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연합뉴스) 예산안 날치기 통과 후폭풍이 계속되고있는 가운데 13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안상수 대표가 굳은표정으로 앉고 있다.

한나라당 ‘자성론’ 수면 위로… 민본21 “반성부터 하자”

[천지일보=송범석 기자] 내년도 예산안 강행처리 후 책임론에 휘둘리던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가 다시 안정을 찾아가는 분위기다. 한나라당 내부 움직임을 놓고 볼 때 ‘책임론’보다는 ‘자성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기 때문.

한나라당 개혁성향파 의원들 모임인 ‘민본21’ 소속 권영진 의원은 15일 “예산 파동에 따른 지도부 책임보다는 우리부터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의원은 “여당 내에서 지도부에 대한 책임공방을 하는 것은 ‘미꾸라지 정치’”라며 “누구에게 책임을 떠넘길 것이 아니라 반성할 것은 철저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간 민본21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 당론에 연연하지 않고 소신 있는 의견을 개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따라서 책임론과 자성론이 동시에 나오는 현재 시점에 표출된 권 의원의 발언은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당 지도부로서는 민본21 등에서 나온 자성론으로 일단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이와 함께 얼마 전 치른 전당대회를 또 치를 수 없다는 부담감도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를 비롯해 지도부가 사퇴를 하면 피로감이 어마어마한 전당대회를 한 번 더 거쳐야 하고 그 혼란의 여파로 자칫하면 야권에 정국 주도권이 넘어갈 수도 있다는 우려다. 이렇게 되면 내년 재보선은 물론 총선과 대선에도 좋지 않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어서, 지도부 사퇴를 외치는 목소리가 잦아들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책임론은 들어갔지만 안 대표의 당내 영향력이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현 지도부가 ‘허수아비’가 될 가능성은 더 커졌다. ‘보온병 포탄’ 등 각종 설화에 시달린 안 대표는 이번 예산안 강행처리로 직격탄을 맞은데다 특별히 안 대표를 지지하겠다고 나서는 세력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안 대표에게 상황이 좋지 않게 돌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기회는 있다. 내년 4월 전국적으로 실시될 재보선은 안 대표의 역량을 평가받는 자리가 될 것이다. 정당 입장에서는 예산안만큼 선거가 중요하므로 좋은 성적을 거두기만 한다면 지도력 부족이라는 해묵은 숙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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