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회담 놓고 ‘핑퐁게임’

청와대 “제안 취지 안맞아”

5당회담 성사 여부 불투명

박지원 “요구 수용” 권고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자유한국당이 여야 5당 대표 청와대 회담을 고리로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문 대통령이 여야 5당 대표가 모두 참여하는 회담을 제안한 데 대해 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일대일 회담’을 역제안하며 청와대로 다시 공을 넘겼다. 이 제안에 대해 청와대가 다시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양측 간 ‘핑퐁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청와대는 황 대표의 일대일 회담 제안에 대해 당초 회담 제안 취지와 맞지 않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2주년을 하루 앞둔 9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KBS 특집 대담 프로그램 '대통령에게 묻는다'에서 송현정 KBS 정치 전문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2주년을 하루 앞둔 9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KBS 특집 대담 프로그램 '대통령에게 묻는다'에서 송현정 KBS 정치 전문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청와대는 5당 대표가 모두 모이는 회담 성사를 우선적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12일 알려졌다. 한국당 대표와만 일대일 회담을 하는 것은 “여야가 다 같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으자”는 문 대통령의 당초 제안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황 대표를 상대로 5당 대표 회담 성사를 계속 설득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일대일 회담의 경우 5당 대표 회담 이후에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취임 2주년 대담에서 여야 지도부 회담을 공개 제안한 데 이어 10일 여야 5당 지도부에 회담 가능성을 타진했다.

문 대통령이 여야 5당에 회담을 제안한 것은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갈등 등으로 꼬인 정국을 풀 실마리를 찾기 위한 방책으로 풀이된다. 한국당의 장외투쟁으로 갈등의 골이 커지고, 국회가 올스톱된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다.

문 대통령의 회담 제안에 대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은 회담 수용 의사를 밝혔지만, 황 대표는 일대일 회담을 역제안하며 제동을 걸었다.

[천지일보=정다준 기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STOP(멈춤), 국민이 심판합니다!’ 3차 집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5.4
[천지일보=정다준 기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STOP(멈춤), 국민이 심판합니다!’ 3차 집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5.4

그러나 청와대 역시 일대일 회담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보이면서 5당 대표 회담 성사조차 전망하기 어려운 상태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황 대표의 일대일 회담 제안을 수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문 대통령에게 황 대표와의 단독면담 요구를 수용하라는 권고를 했다. 그는 “황 대표와 배석자 없이 만나서 설득되면 되는대로,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국민들께 황 대표가 직접 발표하라 하시면 된다”고 했다.

한국당을 제외한 다른 야당과 민주당은 황 대표의 일대일 회담 제안에 대해 회담 자체를 무산시키려는 의도라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

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황교안 대표의 태도는 과거 양당 체제에서나 할 법한 권위적인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다른 야당은 안중에도 없는 독단이며 대권병의 일단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이종철 대변인은 서면 논평을 통해 “아무 조건 없이 회담을 열어 국민의 불안과 고통에 답해야 한다”며 “황 대표는 일대일 방식을 주장하며 몽니를 부리지 말고 조건 없이 회담에 응하라”고 말했다. 평화당 박주현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황 대표의 일대일 방식 주장은 다른 정당을 인정하지 않는 오만하고 독선적인 사고이자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 한국당은 대통령과 정당 대표 간 깊이 있는 대화가 이뤄지려면 일대일 회담이 필요하며 이는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황 대표는 대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당별로 일대일로 만나면 되지 않느냐. 그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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