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를 신뢰하는 사람은 국민 6명 중 한 명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날이 갈수록 추락해 가는 한국교회의 위상을 또 한 번 확인한 셈이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15일 발표한 ‘2010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17.6%만이 한국교회를 신뢰한다고 답했다. 종교별 호감도를 묻는 질문에서도 개신교는 가톨릭, 불교에 밀려 3위에 머물렀다.

한국교회가 이렇게 ‘비호감’이 된 이유가 무엇일까. 설문 응답자의 상당수가 한국교회의 개선해야 할 점으로 ‘교인과 교회 지도자들의 언행일치’ ‘타종교에 대한 관용’을 꼽았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말과 행동이 다르고 남에게 배타적인 태도를 취해온 것이 사실상 오늘날 한국교회를 불신의 늪에 빠지게 한 주범이다.

이런 사례는 우리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얼마 전 서울의 한 대형교회의 담임목사는 자기 교회 여신도와의 성추문에 휩싸인 뒤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자숙에 들어갔다. 이 목사도 분명 단상에서는 세상을 음란하고 악한 세대라고 외쳤을 터였다. 이와 함께 세간에 논란이 됐던 ‘봉은사 땅밟기’ ‘미얀마 땅밟기’ ‘단군상 훼손사건’ 등은 한국 개신교의 배타성을 극명하게 드러낸 사건이었다.

한국교회의 배타성은 같은 종단 안에서 더욱 폭력적으로 나타난다. 자기 교단만이 정통이라는 소위 정통주의가 바로 그것이다. 특정교단이 이단 정죄라는 미명 하에 타 교단을 핍박하고 불법적인 강제개종을 자행하는 것도 이런 정통주의와 무관치 않다. 하지만 종교의 자유와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다.

한국교회가 서로 사랑하고 용서하라는 예수의 가르침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신뢰회복의 길은 요원하다. 그들이 외치는 ‘세상의 빛과 소금’도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남을 배척하고 욕하기보다 먼저 상대를 존중하고 대화로써 기독교 본연의 가르침을 전하는 것이야말로 신뢰회복의 지름길이다. 세상으로부터 손가락질을 받느냐, 세상의 빛이 되느냐는 한국교회의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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