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일이면 불기 2563년 부처님오신날, 사월초파일이다. 불교의 개조인 석가모니(釋迦牟尼)의 탄생일이다. 2월 8일 석가출가일(出家日), 2월 15일 열반일, 12월 8일 성도일을 합쳐 불교의 4대 명절 중 가장 큰 날이 초파일이다. 초파일에는 연등행사(燃燈行事)와 관등(觀燈)놀이를 중심으로 하는 갖가지 행사가 벌어진다. 고려시대에 본격화된 초파일 연등행사는 지혜와 광명을 밝힌다는 신앙적 의미가 부각돼 점차 중시됐고 오늘에 이르고 있다. 등을 밝히는 것이 곧 연등이고, 연등을 보면서 마음을 밝히는 것을 간등(看燈) 또는 관등(觀燈)이라고 한다. 초파일이면 그래서 전국 사찰마다 연등이 빼곡히 걸린다. 연등에 걸린 소원을 보면, 사업 잘 되고, 좋은 대학가고, 가족 건강 등 세상에서 잘 먹고 잘 살고픈 소원이 가득히 적혀 있다. 연등의 위치와 모양에 따라 연등 하나에 수만원에서 수천만원에 달한다.

석가모니는 속세를 떠나 생로병사의 답을 얻고자 했던 성인이다. 그러나 오늘날 불자들은 속세에서 복을 얻고자 연등을 걸고 있으니 아이러니다. 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무소유를 가르치면서 불자들의 바람을 돈벌이에 이용하는 사찰의 모습이다. 이번에 본지 기자가 대략 확인한 바로는 조계사에 걸린 연등 수입만 약 18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많이 내면 많이 복을 받는 것처럼 비용에 따라 걸리는 위치도 모양도 다르다.

석가모니가 이런 모습을 보면 과연 달가워할까. 그러나 이미 이런 모습이 익숙해져서인지 지적하는 이들도 찾기 어렵다. 부처님오신날이 이처럼 사찰 대목으로 변질됐다면, 교회는 교회세습과 목회자 비리가 가득한 범죄 집단으로 타락한지 오래다. 宗敎(종교)의 뜻이 으뜸가는 가르침, 하늘의 가르침이지만 정작 땅, 세상의 걱정거리가 돼버린 것이 오늘날 종교의 현실이라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조계사만 18억원어치 연등이 걸렸으니 대한민국 전체 사찰을 따져보면 그 수입은 천문학적 단위가 될 듯싶다. 돈과 종교는 원래 멀리 떨어져 있어야 정상이다. 돈에 취한 종교, 무소유를 가르치면서 소유욕에 불타 있는 종교가 참으로 종교인지 분별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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