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임혜지 기자] 5일 서울 S교회 2층 계단 앞에서 원로목사 측 교인들과 담임목사 측 교인들이 대치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5.6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5일 서울 S교회 2층 계단 앞에서 원로목사 측 교인들과 담임목사 측 교인들이 대치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5.6

법원, S교회 당회장 직무대행으로 변호사 파송

교단 헌법 보니 “임시 당회장, 노회 소속 목사로”

노회·총회·교계 “법원 판결, 교단 헌법에 위배”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최근 서울 강남구의 S교회에서 신도들 간 폭력사태가 발생해 논란이 일었다. 교회 내 의사결정기구인 ‘당회 개최’ 문제를 놓고 원로목사 측과 담임목사 측 교인들의 다툼이 벌어진 것이다.

현재 이 교회의 담임목사인 박모 목사는 법원에 직무정치 처분을 받았다. S교회 소속 노회는 이모 목사를 S교회 대리당회장으로 파송했지만, 법원은 박 목사의 직무집행이 정지됐으므로 ‘대리당회장’ 역시 그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박 목사의 직무대행자로 목사가 아닌 비기독인인 강모 변호사를 선임, 파송했다. 명목은 ‘교회정상화를 위한 역할 수행’ 등이다.

강모 변호사가 직무대행자로 선임된 것에 대해 교회 교인들은 둘로 갈렸다. 원로목사 측 교인들은 법원의 결정을 따라야 한다고 한 반면, 담임목사 측 신도들은 교회법을 무시한 법원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강 변호사는 임시당회를 소집하고자 했고 담임목사 측 교인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 변호사는 임시당회를 강행했다. 결국 당회를 저지하려는 교인들과 당회를 사수하려는 교인들 간 충돌로까지 번지게 됐다.

S교회가 소속돼 있는 교단은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예장통합)다. 총회는 총회마다 헌법을 갖고 있다. 총회에 속한 노회, 당회라면 모두 총회 헌법에 따라야 한다. 과연 총회 헌법에 따르면 비기독인이 당회장 직무대행을 할 수 있는 것일까? 본지는 예장통합총회 헌법을 근거로 이를 팩트체크 해봤다.

먼저 예장통합 총회 헌법 제 2편 제 10장 67조와 헌법 시행규정 제 16조 7항에는 ‘당회장은 그 교회 시무목사가 되며, 임시당회장은 당회장이 결원되었을 때 당회원 과반수의 결의(합의 혹은 연명)로 요청한 해 노회 목사를 노회가 파송한다’고 명시돼 있다.

사실상 총회 헌법으로만 본다면 임시 당회장은 노회가 목사를 파송하는 것이 맞다. 따라서 법원이 파송한 비기독인은 교회법상으로 따진다면 당회장, 곧 담임목사의 역할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는 “영적인 지도자의 자질이 없는 비신자를 교회의 대표자 격으로 세운다는 것은 도리어 성도들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될 수 있다”며 “사태 중재를 위한 대표자 회의 등을 주관할 수 있어도 당회를 열고 안건을 처리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예장통합 총회 헌법 제 2편 제 10장 67조와 헌법 시행규정 제 16조 7항에는 ‘당회장은 그 교회 시무목사가 되며, 임시당회장은 당회장이 결원되었을 때 당회원 과반수의 결의(합의 혹은 연명)로 요청한 해 노회 목사를 노회가 파송한다’고 명시돼 있다. ⓒ천지일보 2019.5.16
예장통합 총회 헌법 제 2편 제 10장 67조와 헌법 시행규정 제 16조 7항에는 ‘당회장은 그 교회 시무목사가 되며, 임시당회장은 당회장이 결원되었을 때 당회원 과반수의 결의(합의 혹은 연명)로 요청한 해 노회 목사를 노회가 파송한다’고 명시돼 있다. ⓒ천지일보 2019.5.16

이같이 당회장 직무대행에 법원이 이례적으로 비기독인을 선임한 것에 대해 소속 노회를 비롯한 총회에서는 잇달아 우려를 표했다.

서울강남노회는 지난달 20일 공문을 통해 “공교회가 가지는 종교단체로서의 독립성과 고유한 영적 공동체로서의 특성을 감안할 때, 교단 및 교회법의 적용을 받는 개교회의 당회장의 직무를 목사가 아닌 자에게 맡길 수 있다는 법원의 판단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며 “교회의 상황과 노회의 역할을 무시한 법원의 결정은 거룩한 교회의 영역과 자율권에 대한 침해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총회 임원회 역시 지난 3일 회의를 열고 ‘목사가 아닌 일반 변호사가 시무장로들을 소집한 모임을 당회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해 “용인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총회 헌법위원회는 “교단의 헌법 규정이 있고 그 규정에 의한 절차나 과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거치지 않고 법원의 판결에 의해 목사가 아닌 일반 변호사를 직무대행자로 선임하고 이 직무대행자가 당회장의 역할을 하는 것은 교단 헌법에 위반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급기야 교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교회의 직무대행자로 변호사를 지정하는 것은 종교의 독립성에 대한 도전이며 교회의 자율권과 교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 권태진 목사)는 지난달 30일 성명을 내고 “법원은 교권 침해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며 “법원이 헌법에 명시된 정교분리 원칙을 완전히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S교회와 관련한 법원의 개입은 교회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한국교회 전체를 우롱한 것”이라며 “교회 공동체를 훼손하는 판결이나 행위에 대해 결코 묵과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노회와 총회에 이어 교계에서도 지적이 나오면서 S교회 사태는 교회법과 법원의 결정이 충돌하는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이에 직무대행자로 선임된 강 변호사의 행보에도 영향이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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