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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화 여지 열어둬

文 대화재개 구상 힘 더해

北 식량 지원해 대화 유도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최근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신뢰 위반’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비핵화 대화 재개 구상에 힘을 더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에 인도적 식량 지원을 추진하면서 대화 물꼬를 트기 위한 설득작업에 돌입했지만 북한은 생색내기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 인터뷰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단거리이고 전혀 신뢰 위반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언젠가는 신뢰 위반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아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문 대통령의 비핵화 대화 재개를 위한 구상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4일 북한이 방사포와 신형 유도무기 발사 이후 문 대통령은 7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를 통해 북한의 도발에 대한 의미 확대를 막아섰다. 그 대신 문 대통령은 대북 대화를 위해 ‘대북 식량 지원’을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올해 첫 도발에 대해 화를 냈다는 전언이 있었지만, 문 대통령과의 통화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하지만 북한은 이틀 뒤인 지난 9일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며 또다시 도발을 감행했다. 이에 인도적 차원의 대북 식량 지원을 바탕으로 대북 대화 재개에 나서려는 문 대통령의 구상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이어졌던 남북 및 북미 대화가 물거품이 되고 한반도에 다시 긴장이 고조될 위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신뢰한다’는 발언은 문 대통령의 대북 식량 지원을 통한 대화 재개 노력에 힘을 더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미국 입장에서도 애써 일궈놓은 대화의 판을 깨지 않겠다는 뜻이다.

지난 9일 방한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이 협상으로 복귀할 수 있는 문은 여전히 열려 있다”고 밝힌 것도 대화 재개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우리 정부는 대북 식량 지원이 북한을 비핵화 대화로 다시 이끌 수 있는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미국에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대북 식량 지원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문제에서 벗어난 말치레와 생색내기”라며 비난에 나서면서 문 대통령의 대화 재개 구상에 또 다른 복병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남선전매체 ‘메아리’는 12일 ‘북남선언 이행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제목의 글에서 “선언 이행의 근본적인 문제들을 뒷전에 밀어놓고 ‘인도주의’라며 공허한 말치레와 생색내기를 하는 것은 북남관계의 새 역사를 쓰려는 겨레의 지향과 염원에 대한 우롱”이라고 했다. 북한은 남북선언으로 추진하는 일에 인도주의라는 표현도 쓰지 말고 미국의 눈치를 보지 말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를 언급하며 우회적으로 유엔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두 차례의 도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달래기와 문 대통령의 대북 인도지원을 매개로 한 북한과 대화 재개 행보가 이어지고 있지만 대북 대화가 다시 이뤄질지 미지수다.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로 추정되는 전술유도무기. (출처=뉴시스)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로 추정되는 전술유도무기. (출처=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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