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난 4일에 이어 9일에 또 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반도 정세는 다시 요동치고 있다. 4.27판문점선언 1주년이 갓 지나고, 미국 비건 협상대표가 한미일 안보회의 차 방한해 있고, 문재인 대통령은 식량지원을 미국과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있었으며, 무엇보다도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2주년 특별대담을 4시간 앞둔 시점에 보란 듯이 재차 미사일을 발사했다.

수많은 약속과 협정과 선언 등이 무색할 정도로 북한은 벼랑 끝 전술이라는 전통적 본색을 드러내며 또다시 한미의 허를 찔렀고, 멘붕을 안겼다. 

북한의 속내를 급하게 분석해보자면 미국과는 자극 대신 협상의 여지를 남겨둔 채 남측을 향해 식량지원 등으로 인도주의 운운하며 생색내지 말고 미국으로부터 체재보장과 제재완화에 대한 실질적인 역할을 왜 제대로 못 받아내느냐에 대한 불만을 미사일로 대신하지 않았을까. 

좀 더 추가해본다면 북미 2차 하노이회담 결렬에 대한 계산된 분풀이와 그 후유증 즉, 내부 군부 내지 강경파들의 불만세력을 잠재우려는 고육지책(苦肉之策)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또 남측신형무기 도입과 한미군사훈련에 대한 반발과 함께 북 신형무기 성능 실험 및 발전을 위한 계획된 군사행동은 아니었을까. 

숱한 분석이야 가능하지만 김정은의 속내를 그 누구도 정확하게 꿰뚫어 볼 수는 없다. 북한 주민 절반 가까이 기아에 시달리는 상황에서도 식량지원도 마다하고 군사적 모험을 서슴없이 자행하는 김정은식 행동에 대해 어떻게 이해해야 하며, 나아가 남측은 남측대로 미국은 미국대로 과연 어떤 신호를 보내야 할까. 

김정은의 도발 아닌 도발 속에 담긴 의도는 어떤 답과 신호를 빨리 보내라는 다급한 주문이 아닐까라는 분석에서다.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며 오늘 우리가 직면한 한반도 상황의 현실이다.

그러함에도 한미는 신중에 신중을 기하며 불쾌한 감정을 감추고 인내하며 그야말로 판을 깨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남측 역시 한반도 전역에 사정권을 둔 신형 무기와 탄두가 눈앞에서 날아 다녀도 발사체의 제원에 대해 사실대로 발표하지 못하고 오히려 은폐하기에 급급할 정도다. 이는 국민들의 오해와 불신을 초래하며 국론마저 분열시키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한미의 우유부단한 처사는 김정은으로 하여금 오판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나아가 1단계(4일 발사), 2단계(9일 발사)에 이어 3단계로 ICBM과 추가 핵실험으로 이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기우(杞憂)만이 아닌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과의 일촉즉발 사태, 베네수엘라 사태, 미·중 무역전쟁, 나아가 대선을 코앞에 둔 산만한 내외부상황이 김정은의 3단계 도발로 이어지게 하는 충분한 환경이 되기 때문이다.

거침없는 미사일 발사는 남북 간 긴장고조와 적대행위금지라는 9.19남북군사합의를 마치 비웃기라도 하는 듯하다. 집권 후 한 번도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가 없었음을 늘 치적으로 내세우던 트럼프 대통령 역시 방향을 잃은 모습이 역력하지만 애써 감추려 할 뿐이다.

만약 한미 양국의 대북기조 변경이 불가피하고 나아가 초읽기에 몰렸다면 이미 막다른 골목에 접어들었다고 봐야 하며, 북한은 그야말로 말로(末路)를 걷게 될 것이며, 나아가 한반도 전역은 불 보듯 훤하다.

여기까지 가선 안 된다는 이성적 판단이 현재 한미가 “도발로 볼 수 없다”며 애써 낮은 단계로 발표하는 이유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평화와 통일은 법과 정치와 외교와 군사적 방법으로는 역시 불가능하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발견하게 된다. 역시 평화는 하늘의 몫이라는 점을 각인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럴 때 일수록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라는 말이 가슴에 깊게 자리 잡는다. 역대 정권 가운데 가장 극렬하게 보수와 이념의 대립으로 갈라진 이 나라, 협치와 통합이 실종된 대한민국, 오늘과 같은 난국을 대비해 수많은 선진 석학들이 역사를 통해 남긴 징비록(懲毖錄)들이 그저 무색할 따름이다.

그래도 ‘난세에 영웅이 난다’는 구전돼 내려오는 약속의 말 즉, ‘백마(白馬)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기에 아직 꿈을 잃거나 포기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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