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안현준 기자] 김용장 전 미 정보부대 군사정보관(왼쪽)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5.18은 계획된 시나리오였다’ 특별기자회견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5.13
[천지일보=안현준 기자] 김용장 전 미 정보부대 군사정보관(왼쪽)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5.18은 계획된 시나리오였다’ 특별기자회견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5.13

김용장 전직 美정보요원과 韓보안부대 출신 허장환씨

국회서 ‘5.18, 계획된 시나리오’ 증언 기자회견 열어

“발포명령과 사살명령 달라… 전두환 사살명령권자”

“사복군인, 시민 위장해 극렬행위 유도” 주장 펼쳐

“전일빌딩 헬기사격, 도청 진압 전 저격병 제거 위해”

“시신 소각·유기와 군에 의한 성범죄 존재” 증언도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5.18민주화운동 당시 전두환(88) 전 대통령이 광주를 방문했고, 그 목적은 시민에 대한 ‘사살명령’이었을 것이라는 증언이 13일 나왔다.

1980년 당시 광주에서 미군 501여단 방첩 정보요원으로 활동한 김용장씨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두환이 1980년 5월 21일 K57(제1전투비행단) 비행장에 와서 정효용 당시 특전사령관, 이재우 505보안대장 등 74명이 회의했다”며 “이는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라고 증언했다.

김씨는 자신을 5.18민주화운동 당시 제1전투비행단(광주 송정공항)에 주둔한 주한미군 501여단에서 근무했던 유일한 한국인 정보요원으로 소개했다. 김씨에 따르면 그가 쓴 보고서 40건 중 5건은 미국 백악관으로 전달됐고, 당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3건을 직접 읽었다.

김씨는 전씨가 당시 직접 사살명령을 내렸다고 추정했다. 그는 “회의에서 무슨 이야길 했는지는 모른다”면서도 “전두환의 방문 목적은 사살명령이었다고 생각된다. (회의 이후 오후) 집단 사살이 이뤄졌기 때문에 당시 회의에서 사살명령이 전달됐다고 하는 게 저의 합리적인 추정”이라고 주장했다.

[천지일보=안현준 기자] 김용장 전 미 정보부대 군사정보관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5.18은 계획된 시나리오였다’ 특별기자회견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5.13
[천지일보=안현준 기자] 김용장 전 미 정보부대 군사정보관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5.18은 계획된 시나리오였다’ 특별기자회견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5.13

그는 “헬기를 타고 왔기 때문에 비행계획서를 작성했을 것이다. 파기하지 않았다면 자료가 남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발포명령과 사살명령은 다르다. 발포는 상대방이 총격을 가했을 때 방어 차원에서 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그간 언론과 시등에서 발포 명령을 누가 했는가에 대한 논의 관련해 발포라는 표현이 잘못됐다는 취지다.

이번 기자회견엔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서 505보안부대 수사관으로 근무했던 허장환 전 특무부장도 참여했다. 그는 1988년 광주청문회에서 양심선언을 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그 역시 “발포는 초병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위협이 되는 상황에서 자의적 구사를 하는 것”이라며 “전씨는 절대 발포 명령권자가 아니라 사격 명령권자”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 사격을 제가 직접 목도했다. ‘앉아쏴 자세’에서 사격은 절대 자의적 구사가 아니다”라며 “그건 사살이다. 전씨는 사살명령을 내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김씨는 자유한국당 인사들이 제기한 북한군 침투설에 대해 “북한군 침투설은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전씨가 허위날조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600명의 북한 특수군이 광주에 왔다는 주장은 미군 정보망이 완전히 뚫렸다는 이야기”라며 “당시 한반도에선 두 대의 위성이 북한과 광주를 집중 정찰하고 있었다”며 “북한에서 600명이 미국의 첨단 감시망을 피해 들어오는 것은 불가능”이라고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어 김씨는 북한군 600명이 광주로 오기 위해서는 적어도 30척의 잠수정이 필요한데 당시 북한은 그 정도의 잠수정을 보유하지도 못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터무니없는 사실이라 보고서에 다루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천지일보=안현준 기자] 허장환 전 보안사 특명부장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5.18은 계획된 시나리오였다’ 특별기자회견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5.13
[천지일보=안현준 기자] 허장환 전 보안사 특명부장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5.18은 계획된 시나리오였다’ 특별기자회견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5.13

김씨는 당시 광주 내부에서 시민 행세를 하던 사복 군인들이 실제 있었다고도 밝혔다.

