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아리랑 대축제의 모습. (제공: 밀양시) ⓒ천지일보 2019.5.16
지난해 밀양아리랑 대축제의 모습. (제공: 밀양시) ⓒ천지일보 2019.5.16

“아랑 설화는 성폭력 살인사건이다"

"밀양 아랑규수 선발대회 중단하라"

"밀양시·공무원, 여성 우롱하는 처사"

[천지일보 경남=이선미 기자] 밀양시(시장 박일호)가 밀양아리랑 대축제(오는 19일까지) 중 ‘아랑규수 선발대회’로 인해 ‘여성을 상품화’한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경남여성단체연합은 16일 “아랑 설화는 성폭력 살인사건이다. 다른 아랑을 만드는 ‘밀양 아랑규수 선발대회’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단체는 ‘미인대회’라는 이름으로 여성의 상품화를 넘어 여성의 순결을 미덕으로 포장하는 행사가 지역 축제에서 버젓이 행해지고 있는 현실을 개탄했다.

단체에 따르면 우리 사회를 뒤흔든 미투 운동에도 불구하고 현재 밀양시·밀양문화원은 성폭력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저항하다 죽은 많은 아랑 여성들의 외침과 고발을 외면하고, 여성에게 정순을 아름다운 미덕으로 강요하고 있다. 아랑 설화는 밀양에 부임한 태수의 딸 아랑이 성폭력에 저항하다 피살됐다. 그 원혼은 신관 태수들에게 밤마다 나타나 자신의 억울함을 고했다. 한 신관 태수는 아랑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가해자를 잡아 처형한 뒤, 원혼은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이런 행사를 계속 진행하는 박일호 밀양시장을 비롯한 밀양공무원들을 향해 “성인지 감수성이 턱없이 낮음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비난하면서 “여성폭력으로 말미암아 2·3일에 1명의 여성이 죽고 있는 현실을 바꾸기 위한 외침을 철저히 외면, 여성들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일침을 가했다.

밀양시는 아랑규수 선발대회(아량제향)에 대해 밀양 아리랑 대축제의 3대 정신 충의·지덕·정순 중 ‘죽음으로서 순결의 화신이 된 아랑낭자의 정순(貞純) 정신’을 기리는 행사라고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단체는 ‘정순 정신을 기린다’라는 것에 대해 “여성들에게 순결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맞바꾸라는 말이냐”고 분개했다. 이어 "여성에게 무엇을 강요하는 것인가"라고 의문을 던졌다.

밀양시 관계자는 16일 본지 기자와 통화에서 이와 같은 비난에 대해 아무런 답변도 하지 못했다. "다만 밀양시와 여성단체 입장이 다른 것 같다"고 했다.

밀양시는 아랑규수선발대회와 아랑제향을 매년 진행한다. 아랑규수 선발 기준은 본 고장의 전통예절을 중심으로 한다. 선발배점을 살펴보면 총 500점, 필기(100점) 절과 예절(100점) 다과상 차림(100점) 발표(100점) 장기 자랑(100점)으로 진, 선, 미, 정, 숙 5명의 아랑규수와 10명의 모범규수를 선발한다. 선발된 여성은 밀양을 대표하는 정순하고 아름다운 규수로 명명해 밀양의 홍보대사로 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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