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밭, 유정임
김생수(1955 ~ )
장거리 신작로에 불어가던 먼지가
사막처럼 불어가던 뽀얀 먼지가
무엇보다 그립다던
그보다 더 그리운 추억은 없다던
이발소 옆에 술래잡기 버드나무
옆에 고무신 가게
옆에 포목집
옆에 예배당 다니던 누나 집 옆
막국수집에
그녀는 그리운 연애소설 페이지처럼 살았다.
[시평]
우리의 어린 시절, 마을의 외각을 가로지르는 일컫는바 신작로라고 불리는 큰길은 대부분 비포장도로였다. 그래서 버스라도 한 대 지나가면, 뿌연 먼지가 온통 길을 뒤덮고는 했다. 이즘과 같이 비가 오지 않는 오월, 그래서 숨이 턱 턱 막히고, 모를 낼 논에 댈 물이 없어, 농부들이 애를 태우는 그런 오월이면, 그 먼지 더욱 심하게 뒤덮고는 했다.
그래서 어린 시절 고향을 생각하면, 온통 먼지로 뒤덮던 그 신작로 풍경과, 먼지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 속을 뛰어다니던 동무들 생각이 떠오르곤 한다. 그래서 사막의 흙먼지처럼 불어오던 그 뽀얀 먼지가 무엇보다 그립다던, 그보다 더 그리운 추억은 없다던 막국수집 그녀.
그녀를 생각하면, 이발소 옆에 술래잡기 버드나무, 그 옆에 고무신 가게, 그 옆에 포목점, 그 옆에 예배당 다니던 누나, 그리고 그 집 옆의 막국수집 그녀. 마치 활동사진 마냥 펼쳐지며 지나가는 그 어린 시절의 그리운 풍경. 마치 그리운 연애소설 페이지처럼 살아, 아직도 우리의 가슴 어느 한편 자리하고 있구나. 뿌옇게 일어나는 그 신작로의 먼지 마냥, 언제고 우리의 마음 한 쪽 뿌옇게 그리움으로 일어나고 있구나.
윤석산(尹錫山)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