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상대로 한 묻지마 범죄(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여성 상대로 한 묻지마 범죄(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강력범죄 피해자 중 여성만 83.6%… 20~30대가 주요표적

시민들 “효율성 없는 실행, 오히려 여성 표적 범죄 늘어나”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강남역 살인사건이 발생한 지 벌써 3년이 됐네요. 그런데 이 사회는 바뀌지 않는 것 같아요. 여전히 여성이 무시당하고 위협받는 사회인 건 변함이 없는 것 같습니다.”

16일 오후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서 정은이(가명, 여, 25, 강남구 서초동)씨가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3년 전 강남역 살인사건을 접했을 때 굉장히 충격적”이라며 “그 당시 피해여성을 추모하는 곳에 가 직접 추모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같은 여성으로서 그냥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일명 강남역 살인사건으로 유명한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은 3년 전인 2016년 5월 17일 새벽에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동의 노래방 화장실에서 불특정한 여성을 칼로 찔러 숨지게 한 사건이다.

당시 사건 경위를 살펴보면 서울 강남역 인근 주점의 종업원인 피의자 김모씨가 사건 당일 오전 0시 33분께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노래방 화장실에 들어가서 대기하고 있다가 오전 1시 7분에 들어온 여성 하모(23)씨를 길이 32.5㎝인 주방용 식칼로 좌측 흉부를 4차례 찔러 살해했다.

당시 범인인 30대 남성은 “여성에게 자꾸 무시를 당해 홧김에 범행을 저질렀다”며 “(일부러) 여성을 기다렸다가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당시 여성들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에 충격을 금하지 못했다. 강남역 살인사건이 일어난 지 3년이 지난 지금 그때와 지금과 특별히 달라진 것이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황혜진(30, 여)씨는 “(강남역 살인사건을) 계기로 여성 혐오문제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며 “3년이 지난 지금 여성 인권에 대해 크게 달라진 것은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심하면 심했지 개선되진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여성 인권이 보호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며 “정부에서 여성을 표적으로 하고 있는 범죄에 대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남역 살인사건 추모공간 ⓒ천지일보 2019.5.17
강남역 살인사건에 대한 추모물결이 나흘간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1일 서울 서초구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서 시민들이 고인의 명복을 빌고 있다. ⓒ천지일보

강남역 살인사건 발생 후 매년마다 추모공간에 방문했다던 유지희(가명, 27, 강남구 삼성동)씨는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묻지마 살인’을 당했다는 것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며 “강남역 사건 이후로 남녀 간 갈등이 오히려 심해지고 있고 여성을 표적으로 하는 범죄가 계속 일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2017년 대검찰청 피해자 통계에 따르면 강력범죄(흉악) 중 남성은 3491명, 여성은 2만 7940명, 미상은 6.4%를 차지했다. 이는 강력범죄의 경우 여성의 비율이 압도적이었다는 점에서 여성들이 아직 강력범죄의 위험에 노출이 많이 돼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대검찰청에서 조사한 강력범죄(흉악) 피해의 연령별 현황을 보면 2~30대 여성이 90% 이상을 차지한다. 이러한 통계자료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강력범죄 특성상 상대적으로 더 약한 존재인 젊은 여성을 범행 대상을 주 타깃으로 삼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강력범죄 여성 피해자 추이 그래프(출처 : 연합뉴스)
강력범죄 여성 피해자 추이 그래프(출처 : 연합뉴스)

아울러 강남역 살인사건이 공중화장실에서 발생한 만큼 이후 남녀공용 화장실에 대해 불안감이 커지자 정부에서 이에 대한 다양한 대안을 제시했다. 지난해 8월 정부가 내놓은 ‘2019년 예산안’에 따르면, 22억 6000만원을 민간 건물의 남녀공용 화장실 분리 예산으로 편성했다

국회에서도 재발 방지를 위한 법안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말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이 발의한 ‘여성폭력방지기본법안’이 통과됐다. 이 법은 여성폭력 방지와 피해자 보호·지원에 대해 국가가 책임을 갖고 피해자의 인권 증진을 위해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제정된 법이다.

그러나 시민들은 문제를 해결하기엔 아직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두 딸을 둔 임숙자(56, 여)씨는 “관련 법안들이 나오긴 했지만 이 법안들이 실질적으로 효율성 있게 실행되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에서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한국여성의전화에 따르면 여성혐오 범죄 및 성범죄 관련 발의안 219개 중 10개만 국회를 통과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