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하순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해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고 청와대와 백악관이 동시에 발표했다. 때가 때인 만큼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북핵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모멘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끝나면서 북핵 문제가 한 걸음도 진전되지 못한 채 자칫 ‘제로베이스’로 복귀할 가능성마저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그 압박으로 이해되는 대목이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은 계속 됐다는 점이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실패했던 핵심 쟁점에 대해서 문 대통령도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북한의 입장을 직간접적으로 이미 청취했으며 미국의 입장도 직접 미국으로 가서 트럼프 대통령을 통해 의견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 한미간에도 수차례의 실무적인 대화와 조율이 있었다. 이제 남은 것은 문 대통령이 추후 있을 남북정상회담에서 보다 확실하고도 구체적인 조율안을 가지고 갈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바로 이 점을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북미정상회담은 제3자가 나서서 중재하거나 조율하기가 매우 어려운 구조이다. 북한이 체제유지와 같은 급으로 이해하는 핵문제가 전제돼 있기 때문이다. 또 한편으로는 북한에 대한 강한 불신으로 가득 차있는 미국 조야를 설득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게다가 미국은 기회 있을 때마다 한국을 향해 ‘손익계산서’를 내밀며 돈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훤히 속보이는 미국의 계산법을 우린들 모르고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을 아끼며, 인내하고 설득하면서 남북미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하려고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문 대통령의 의지를 미국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또 판을 흔들거나 협상테이블을 외면하면서 한국의 희생과 뒷수습을 요구하는 식의 ‘트럼프식 협상 전략’은 이제 접어야 한다.

우리 정부도 의제를 명확히 하고 그에 맞춰 좀 더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놓고 미국의 의지를 확인해야 한다. 마침 백악관도 보도자료를 통해 두 정상이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FFVD)’를 이루기 위한 노력에 대해 긴밀한 조율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번만큼은 원론적이거나 추상적인 접근이 아니라 더 구체적이고 진전된 조율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미국의 입장까지 나온 만큼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그 진정성과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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