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8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다고 밝혔다. 임기를 불과 40여일 남겨 놓은 시점이다. 이로써 바른미래당을 사실상 붕괴 국면으로 몰고 갔던 당내 갈등이 다소 진정되고 당이 화합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지난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뉴스의 초점이 되긴 했지만 아직 국민의 눈에는 다소 낯선 정치인이다. 그러나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공수처 신설과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어느 누구보다 동분서주했던 제3정당의 원내대표였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와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오가며 얼마나 많은 대화와 협의를 가졌겠는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또 얼마나 많은 아픔과 좌절을 겪었을 것이며 때로는 분노감도 치밀어 올랐을 것이다. 모르긴 해도 눈물 없이는 볼 수 없었던 장면도 많았을 것이다.

그 와중에 바른미래당은 사분오열된 모습만 드러냈다. 특히 제3정당에게는 너무도 유리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조차 반대하는 코미디 같은 일들이 벌어지기도 했다. 중도개혁을 지향한다는 사람들이 ‘공수처 신설’에도 제동을 걸었다. 당을 대표하는 김관영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기는커녕 하는 일마다 발목을 잡는 일들이 비일비재했다. 심지어 패스트트랙 정국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는 말까지 나오면서 사태가 지금에 이른 것이다.

그럼에도 김관영 원내대표의 결단은 명확했다. 손학규 대표와 자신을 흔드는 사람들의 노림수가 당권 장악 뒤 한국당과의 연대나 통합에 있다고 보고 그 의중을 찌르는 역제안을 내놓았다. 내년 총선에 한국당과의 연대나 통합 없이 기호3번을 달고 출마하겠다는 결의를 보여주면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어렵게 일궈온 바른미래당의 ‘제3지대 정치’를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신념의 소산이며 그 길에 함께 한다면 원내대표직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자신을 던져 당을 구하고 이로써 대의를 따르는 ‘큰 정치’의 길을 보여 준 것이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여야4당이 국민 앞에 합의한 약속을 끝까지 지켜냈다. 그 때문에 원내대표직을 중도 사퇴하는 일까지 벌어졌지만 김 원내대표는 바른미래당의 미래와 국민 편에서 싸운 것이다. 심지어 원내대표직을 사퇴하는 그 순간까지 ‘눈물로 쓴 기호3번’의 의미를 재확인하며 자신을 던졌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전투구와 ‘막장정치’가 판을 치는 지금의 정치판에서 김관영 원내대표가 보여준 ‘큰 정치의 길’은 그래서 더 빛난다. 오늘의 김관영보다 내일의 김관영이 더 기대되는 대목이다. 조용하면서도 강했던 그의 깊은 고뇌와 높은 가치를 통해 한국정치의 희망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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