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5월의 미국 프로야구를 보면서 어버이의 은혜를 생각하게 될 줄은 몰랐다. 선수들의 어머니들이 나와 시구를 하고 자식들인 선수들은 어머니날의 상징인 핑크색이 섞인 모자를 쓰고 경기를 펼쳤다. 개인주의가 오래전부터 지배적 정서로 자리잡은 서양문화, 그 중에서도 가장 개인주의가 만연한 국가인 미국에서 어르신을 따뜻하게 모시는 어머니날 행사가 프로야구에서 펼쳐졌다는 사실 자체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어른을 공경하는 문화가 오랜 역사와 전통으로 자리잡은 ‘동방예의지국’의 한국이지만 정작 스포츠에서 부모님에 대한 ‘효행’행사가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과는 아주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메이저리그 어버이날 행사의 최정점은 LA 다저스가 찍었다. 미국 어머니날인 12일(한국시간 13일) LA 다저스 선수들은 어머니날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고 워싱턴 내셔날스와의 홈경기서 6-0의 상큼한 승리를 만끽했다. 이날 승리의 수훈갑은 류현진이었다. 류현진은 13일(이하 한국시간) 워싱턴내셔널스와의 홈경기에 선발등판해 8회 1사까지 노히트행진을 이어갈 정도로 엄청난 호투를 선보인 후 8이닝동안 116구 무실점 1피안타 1볼넷 9탈삼진의 놀라운 투구 후 8회말 대타로 경기를 마쳤다. 류현진은 이날 빛나는 투구로 시즌 5승째를 올렸다. 류현진은 이날 다른 선수들 어머니와 함께 시구에 참여한 자신의 어머니에게 승리의 기쁨을 안겨주었다. 매 경기 아들의 경기를 참관한 어머니이지만 이날 노히트 대기록 일본 직전까지 갔다가 아깝게 놓치자 안타까워하는 장면이 현지 중계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류현진은 한국의 어버이날인 8일에는 6년 만에 첫 완봉승을 낚아 올리기도 해 어머니 앞에서 ‘효자’의 진면목을 한껏 보여주었다.

개인주의하면 미국, 미국하면 개인주의를 연상하는 한국사람들에게 미국 프로야구에서 펼쳐지는 류현진과 LA 다저스 선수들의 효행은 낯설게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한국인들보다 직접적으로 개인들이 행동으로 잘 보여주지 않았을 뿐이지 실질적으로 효행을 하는 자세는 개인들의 내면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히려 한국은 편의성과 간편성을 내세워 효행 문화를 점차 잃어가고 있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는 분위기이다.

깊은 경제 불황에 일이 바쁘다는 이유로 어르신들의 기일을 건성건성 지내거나 흘려 보내고, 생존해 계신 부모님조차 어버이날에 찾아뵙지도 않는 자식들이 점차 늘어나며 부모, 자식 간에도 점차 삭막해져가는 인간 관계의 모습을 주변에서 많이 보게 된다. 심지어는 병든 부모를 학대하거나 죽이는 패륜 자식들까지 심심치 않게 언론 지상을 장식하고 있다.

이런 사회의 비정한 모습이 스포츠에서 그대로 투영되는 것 같다. 한국스포츠에서는 미국 프로야구와 같은 가슴 훈훈한 어버이날 행사 같은 것을 제대로 본 적이 없다. 프로스포츠 관계자들에게 미국 프로야구와 같은 어버이날 행사를 기회가 된다면 매년 해보도록 추천하고 싶다. 경기장에서 풍성한 볼거리 뿐 아니라 가슴이 감동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선수들의 인성함양뿐 아니라 시민들의 정서적 건강에 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르신들에게 제대로 효행을 하지 않고 후손들에게 잘 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대단히 염치없는 일이다. 자식에 대한 내리 사랑만 생각하지 말고 부모에 대한 윗사랑 실천도 매우 중요하다. 이번 어버이날을 제대로 보내지 못한 이들은 어버이에게 깊은 감사의 은혜를 보내는 미국 프로야구의 모습을 보면서 반성의 기회를 가졌으면 싶다. 물론 필자 자신부터 깊이 성찰하고 행동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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