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간 무역갈등이 치킨게임으로 격화되면서 세계경제를 뒤흔들고 있으며, 한국 역시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사진은 지난 2017년 11월9일 중국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중국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나란히 걷고 있는 모습 (출처: 뉴시스)
미국과 중국 간 무역갈등이 치킨게임으로 격화되면서 세계경제를 뒤흔들고 있으며, 한국 역시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사진은 지난 2017년 11월9일 중국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중국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나란히 걷고 있는 모습 (출처: 뉴시스)

 

중간재 수출 차질, 감소세 계속
환율 상승, 소비 위축 우려
증시반영, 작년과 달라진 시장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치킨게임을 이어가면서 글로벌 시장을 계속해서 뒤흔들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이슈가 생길 때마다 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하고 있다. 곧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면 급락하고, 긍정적 전망이 나오면 급등하는 형국이다.

미국과 중국의 보복성 관세 조치가 전면전으로 접어든 가운데 장기화 된다면 특히나 G2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는 직접적인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 즉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이다.

우리나라는 수출을 통한 경제성장에 의존해왔기 때문에 세계적인 불황에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특히 중국 수출 물량 중에는 반도체 등의 ‘중간재’가 80%를 차지한다. 중국이 이 같은 중간재를 사들여서 완제품을 만들어 미국에 수출하는 구조다. 따라서 중국의 미국수출이 줄어들면 우리나라도 함께 타격을 입는 것이다. 최근 몇 년간 3%대 안팎의 성장률을 이끌었던 것도 수출인데, 그중에서도 수출을 주도했던 것이 반도체였다. 그러나 반도체업황이 최근 불황에 빠졌고, 그 원인 중 하나도 미중 무역전쟁 영향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에 수출기업들의 어려움이 예상되며, 중국에 생산 공장을 가진 많은 국내 기업들도 피해가 예상된다. 실제 수출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5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으며, 6개월 연속 감소 우려도 커지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한국은 중간재 수출 의존도가 높아 계속해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 수출구조를 바꿀 필요성도 제기하고 있으나 이는 사실상 힘들다”고 말했다.

일반 국민에게도 미중 분쟁의 영향은 그대로 체감할 수 있도록 고스란히 돌아온다. 우선은 환율 상승이다. 수출이 줄어들면 원화 곧 우리 돈의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달러화 가치는 높아진다. 결국 환율이 오르면 석유 등 수입해 쓰는 물건의 가격은 오르고 해외 직구 비용과 여행비 상승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석유 값이 오른다면 당연히 주유소 연료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고, 주유소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에게는 직접적 체감을 하게 되는 셈이다. 해외 직구는 물론 해외여행을 즐기는 소비자도 마찬가지로 이용 경비가 올라 주머니 부담이 커지게 된다. 또 기업들의 어려움은 나아가 고용시장에도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국내 전반적으로 소비 위축으로 연결될 전망이다.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이미 작년 주가가 폭락한 ‘검은 10월’을 겪으면서 특히나 제대로 실감하고 있다. 현재도 주가가 많이 내려 이들의 고민을 키우고 있다.

이래저래 미중 무역분쟁은 우리나라에는 직격탄을 맞게 돼 양측의 협상 여부에 좌지우지되고 있다. 다만 미중 무역 전쟁은 전 세계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지만 양국의 경제 성장률도 함께 낮추고도 있어 극단적으로 가진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곧 역설적으로 양국이 어느 정도 타협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협상에서는 증시시장에 반영되는 영향은 크지 않았다. 실제 지난 10일 미국의 추가 관세인상에도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03포인트(0.29%) 올라 5거래일 만에 상승세로 마감하며 2100선을 지킨 바 있다. 중국의 보복관세와 미국의 추가 관세 예고에도 코스피는 13일 29.03포인트(-1.38%) 하락하긴 했으나 14일(0.14%)과 15일(0.53%) 연이틀 상승세로 마감했다.

이에 대해 오성진 조인에셋 투자자문㈜ 운용대표는 “작년에는 중국이 무역전쟁에 대한 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전쟁이 이어지면서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커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면, 올해는 중국이 대응조치를 어느 정도 해놓은 데다 많은 부분이 타협됐고 협상 막바지에 미국이 강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적 관세부과이기 때문에 시장 반영이 작년과 달라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두 정상이 긍정적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점도 금융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오 대표는 “우리나라의 경우 수혜의 입장이다 보니 피해를 보고 있어 미중 양국 관계와 무역전쟁 상황에 따라 반영될 수밖에 없으며, 직접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 하지만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오는 6월 28일을 디데이로 정해놨기 때문에 그때까진 의견 줄다리기는 있겠으나 그전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까 싶다”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김지해 재무상담 전문가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위안화가 올랐고 더 오를 것으로도 전망되는 등 환율전쟁이기도 하다. 마치 미국이 키를 쥐고 있는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미국이 중국에 쩔쩔매고 있는 상태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양국이 어느 정도 타협을 보며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편 미중무역전쟁은 지난해 4월 트럼프 행정부가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 25%를 부과하기로 결정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중국도 동일한 규모와 관세율을 적용해 맞불을 놓자 미국은 지난해 9월 2000억 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 10%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중국 역시 6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5~10% 관세 부과로 대응했다.

미국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난 10일 2000억 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10% 부과하던 관세를 25%로 올리겠다고 했고, 중국 역시 13일 6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5~25%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치킨게임을 이어오고 있다. 미국은 향후 3~4주 내에 협상 진척이 없다면 3000억 달러에 대해서도 관세를 인상하겠다고 엄포해놓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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