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쓰러진 사람 심폐소생술 했는데 사망… 법적 책임 있을까?
[팩트체크] 쓰러진 사람 심폐소생술 했는데 사망… 법적 책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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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폐소생술.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심폐소생술.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상해에 대한 형사책임 ‘면책’

사망한 경우 면책 아닌 감면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여러분 걱정하지 마십시오. 무엇보다도 사람을 살리는 게 우선이기 때문에 길에서 쓰러진 사람을 발견하면 먼저는 주변인을 통해 신고하게 하신 뒤, 지체 없이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에게 법적 책임은 없습니다.”

최근 민방위 교육 훈련에 참석했던 강태영(가명, 33, 남)씨는 심폐소생술을 교육받으며 이 같은 교육관의 이야기를 듣고 의문을 품게 됐다. 과연 교육관의 말은 사실일까? 결론부터 내자면 이는 사실이 아니다. 물론 면책되는 경우도 있지만 현행법상 반드시 책임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심장마비와 같은 예기치 않은 일로 길에서 갑자기 쓰러진 사람을 발견했을 때 양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를 돕는다. 이러한 행동은 119에 신고를 하거나 위급한 경우 구급대가 도착할 때까지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는 것으로 나타날 수 있다. 환자의 소생 여부를 떠나 양심적으로 용감하게 행동한 부분 자체에 대해선 비난이 없다.

반면 길을 지나다가 쓰러진 사람을 보고도 모른 척하고 지나간다면 사회적으로 큰 비판을 받게 된다. 실제로 지난 2017년 대구에서는 택시기사 A씨가 심장마비로 쓰러졌는데 차에 타고 있던 승객들은 비행기 시간이 급하다는 이유로 A씨를 방치하고 신고조차 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떴다.

시간이 지나 A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경찰의 조사 결과 A씨의 차에 탑승했던 승객들은 119에 신고를 하지 않은 것은 물론 기절한 A씨의 옆에서 차키를 뽑아 그 키로 트렁크를 열고 본인들의 짐을 찾아갔던 것으로 확인됐다. 여론은 해당 승객들을 향해 비난을 쏟아냈다.

심장마비.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심장마비.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이 한 가지 사례만 봐도 길에 쓰러진 사람을 구하는 행동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고 ‘당연하다’는 생각까지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착한 행동’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지게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과연 쉽게 나설 수 있을까?

우리나라 현행법령 가운데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5조 2항(선의의 응급의료에 대한 면책)’에 따르면 생명이 위급한 응급환자에게 응급의료 또는 응급처치를 제공해 발생한 재산상 손해와 사상(死傷)에 대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그 행위자는 민사책임과 상해(傷害)에 대한 형사책임을 지지 아니하며 사망에 대한 형사책임은 감면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당 법률은 언뜻 보면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해주는 행동에 대해 모든 것이 면책된다는 것처럼 비춰진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면책되는 것은 민사책임과 상해에 대한 형사책임 부분이며, 사망에 대해서는 책임을 감면한다는 것이지 면책한다고는 돼 있지 않다.

결국 심폐소생술을 시행했는데 환자가 사망했을 경우 그 행위자에 대해 유족들이 문제를 삼고 형사소송을 걸게 된다면 책임을 감면받을 수는 있으나 책임 자체를 피할 방도는 없는 것이다.

한편 이와 관련해 일각에선 법을 개정하고 적용 범위를 넓혀 사망까지도 면책 규정에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와 더불어 위험에 처한 사람을 외면하는 사람을 처벌할 수 있는 ‘선한 사마리아인법’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선한 사마리아인법’은 자신에게 피해가 없음에도 구호 및 구호행위를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사람을 처벌하는 법을 말한다. 이 법을 도입한 이탈리아, 덴마크, 프랑스 등 일부 유럽국가에서는 위험에 빠진 사람을 보고도 그냥 지나친 사람에게 5년 이하의 징역형을 내리고 있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천지일보DB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천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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