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잡힌 인터불고 방화 용의자 (출처: 연합뉴스)
경찰에 잡힌 인터불고 방화 용의자 (출처: 연합뉴스)

“정신질환 악화 입원치료 거부”

[천지일보=김정수 기자] 대구 수성구 만촌동 인터불고 호텔 방화범이 범행 당시 마약을 한 상태에서 환청을 듣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대구 수성경찰서는 호텔 방화 용의자인 A(55)씨를 상대로 소변검사를 한 결과 마약 투여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1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마약 전과가 있고 범행 3일 전 필로폰을 투약했다. 필로폰은 길에서 만난 교도소 동기에게 얻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방화) 피해가 크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사람이 제일 없는 곳(호텔로비)에 불을 질렀다”고 주장했다.

A씨는 검거당시 출동한 경찰관에게 찾아가 “누가 불을 질렀는지 안다”며 “누군가 자꾸 나를 감시하고 죽이려고 해 내가 호텔에 불을 질렀다”고 자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범행 당일 유치장에서 진술을 거부했으나 이날 변호사 입회하에 오전 7시부터 조사를 받고 있다.

A씨는 20년 전부터 환청·과대망상 등 조현병 증세에 가까운 정신질환을 앓아 왔고, 올해에도 정신병 증세로 7번 이상 정신과 진료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씨는 범행 3일 전 필로폰을 투약하고 환청에 시달리다 범행을 저질렀다는 진술을 받아냈다”며 “증세가 1~2년 전부터 악화됐으나 가족과 의사의 입원치료 권유를 A씨가 매번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범행 당일 호텔 폐쇄회로(CC)TV에는 A씨가 별관 1층 바닥에 휘발유를 뿌리고 라이터로 불을 지르던 중 양손에 불이 붙어 달아나는 모습이 찍혔다. 이로 인해 A씨는 양손에 2도 화상을 입게됐다.

경찰은 호텔 카지노 관계자와 지인 사이인 A씨가 지난해 6월부터 지난달까지 48차례 투숙한 것으로 확인했으며 현장에서 칼과 톱 같은 공구와 20ℓ짜리 기름통 5~6개가 들어있는 A씨의 차도 발견했다.

A씨는 공구의 경우 자신의 손을 자르기 위해 챙겨뒀고, 기름통 8개는 인근 주유소에서 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를 현주거조물방화치상과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 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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