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논단] 북한에 끌려다니는 신세된 미국 대통령
[통일논단] 북한에 끌려다니는 신세된 미국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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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시간은 미국 편이다”. 북미 회담과 북한의 비핵화를 놓고 많은 전문가들이 그렇게 분석하지만 엊그제 트럼프의 재세는 우리 모두에게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북한이 지난 4일 단거리 발사체 발사에 이어 닷새 만에 추가적으로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미국의 비핵화 협상 의지는 당분간 ‘유효’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북한은 지난 4일 원산 호도반도에서 최대사거리 240여㎞의 단거리 발사체 수발을 발사한 데 이어, 9일에는 평안북도 구성에서 270여㎞와 420여㎞ 사거리의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폴리티코와 인터뷰에서 단거리 미사일에 대해 “나는 그것이 신뢰 위반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것들은 단거리 미사일이었고, 아주 표준적인 것들(very standard stuff)이었다”고 밝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언젠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우호 관계에 대한 신뢰를 잃을 수 있다”면서도, “어떤 시점에서 그럴 수 있겠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북한 체제와 미국의 정치체제는 21세기 오늘 가장 대조되는 독재와 민주의 상징으로 볼 수 있다. 앞으로 북한의 김정은은 얼마나 더 집권할지 그 끝이 보이질 않지만 미국의 대통령은 단명으로 끝낼지, 재집권 해봤자 겨우 8년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혹 벌써 자신감을 잃어버린 ‘패배자’의 독백은 아닌가 싶어 우려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목표가 내년 12월 다시 한 번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이란 사실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그의 재선에서 북한의 비핵화는 관건적인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바로 김정은이 그 점을 발목잡고 나서고 있는 듯하다.

북한의 저돌적인 군사적 도발에 대해 자세를 낮추고 있는 것은 워싱턴만이 아니다. 왜 우리 정부와 군은 북한이 9일 쏜 ‘북한판 이스칸데르’에 대해 미사일이라면서도 미 국방부와 달리 미사일의 한 종류인 탄도미사일(ballistic missile)이라고 부르지 못하는 것일까. 군은 “아직 분석 중”이라고 하지만 전문가들은 탄도미사일의 압도적인 위력을 그 이유로 보고 있다. 탄도미사일은 발사 전반 및 상승 단계 일부 구간에서 엔진이 작동한 뒤 꺼진다. 그 뒤로는 관성으로 정점까지 도달한 뒤 목표물을 향해 자유 낙하한다. 포물선 궤적을 그리지만 최신 탄도미사일은 하강 시 ‘변화구’ 형태의 복잡한 궤도를 그리기도 한다. 목표물을 타격할 때까지 엔진이 작동하며 비행기처럼 수평으로 날아가는 순항미사일(cruise missile)과 구분되는 점이다. 

탄도미사일은 높게는 대기권 밖 수천 km 상공까지 올라갔다가 자유 낙하하는 만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준으로 하강 속도가 마하 20을 넘어선다. 최고 속도가 마하 1을 넘지 않는 순항미사일과 확연히 구분된다. 그만큼 파괴력이 크다. 속도가 빠르고 비행 고도 및 속도가 계속 바뀌는 탓에 요격도 장담할 수 없다. 

탄도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해 쏘면 한 지역을 통째로 날려 버리는 대량살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는 북한의 명백한 유엔 제재 위반인데도 그 의미를 축소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여당은 대북 식량지원을 거들고 나섰다. 거듭된 도발로 정부 안에서조차 신중론이 나오지만 청와대는 ‘바뀌는 것은 없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새 원내대표는 “인도적 지원을 즉각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단거리미사일은 그 사정권 안에 있는 우리에겐 당면한 현실적 위협이다. 그런데도 북한에 할 소리도 못 하며 오히려 지원 방안에만 몰두하고 있다. 북한 매체들이 연일 남측을 향해 “외세의 간섭을 절대 허용하지 말라”고 압박하는 마당에 북한의 노림수에 그대로 놀아나는 게 아니고 무엇인가. 더 큰 문제는 이런 저자세가 북한의 도발 자제를 유도하기는커녕 북한의 군사적 모험주의를 부추기는 결과를 낳는다는 점이다. 북한을 ‘요리’하는데 이렇게 장단이 맞지 않으니 비핵화의 먼 길이 더욱 멀어 보여 가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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