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조규일 진주시장이 지난 9일 진주시청 2층 시민홀에서 ‘정신질환 관리와 사회적 안전망확보를 위한 입법과제’를 주제로 한 전문가 토론회에서 기조발언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5.12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조규일 진주시장이 지난 9일 진주시청 2층 시민홀에서 ‘정신질환 관리와 사회적 안전망확보를 위한 입법과제’를 주제로 한 전문가 토론회에서 기조발언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5.12

연구원·교수·전문의 등 전문가 참여

“사법체계-보건의료체계 간 협력돼야”

개정된 외래치료지원 실효성 “의문”

“정신질환 출소자 관리 법안 필요해”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진주 안인득 아파트 방화·살인사건’ 재발 방지를 위해 교수, 정신과 전문의 등 각계 전문가들이 지난 9일 진주시청에서 머리를 맞댔다.

토론회는 ‘정신질환 관리와 사회적 안전망확보를 위한 입법과제’라는 주제로 법·의학 분야 전문가들을 초청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기조발언을 맡은 자유한국당 김재경 의원은 “이번 참사와 같은 정신질환자 사건·사고는 처음 있었던 일은 아니다”며 “정신질환자에 대한 강제 입원 등 제도들은 우리 주변에 있지만 인권보호 부분과 상충되는 문제가 있다. 또 범죄가 발생하면 사후처벌 위주로 대응하는 등 현행법으로 범죄를 막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경찰이 환자를 관리한다 해도 24시간 지켜보고 있을 수는 없다”며 “정신질환이 중범죄로 이어지고 재범률이 매우 높은 현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사전관리·재범방지 위주의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조규일 진주시장은 “범죄가 제로면 좋겠지만 완전무결한 사회는 없다. 일어난 일이니 신속하게 수습해야 하고, 또 따뜻한 마음이 함께하면 그 충격에서 빠르게 회복할 것이라 믿는다”며 “각 기관과의 연계를 통한 정신질환자 관리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토론회 발제는 안성훈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과 정도희 경상대 교수가 맡아 형법적 측면과 정신법적 측면에서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안 연구위원은 “이번 참사로 우리 마음은 아프지만 사고는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무관심 속에서 잊혀왔다”며 “이번에도 정신장애범죄자에 대한 관리·감독이 무관심 속에 소극적으로 이뤄진다면 앞으로도 유사한 범죄는 되풀이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법·의학 분야 전문가들이 지난 9일 진주시청 2층 시민홀에서 ‘정신질환 관리와 사회적 안전망확보를 위한 입법과제’라는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천지일보 2019.5.12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법·의학 분야 전문가들이 지난 9일 진주시청 2층 시민홀에서 ‘정신질환 관리와 사회적 안전망확보를 위한 입법과제’라는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천지일보 2019.5.12

이날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정신장애인의 범죄는 지난 2012년 5428명, 2014년 6301명, 2016년 8343명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해 2016년은 2012년 대비 53.7% 증가했다. 전체 범죄 검거인원이 1.8% 증가한 것에 비해 그 증가 폭이 현저하게 크게 나타났다.

또 대검찰청에 따르면 살인 범행 사건에 정신장애가 있는 비율은 2015년 7.5%, 2016년 7.9%, 2017년 8.5%로 늘고 있다. 또 묻지마 범행으로 불리는 우발적 살인사건은 2015년 37.7%(401건), 2016년 38.8%(403건), 2017년 41.9%(428건)로 매년 비중이 늘고 있다.

안 연구위원은 “정신장애범죄자들은 형사사법 처우대상이자 정신보건의료 처우대상이지만, 그 어느 쪽에도 자리 잡지 못한 채 떠넘겨지며 배척당하고 있다”며 “이 두 분야가 유기적·체계적으로 시행될 때 이들의 원활한 치료·관리와 사회복귀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날 발제를 통해 ▲형사사법체계와 정신보건의료체계의 협력 부재 개선 ▲정신질환자 출소자 정신감정의무화 법안 마련 ▲출소 시 지역기관 통지 의무화 규정 마련 ▲최장 3년의 보호관찰기한 폐지 ▲최장 21년의 시설수용기한 폐지 등의 방안을 제안했다.

이어 정도희 경상대학교 법학과 교수가 발제에 나섰다.

