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철 기술경영학 박사

 

최근 들어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의 경쟁력 약화 우려 및 산·학·연 합동의 전반적인 경쟁력 강화 요구가 여기저기서 대두되고 있다. 기존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한계와 4차산업혁명의 도래로 인한 비메모리반도체의 급성장이 예상되면서 기존 메모리반도체 산업에 집중돼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조명하고 발전방향을 제시한 당연한 우려, 혹은 권고라고 볼 수 있다.

비메모리 반도체(non-memory semi-conductor)는 논리와 연산, 제어기능 등을 수행하는 반도체로, 단지 정보를 저장하는 메모리 반도체와는 달리, 디지털화된 전기적 정보를 연산하거나 처리하는 좀 더 고차원적인 반도체로서 시스템 반도체라고도 불린다. 컴퓨터가 연산을 위해 필요한 정보의 저장을 목적으로 하는 D램, S램, ROM 등이 메모리반도체이며, 연산이나 논리작업과 같이 직접 정보처리를 하는 CPU 등 각종 IC칩과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하는 프로세서(AP) 등이 대표적인 비메모리 반도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반도체산업이 대부분 메모리 분야 중심으로 성장하다보니 ‘메모리가 아닌 그 이외의’라는 의미로 ‘비메모리반도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세계반도체 무역통계(WSTS)라는 반도체 조사기구는 작년 세계 반도체 시장규모는 약 4600억 달러(한화로 약 520조원)가량이며, 이 중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약 35%인 180조원이고 나머지 65%가량인 340조원 가량이 비메모리반도체 시장이었다고 분석 발표했다.

우리나라의 메모리 분야 점유율은 삼성, 하이닉스 등 대표적 투 톱을 위시한 사업자들이 대략 60% 가량을 점유하고 있는데 반하여, 비메모리반도체의 경우 미국이 거의 70% 가량을 점유해 상대적으로 큰 격차를 벌이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수출에도 반영돼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의 약 70~80% 가량이 메모리반도체이므로 메모리부문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비메모리 분야에서는 아직까지 강세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이는 늘 지적당하고 있지만 무엇이든지 ‘빨리 빨리’ 성과를 만들려는 우리 국민 특유의 성품과 외적 성장만을 중시해 온 사회적 분위기 탓도 분명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즉 모든 기술의 핵심인 소프트웨어보다는 하드웨어 방면에 치중하여 기술을 발전시킨 것이, 우리나라가 현재 처한 메모리와 비메모리반도체의 불균형을 초래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80년대부터 시작돼 채 40년이 되지 않는 짧은 기간 동안 메모리반도체 강국인 일본, 미국을 완전히 넘어 전 세계를 지배하는 메모리반도체 최강국이 된 것, 그리고 엄청난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을 통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그것이 또 다시 반도체산업 성장의 뿌리를 튼튼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는 중요한 성과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생산적인 측면이 너무 강조되다 보니 하드웨어 쪽 분야의 공정 발전은 눈부시도록 성장했지만 상대적으로 소프트웨어 분야의 성장은 더디었다는 것이 이제 문제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비메모리반도체가 중요한 이유는 부가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이나 자율주행자 등 4차산업 주요 기술에 사용하는 반도체의 경우 연산이나 논리작업과 같은 정보처리가 이루어 져야 하는 센서,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이 필요한 데 이를 위해서는 비메모리 반도체의 사용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비메모리는 설계가 매우 어려워 설계능력이 제품의 성과를 좌우하며, 그 만큼 부가가치가 높고 가격도 비싸다. 현재 정부에서는 비메모리 반도체 산업 증진 및 수출 활성화를 위하여, 5G 상용화에 대비한 차세대 지능형반도체 연구개발을 신속히 지원하고,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과 관련된 차세대 지능형반도체 연구개발에는 가능한 빠른 시기에 예산을 확보하여, 약 1조 5천억 규모로 지원하는 등 IT강국의 위상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겠다는 강한 의지와 계획을 발표하였다. 현 시점에서 매우 적절하고 당연한 조치이다. 

반도체뿐만 아니라 타 산업에서도 경쟁력 우위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디자인 등 원천기술의 확보가 매우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기초과학 분야 강화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 비메모리반도체의 사례가 이를 입증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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