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0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총연합회를 예방해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출처: 뉴시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0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총연합회를 예방해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출처: 뉴시스)

백종국 교수 “한국 개신교 정교유착, 일부 몰지각한 집단 행태”

한기총 관계자 “폐쇄 청원 법리적 검토 들어갔지만 상관 없다”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전광훈 목사)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세력화에 나서자 한국교회 내에서는 정교유착 행위라며 냉소를 띤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기총은 명색이 연합단체이지 사실 몇몇 목사들의 이익집단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있다. 문체부에 접수된 진보 개신교계의 한기총 폐쇄 청원서는 현재 법리적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한기총은 한국교회가 현실정치에 당연히 참여해야 한다며 교인들의 지지를 요구하고 있다. 또 한기총이 폐쇄되더라도 내년 4.15 총선을 위한 정치참여는 막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경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백종국 명예교수는 기독교윤리실천운동에 기고한 글을 통해 “한기총이 선을 넘었다”고 지적했다.

백종국 교수는 “한국 개신교의 정교유착 행위는 소위 연합단체로 부르는 일부 몰지각한 집단들의 행태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며 “명색이 연합단체이지 사실 한기총과 같은 단체들은 몇몇 목사들의 이익집단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한기총이 3일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전국 253개 지역연합 결성대회’를 갖고 지역위원장 지원서를 받았다. 한기총 증경대표회장들이 전광훈 목사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5.3
한기총이 3일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전국 253개 지역연합 결성대회’를 갖고 지역위원장 지원서를 받았다. 한기총 증경대표회장들이 전광훈 목사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5.3

◆“한기총 정치행태, 전근대적 국교제 가까워”

백 교수의 지적처럼 한기총이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대표성을 갖고 있느냐를 지적하는 논란은 2012년 한기총이 분열된 이후 계속되고 있다. 한기총은 교세로 항상 1200만명을 주장한다. 이 숫자는 어디에서 나왔을까.

한국 개신교 숫자는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기준 967만명이다. 한기총이 주장하는 1200만명은 개신교 자체 집계로 가장 숫자가 많았던 때를 기준으로 삼는다. 일례로 2006년 한기총은 일간지에 5만교회, 63개 교단, 22개 단체를 회원으로 하고 있으며 산하 교인 수가 1200만명에 이른다고 소개했다. 즉 한기총은 가장 교세가 컸던 때 한국교회를 대표를 자처해서 활동했고, 지금도 여전히 자신들이 한국교회를 대표한다고 강조하는 셈이다.

그러나 실상 교세로 따지면 현재는 소수 대형교단을 제외한 70여개 회원교단들은 군소교단에 지나지 않는다. 이미 대형교단들이 빠져나가 한국교회연합(한교연),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을 만들었고, 그 이전에 이미 진보성향 연합기구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있었다.

백 교수는 “민주성을 담아내지 못하는 대표권 구조가 이러한 필연을 낳고 있다”며 “당회-노회-총회-연합회의 계층을 따라 올라가면서 점점 더 노쇠하고 정치적인 남자 목사들의 주도권이 강화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한국 개신교의 연합단체들은 한국 개신교 교인들 중에서 가장 노쇠하고 보수적이고 정치적인 남자 목사들의 놀이터가 되고 있다”고 한국교회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꼬집었다.

또 백 교수는 “한기총의 정치행태는 전근대적 국교제에 가까운 정교유착 행위라 할 수 있다”며 “특정한 정당의 특정한 지도자를 지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정당의 의석수가 가지는 의미까지도 논평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일례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한기총을 방문했을 때 전광훈 대표회장이 황교안 대표를 지지하며 내년 4월 총선에서 200석을 얻을 수 있도록 축복한다고 말한 내용을 들었다.

백 교수는 이러한 정교유착이 개신교 내부의 반발을 일으키고 공직선거법이 금지하는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백 교수는 기독교를 바탕으로 한 정당이 출현하는 이유를 세 가지로 분석했다. 먼저 정치체제의 민주화와 1인2표제 선택이다. 1인2표제로 소선거구제 하에서는 가망이 없었던 군소정당의 원내진출 꿈을 정당투표라는 방법을 이룰 수도 이겠다는 희망을 갖게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다음은 자신들이 장악하고 있는 권력 자원에 대한 목사들의 각성이다. 마지막은 진보세력의 등장에 대한 공포다. 백 교수는 “이들은 극우적 세력이 조성한 반공 히스테리에 휩쓸리고 있었다”며 “단순히 60대 이상의 보수적 정치목사들이라는 집단성을 뛰어넘어 새로 등장한 민주정부를 흔들고 사회불안을 조성하는 세력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기총이 3일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전국 253개 지역연합 결성대회’를 갖고 지역위원장 지원서를 받았다. 이날 결성대회의 참석자들은 주로 목회자들이었다. 목회자들이 기도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5.3
한기총이 3일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전국 253개 지역연합 결성대회’를 갖고 지역위원장 지원서를 받았다. 이날 결성대회의 참석자들은 주로 목회자들이었다. 목회자들이 기도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5.3

◆ 한기총 “공산주의 좌익, 한국교회 파괴”

한기총은 현 문재인 정권으로 대한민국이 사회주의국가로 바꿔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서실장 이은재 목사는 최근 자료를 통해 “한국교회는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 한미동맹으로 대한민국의 안전과 번영을 위해 당연히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며 “문재인 정권에서 자유민주주의 헌법이 훼손되고 시장경제가 정부로부터 지배 또는 간섭을 받아 자본가와 대기업이 정부와 시민의 적이 돼 감시 대상이 되는 사회주의 국가로 바꿔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날 공산주의 교육을 받은 좌익들이 한국교회를 파괴하기 위해 기독교를 ‘개독교’로 부르고 목사를 ‘먹사’로 부르며, 교회파괴운동을 하고 있는 시점에서 당연히 복음과 교회의 위상을 지키기 위해 현실정치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 목사는 더 나아가 “한국교회는 사회주의자 또는 공산주의로부터의 한국교회 파괴운동에 정치적 역랑을 다해 대처해나갈 것”이라며 “복음전파와 한국교회를 지키기 위해 1200만 성도들의 정치참여를 호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목사는 “기독자유당은 국회 입성 기반을 갖고 있다”며 “동성애‧이슬람‧차별금지법을 반대하지 않는 의원은 이에 동조하는 의원으로 보고 낙선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장담하기도 했다.

또 이 목사는 최근 평화나무 등 진보 개신교계가 문화체육관광부에 접수한 한기총 설립 취소 청원 문건과 관련해 “현재 법리적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 상관없다. 한기총이 폐쇄되면 전부 기독자유당으로 흡수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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