정 교수는 “조현병 환자가 자신을 치료하던 의사를 살해하기도, 가족을 죽이기도 한다”며 “시민들은 이들을 영구 격리하기를 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무조건 격리한다면 중증질환자들은 더 숨게 되고, 치료기회를 놓쳐 이들을 양산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발표한 경찰청과 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기준 정신장애자 범죄 총 8792건 중 기소유예는 2842건으로 유예율은 약 32%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범죄건수 기소유예율인 약 17%보다 두배 가까이 높다. 정 교수는 이 결과를 통해 정신장애자 범죄의 경우 재판에 부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경향이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23일 오전 10시 아파트 방화·살인 사건으로 숨진 희생자 4명의 합동 영결식이 거행되고 있는 가운데 김창룡 경남지방경찰청장, 이희석 진주경찰서장, 조규일 진주시장, 자유한국당 박대출 의원 등이 고인의 영정 앞에 절을 올리고 있다.지난 17일 경남 진주 가좌동 아파트에 거주하는 안인득(42)은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르고 대피하는 이웃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러 5명이 숨지고 15명이 다친 바 있다. ⓒ천지일보 2019.4.23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23일 오전 10시 아파트 방화·살인 사건으로 숨진 희생자 4명의 합동 영결식이 거행되고 있는 가운데 김창룡 경남지방경찰청장, 이희석 진주경찰서장, 조규일 진주시장, 자유한국당 박대출 의원 등이 고인의 영정 앞에 절을 올리고 있다.지난 17일 경남 진주 가좌동 아파트에 거주하는 안인득(42)은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르고 대피하는 이웃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러 5명이 숨지고 15명이 다친 바 있다. ⓒ천지일보 2019.4.23

그는 발제를 통해 치료감호법상 치료명령제와 정신보건복지법상 외래치료명령제를 주목했다. 외래치료명령제는 지난달 23일 일부 개정돼 ‘외래치료지원’으로 명칭이 바뀌어 오는 2020년 4월 24일 시행 예정이다.

정 교수는 “개정에 의하면 자·타해 위험이 있으면 보호자의 동의를 받지 않아도 치료를 받을 수 있다”며 “가족이 정신질환자를 보호할 것이라는 신뢰를 전제로 보호자로 인정하지만 이익이 대립되는 경우 등 그 지위를 부여하기 어려운 상황도 있다. 법이 보호자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지만 가족이라고 해서 모두가 그 의무를 잘 이행할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자·타해 ‘위험’이 있는 것으로 인정되면 입원이 가능한데, 위험을 어떠한 기준으로 판단할지가 문제”라며 “위험에 대한 정의는 매우 추상적이기 때문에 개정 전이나 후나 이러한 위험이 있다고 해서 입원을 강제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지 의문”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또 “현행 규정에서 ‘명령’이라는 명칭을 삭제하고 일부 개정하는 것만으로 정신질환자의 자유를 박탈한다는 지적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이날 발제를 통해 ▲정신질환자·정신장애인·정신장애범죄자 등 현행법 용어통일 ▲사전진술지침서를 통한 정신질환자의 동의 문제 보완 ▲치료지원 신청 주체의 확대 ▲지원과 명령 사이 법원의 중립적인 판단 등 외래치료명령제의 개선 방안을 제안했다.

이어 서미경 경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한성훈 국제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김혁돈 가야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이동윤 창원경상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토론을 펼쳤다.

서 교수는 정신질환으로 인한 범죄는 감시·통제와 더불어 보호·돌봄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19일 오후 진주경찰서 앞에서 진주 방화·살인사건 피의자 안인득(42)이 신상공개 결정 후 처음으로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안씨는 지난 17일 경남 진주 소재 아파트 내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른 뒤 대피하는 주민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러 사상자가 20명 발생했다.경찰은 지난 18일 오후 신상공개위원회를 열고 구속된 피의자 안인득(42)의 실명, 나이, 얼굴 등 신상을 공개하기로 했다.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 피해가 발생한 이번 참사에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다고 봤기 때문.한편 지난 18일 오후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은 증거 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방화·살인 등 혐의를 받는 안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 ⓒ천지일보 2019.4.19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19일 오후 진주경찰서 앞에서 진주 방화·살인사건 피의자 안인득(42)이 신상공개 결정 후 처음으로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안씨는 지난 17일 경남 진주 소재 아파트 내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른 뒤 대피하는 주민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러 사상자가 20명 발생했다. ⓒ천지일보 2019.4.19

한 교수는 정신질환자의 경우 사리분별력과 자기통제능력이 떨어지므로 치료와 보호가 필요하지만, 환자 등록에 있어서는 강행규정으로 다뤄야 한다고 발언했다.

김 교수는 정신질환자들의 범죄 진입 전 예방책 마련과 사회 내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경찰의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했다.

이 전문의는 정신건강증진센터의 고유 목적에 비추어 한계점을 제시했다.

그는 “현재의 센터 체계만으로는 치료감호소·교도소 퇴소자에 대한 관리를 다 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사회복귀 단계의 정신건강관리 담당 기관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요구했다.

이어 “치료감호소·정신병원을 퇴소·퇴원하더라도 지역사회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문제점이 많다”며 “도·시 등 지방자치단체에 정신건강 전담조직을 설치하고 정신재활시설과 응급보호시설 등 기반시설을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17일 진주시 가좌동 아파트에 거주하는 안인득(42)은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르고 대피하는 이웃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러 5명이 숨지고 15명이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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