김씨는 “‘편의대’라고 불리는 사법군인이 존재했다. 제가 첩보를 입수하고 5월 20일 전후로 K57비행장에 찾아가 눈으로 확인한 후 30~40명가량으로 보고 했다”며 “나이는 20~30대 젊은이들이었고 짧은 머리에 일부는 가발을 썼다 얼굴은 쌔까맣게 그을려 있었고 그중엔 거지처럼 넝마를 걸친 사람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들을 광주로 보낸 건 전씨의 보안사령부였다”며 “북한 특수군이 했다는 방화, 총격, 장갑차, 군 수송차량 탈취는 일반 시민이 했다고 보기 어려운 극렬 행위”이라고 지적했다. 김씨는 “저는 감히 남한 특수군이라 부르는 이들이 선봉에서 시민을 유도하거나 직접 벌인 소행이라 추정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언비어 유포 역시 이들이 시민으로 위장해 벌인 공작일 것”이라면서 “시민을 폭도로 만들고 강경 진압의 빌미를 만들기 위해 보안사가 고도의 공작을 벌였다(고 추정한다). 이들의 실체가 밝혀지면 모든 의문이 풀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씨는 광주에서 있었던 전일빌딩 헬기 사격 여부와 관련해 “(시민이 있던) 전남도청을 은밀하게 진압하러 가는 과정에서 건물에 저격병이 있다는 첩보가 있었다”며 “할 수 없이 헬기로 저격병을 저격하는 작전을 구상했다. ‘호버링 스탠스(헬기가 한 자리에 멈춰 비행하는 것)’ 상태에서 사격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당시 시신 소각·유기, 성범죄 의혹 등에 대해서도 증언했다.

5.18민주화운동 상징 공간인 광주 전일빌딩의 총탄 흔적이 헬기에서 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14일
5.18민주화운동 상징 공간인 광주 전일빌딩의 총탄 흔적이 헬기에서 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14일 "옛 전남도청 쪽에서 금남로 방향으로 돌면서 사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사진은 1980년 5·18 당시 광주 동구 금남로 전일빌딩 주변에 헬기가 날고 있는 모습. (출처: 뉴시스)

김씨는 “5공 청문회 당시 정호용 전 특전사령관이 ‘시체 가매장은 있었지만 암매장은 없었다’고 대답했는데, 군은 가매장한 시신을 재발굴해 일부는 광주통합병원에서 소각했고, 최근 언론 보도대로 일부는 김해공항 등으로 수송됐다”고 밝혔다.

허씨는 “시민군이 평정된 뒤 시민 사살자 중 간첩이 있을 수 있으니 엄중히 가려내라는 지시가 있었다”며 “(당시 임무에 투입된) 공수특전단은 가매장 위치를 좌표로 표시해 보고했다. 가매장된 시신을 다시 발굴한 것은 지문을 채취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지문 채취가 끝난 사신들은 광주통합병원으로 옮겨 소각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옮겨 유기했다고 봤다. 시신 규모에 대해서도 하루에 20구씩 10일 간 최대 200구가 소각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군에 의한 성범죄 등에 대한 첩보도 보고서에 담았다고 김씨는 증언했다. 다만 첩보보고의 특성상 짧게 썼다며 “성적 학대(sexual harassment)나 성적 폭력(sexual violence)이 이뤄졌다고 보고했다”고만 답했다.

허씨는 5.18 당시의 일이 왜 39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는가에 대해 “보안사가 광주를 평정하고 제일 급박하게 한 일이 자행한 범죄를 숨기기 위한 기구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 기구가 511대책분석반이었고, 나중에 511연구회로 탈바꿈했다”며 “연구회가 (진실을) 희석하고 파괴하는 과정을 겪고 정치적 문제로 또 덮이고 (그런 이유들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