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출처: 내셔널가톨릭리포터)
프란치스코 교황. (출처: 내셔널가톨릭리포터)

성적 비리 보고의무 법 제정
“내년 6월까지 시스템 구축”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세계 곳곳에서 가톨릭 성직자의 아동 성학대 사건과 각종 성폭력 은폐 문제가 대두돼 논란이 된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를 대처할 새로운 교회법을 발표했다.

교황은 9일(현지시간) 성추문 문제에 대한 단호한 대처 의지를 다시금 분명히 하며, 교황 자발교령을 반포해 전 세계 모든 신부와 수녀들에게 사제의 성적 유린 행위와 고위층에 의한 이의 은폐 시도를 교회 본부에 보고할 것을 요구했다.

교회 법제는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호를 마련하고 있다. 모든 교구는 이 같은 신고가 기밀로 접수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또 피고발 대상자가 주교나 추기경 등 고위급일 때 적용할 초기 조사 절차를 구체화했다.

또 법제에는 전 세계 41만 5000명의 사제와 66만 수녀들에게 성적 비리 의혹을 반드시 보고하도록 하는 의무를 지고 있다. 사제와 수녀가 미성년자를 성적으로 착취 유린하거나 성인과 성적 비행을 하고, 아동 포르노를 소지하는 등의 사실을 인지 혹은 그렇다고 믿을 깊은 동기가 있으면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황은 이번 자발교령을 통해 전 세계 모든 교구에 내년 6월까지 성직자들이 아동이나 성인, 같은 종교인을 상대로 저지른 성적 학대를 손쉽게 보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명령했다.

그러나 고해 성사를 통해 알게 된 의혹은 의무적 보고 대상에서 제외되며, 이런 사실이나 의심을 경찰에 보고하는 것을 의무화하지는 않았다.

이에 교회가 성 학대 가해자들과 성 학대 의혹을 받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피해자 단체의 요구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교황은 사제들이 과거 아동을 상대로 저지른 성학대 문제가 미국을 비롯해 칠레, 호주, 독일 등 서구 사회 곳곳에서 속속 드러나며 가톨릭교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지난 2월 하순 교황청으로 각국 천주교 최고 의결 기구인 주교회의 의장들을 소집해 미성년자 보호를 위한 회의를 열고, 이 문제의 근절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

한편 가톨릭 성직자의 아동 성추행 문제는 지난 2002년 보스턴글로브 신문이 미국 보스턴의 한 신부가 100명 이상을 학대했다고 보도하면서 불거졌다.

칠레에서는 지난 1969년 이후부터 자행된 아동 성학대 연루 혐의로 평신도를 포함한 주교와 사제 등 총 167명이 사법 당국의 수사 선상에 오르는 일이 있었다. 이로 인해 지난해 5월 칠레 주교단 34명 전원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유례없는 집단 사표를 제출해 파문이 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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