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예슬 기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스승의 날’을 맞아 실시한 교원 인식 설문조사 결과(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1.32p). ⓒ천지일보 2019.5.14
[천지일보=김예슬 기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스승의 날’을 맞아 실시한 교원 인식 설문조사 결과(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1.32p). ⓒ천지일보 2019.5.14

교직 최대 고충 ‘학부모 민원’

교육과제 1위 ‘교권확립’ 뽑혀

교총 “생활지도권 강화해야”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교사들의 사기가 떨어져서 학교교육의 심각한 문제가 우려됩니다.”

스승의 은혜를 기억하고 감사하는 ‘스승의 날’인 15일 교사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크고 작은 행사들이 열리고 있지만 정작 학교 현장에서는 ‘교권 붕괴’ 등으로 인해 교사들의 사기가 최대로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에 따르면 올해 제38회 ‘스승의 날’을 맞아 실시한 교원 인식 설문조사 결과(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1.32p) ‘최근 1~2년간 교원들의 사기가 떨어졌다’는 응답은 전체의 87.4%에 달해 역대 최고를 나타냈다.

이는 2009년 같은 문항으로 처음 실시한 설문 결과 ‘떨어졌다’고 답한 비율(55.3%)보다 32%p나 증가한 수치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6일까지 진행됐으며, 전국 유·초·중·고 및 대학 교원 5493명이 조사에 참여했다. 조사에서는 교권 보호 실태에 대해서도 부정적 의견이 높았다.

‘학교 현장에서 선생님의 교권은 잘 보호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는 답변이 65.6%에 달했다. 교권 보호가 잘 되고 있다는 대답은 10.4%에 불과했다.

이 같은 사기 저하와 교권 하락은 교사 개인의 문제를 넘어 학생지도에 ‘냉소주의’ ‘무관심’ 등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기 저하와 교권 하락으로 인해 발생하는 가장 심각한 문제에 대해 ‘학생 생활지도 기피, 관심 저하’를 꼽은 교사는 50.8%로 과반이나 됐다.

‘교직생활에서 가장 큰 어려움(복수응답)’에 대해서는 ‘학부모 민원 및 관계 유지(55.5%)’를 1순위로 들었다. 이어 ‘문제행동·부적응 학생 등 생활지도(48.8%)’ ‘교육계를 매도·불신하는 여론·시선(36.4%)’ ‘교육과 무관하고 과중한 잡무(32.0%)’ ‘톱다운 방식의 잦은 정책 변경(14.6%)’ ‘권위적 학교문화와 동료 교직원 간 갈등(9.7%)’ 등 순으로 조사됐다.

학부모의 민원과 학생 생활지도의 어려움은 명예퇴직(명퇴) 증가의 원인이 되고 있었다. ‘최근 교원 명퇴가 증가한 가장 큰 이유(복수응답)에 대한 응답은 ‘학생 생활지도 붕괴 등 교권 추락(89.4%)’과 ‘학부모 등의 민원 증가에 따른 고충(73.0%)’이 각각 1·2위로 나타났다.

교사들은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로 ‘교권’ 문제를 꼽았다. ‘학교 교육 정상화를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복수응답)’를 묻는 질문에 69.3%가 ‘교원의 교권 확립’이라고 답했다.

그 다음으로는 ‘사회적 요구의 무분별한 학교 역할 부과 차단(48.4%)’ ‘정치·이념 따른 잦은 정책 변경 지양(23.3%)’ ‘교육공동체 신뢰·협력 관계 구축(20.2%)’ ‘대입 등 입시제도 개선(14.9%)’ ‘교원 확충 및 교육 시설환경 선진화(11.2%)’ 등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30여년간 교직생활을 했던 최병용 칼럼니스트는 “지금 교사들은 사기가 떨어질 만큼 떨어졌다고 말한다”며 “대다수 학생들이 공교육이 아닌 사교육에 의존하다보니 선생님들이 느끼는 보람이 예전과는 큰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도 아이를 대학에 보냄에 있어서 공교육보다는 사교육이 더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예전에는 사교육이 보조 수단이었으나 지금은 사교육이 주가 되고 공교육이 보조가 된 ‘역전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교권이 무너지게 된 요인으로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꼽았다. 그는 “학생인권조례를 만들더라도 교권보호대책을 함께 강구하며 만들어야 했다”면서 “지금에 와서 교권보호를 위해 새로운 법을 만들어나간다고 해도 이미 망가져버린 교권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번 설문조사를 진행한 교총은 “교원들의 사기와 교권이 ‘저하’를 넘어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고, 이것이 학생 지도와 학교 업무에 대한 무관심, 냉소주의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학부모 민원과 학생 생활지도가 명퇴의 주원인으로 드러난 만큼 교원지위법의 현장 안착 등을 통한 실질적 교권 확립과 교원들의 생활지도권 강화 방안도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교총은 “무상교육 등 포퓰리즘 정책보다는 학급당 학생수 감축과 쾌적한 교실환경을 구축함으로써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는데 교육재정을 우선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사기와 교권이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교원들은 여전히 아이들을 믿어주고 사랑하는 교사가 되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다”면서 “사회 각계가 학교와 교원을 존중하고 신뢰하는 든든한 후원자가 돼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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