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황교안 대표가 ‘민생투어 대장정’이라는 정치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를 독재정권, 좌파정권이라고 비난하면서 전국을 돌고 있다. 처음엔 경부선, 다음은 호남선을 중심으로 돌다가 지금은 이곳저곳 누비고 있다.

정치인이 민생투어라는 걸 하는 경우는 워낙 많이 봐서 낯설지는 않은 풍경이다. 황교안 대표의 민생투어는 뭔가 어긋나 있다는 느낌이다.

우선 일단 시작점이 좀 묘하다. 국회에서 패스트트랙 법안이 상정되자마자 시작했다. 국회 패스트트랙 입법은 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이 앞장서서 만든 법률이다. 스스로 만든 법률을 스스로 어기면서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든 장본인이 갑자기 민생투어에 나선다고 하니 의아스럽고 생뚱맞아 보인다.

민의의 전당이어야 할 공적 공간을 폭력국회로 만들었으면 반성문이라도 내야 할 판이고 그 흔한 유감표명이라도 해야 할 일이다. 사과를 하고 반성을 해야 할 시점에 꺼내든 방안이 ‘민생투어 대장정’이다. 폭력국회와 민생투어가 어울리는 조합인가. 많은 국민들은 국회가 난장판이 되는 걸 보고 혀를 끌끌 찼다. 이게 뭐하는 짓이냐, 세금이 아깝다, 참으로 부끄럽다 하면서 분노를 표했다. 동물국회, 식물국회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치혐오를 확산시킨 데 대해 무거운 책임을 느껴야 한다.

한국당 의원들과 보좌진이 패스트트랙 입법을 저지하겠다고 사생결단하는 자세로 물리력을 행사는 사이 민생법안에는 먼지만 쌓여 갔다. 민생법안 통과를 목말라 기다리는 사람들은 목이 다 빠졌다. 민생법안 통과에 발목을 잡은 장본인이 민생을 앞세우고 전국 방방골골 돌고 있으니 실소가 나올 뿐이다. 황 대표가 말하는 민생은 도대체 무슨 민생이고 누구를 위한 ‘민생’인가?

주거 문제 같은 서민들의 살림살이와 하루하루의 삶과 직접 관련된 민생법안, 스프링클러 설치, 소방관 증원과 예산배정 같은 국민안전을 위한 법안에 대해 한국당은 창당 이후 참으로 무심했다. ‘형제복지원사건 진상규명 특별법’ ‘한국전쟁민간인학살 진상규명 특별법’ ‘여순사건 진상규명 특별법’ 같은 역사 적폐 청산 법안도 모두 먼지만 폴폴 날린다. 민생법안도 안전법안도 역사 바로 잡는 법안도 모두 발목을 잡아 온 한국당이 패스트트랙 입법을 저지한다며 직무유기를 하더니 이제는 아예 국회 밖으로 나가버렸다.

주장하는 내용이 주거인권 보장을 위한 법률을 개정한다든지 비정규직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말한다든지 하는 것이 아니라 문재인 정권이 북한 대변인 역할을 한다고 비판하고 다닌다. 독재정권이고 좌파정권으로 나라 말아먹고 있다는 내용이 중심이다. 이렇게 해서는 민생을 1미리도 바꿀 수 없다. 정쟁을 확산시켜서 갈등만 증폭시키는 역할을 할 뿐이다. 그러면서 민생대장정을 한다고 한다. 민생에 무심한 정당, 민생을 팽개친 정당의 대표가 그냥 민생투어도 아니고 민생대장정을 하겠다고 하니 말문이 막힐 뿐이다.

며칠 전 대구에서 청소차 뒤쪽에 설치돼 있는 발판에 올라가 사진 찍는 퍼포먼스를 하다가 한 시민한테 고발을 당하기까지 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도로교통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안전모도 쓰지 않았고 안전 때문에 올라가지 못하게 되어 있는 청소차 발판에 올라갔다. 법률을 위반하고 환경미화노동자의 작업 안전 지침을 위반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뭉쳐 있는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연맹은 논평을 내고 “황 대표가 청소노동자의 안전을 우롱하고 정치쇼를 위해 공공연히 불법을 자행했다”고 비판했다.

환경미화 작업은 노동 강도가 무척이나 세다. 그렇지 않아도 시간에 쫓기고 많은 작업량 때문에 힘든데 정치인까지 와서 사진 찍기 좋은 상황을 만들어 달라고 하니까 속 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보도에 따르면 새벽 시간에 일을 다 보는데 황 대표가 방문한다고 해서 일부 쓰레기 수거작업량을 남겨 두었다가 낮에 했다고 한다. 정치인의 좋은 이미지를 위해 작업 수행에 방해까지 받았고 노동자들은 훨씬 힘들어졌다. 이 무슨 민폐인가? 민생을 말하면서 민생의 한 가운데 있는 사람들 괴롭히는 일이다.

정치인들이여, 쓰레기 수거차 함부로 타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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