 오랜 세월 이 민족과 함께해온 ‘불교문화’ 또한 우리에겐 종파를 떠나 너무나 귀한 유무형의 자산임을 알아야 한다.

나와 다르다고 수천 년 지켜져 온 문화재를 불질러 버려야 한다는 사상을 가진 종교가 이 지구촌에 존재한다는 게 사실이라면 참으로 서글픈 현실이다.

G20 정상회의를 통해 세계는 한민족의 저력이 수천 년 이어온 역사와 피 흘려 지켜온 문화에 있었음을 알았고, 또 서서히 알게 될 것이다.

편파와 편향적 사고로 똘똘 뭉쳐 내 생각과 다르면 다 틀렸고, 내가 믿는 종교가 아니면 다 지옥 간다는 이런 의식의 종교가 과연 옳은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그런 신앙에 구원이 있다면, 그 구원은 차라리 포기하는 게 나을 것이다.

편파와 편견의 가치관은 이제 그 누구도 아닌, 사회 및 종교지도자들부터 버리기를 주문한다. 그것만이 참으로 이 나라와 민족과 종교를 위하는 길임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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