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4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을 예방, 인사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4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을 예방, 인사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합장’거부 관불의식 땐 손사래까지
“이웃종교 와서는 해당예법 따라야”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교회 전도사로 일할 만큼 독실한 개신교 신자로도 잘 알려진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에서 불교 예법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또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그동안 지속해서 논란이 됐던 기독교-불교 간의 종교 갈등은 쉽사리 가라앉질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불교계 언론에 따르면 지난 12일 경북 영천 은해사에서 열린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 참석한 황 대표는 목탁 소리에 맞춰 고개를 60도 정도 숙이는 불교 예법인 ‘반배(半拜)’와 불교식 인사인 ‘합장’을 하지 않았다. 또 법요식 마지막 순서로, 불교계에서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아기 부처를 씻기는 관불의식 역시 자신의 이름이 호명됐지만, ‘손사래’를 치며 끝내 거절해 불교계의 공분을 샀다.

이에 불교 매체들은 황 대표에 대해 불쾌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웃종교에 와서는 그 예법을 따라야 하는 게 아니냐는 논리였다.

이 같은 황 대표의 합장 논란은 이번만이 아니다. 황 대표는 지난 3월 14일 취임 후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과 만나기 위해 조계종 측 요구로 대웅전에서 참배는 했지만, 원행스님을 향해 서서 3번 반배와 합장 대신 악수와 함께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는 이유로 불교계 언론의 노골적인 질타를 받았다.

이에 조계종은 황교안 대표의 종단 방문 계기로 ‘법당참배’를 의무화하는 매뉴얼을 만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 같은 황 대표의 합장 논란을 타 종단 스님은 어떻게 바라볼까. 이에 대해 대한불교임제종 평인사 주지 혜원스님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마다 신앙의 자유가 있는데 ‘법당참배’를 의무화하면 예방을 할 수도 못할 수도 있는 결과를 초래해 종교가 하나 되는 길이 멀어지지 않겠냐”고 우려했다.

이어 “메뉴얼화 하는 경우가 바로 종교 갈등을 조장하는 일 아니냐”며 “사람마다 그릇이 다르다. 그래서 네 종교 내 종교 없이 그 예법을 따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자신의 신앙과 부합되지 않아 못할 수도 있는 것인데 절을 강제로 시키는 것은 무리”라고 봤다.

그러면서 스님은 “종교가 하나 되려면 서로 이해하며 한발 양보해야지 마치 원행 총무원장을 만나러 가면 불자가 돼야 한다는 식으로 한다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앞서 한국교회언론회(대표 유만석 목사)는 황교안 총리의 조계사 대웅전 참배와 관련해 불교계에 불쾌감을 표출했다.

한국교회 언론회는 “정치적인 행보와는 상관없이, 황 대표가 기독교인임을 알면서도, 굳이 ‘로마에 오면 로마법을 따르듯이, 절집에 오면 절집 법을 따라야 한다’며 대웅전 참배를 요청하였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황 대표가 사찰에 참배 목적으로 온 것이 아니라면, 본인이 원하지도 않는 참배를 요청하는 것은 본인에 대한 부당한 종교적 압력이면서 이웃 종교인 기독교에 대한 무례함”이라고 주장했다.

또 “황 대표가 독실한 기독교인이라는 것은 이미 불교계에서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일터 굳이 ‘절집 법’을 운운하며,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종교의 자유’를 무시하는 것은 우리 기독교에 대한 우월성이나 모욕을 주려는 태도는 아니었는지”라고 반문하며 반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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