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훤 행복플러스연구소 소장 

 

인생이라는 긴 길을 가다보면 벽을 만날 때가 있다. 그 벽이 돈일수도 사람일수도 또 건강일수도 있다. 벽을 만나게 되면 일단 답답하고 힘들다고 느끼게 된다. 어떤 사람들은 벽을 보고 지레 놀라서 도망가기도 하고 넘기를 포기한 채 주저앉아버리기도 한다.
잘 아는 후배 강사 중에 자칭 산전, 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어낸 사람이 있다. 나보다 한참 나이가 적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내공이 있다. 그런데 그 내공은 그 벽들을 두려워하지 않아서 얻어낸 결과다. 
“끝이 벽처럼 보이는 길도 끝까지 가서 보면 옆으로 길이 있을 때가 많아요.”
언젠가 그가 한 말이다. 나도 어떤 때 힘겨운 벽을 만나면 이 말로 힘을 낸다. 반드시 현재의 위치에서는 안 보이는 길이 벽을 끝에 다다랐을 때 보일거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러한 믿음 때문인지 지금까지 만난 벽들을 잘 이겨왔다. 물론 필자도 막다른 골목을 만난 적이 있다. 그랬을 때 위로가 된 시 한 편을 공유하고자 한다. 도종환 선생님의 <담쟁이>라는 시이다.

<담쟁이>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잎 하나는 담쟁이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이 담쟁이라는 시는 막다른 길에서 내게 길을 가르쳐 주었다. 가끔은 자연에게서 배우고, 가끔은 사람에게서 배우며, 가끔은 책에서 배운다. 그렇게 우리의 인생은 조금씩 더 깊어가는 것이다. 도종환 시인도 벽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이 담쟁이가 보였을까? 이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담쟁이로부터 이렇게 심오한 인생의 진리를 배울 수 있었을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살면서 가장 기쁘고 행복한 일은 모르던 것을 깨닫고, 그것을 바탕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아무리 절망처럼 보이는 벽도 해결하고자 하는 마음을 포기하지 않을 때 어떤 식으로든 길을 내어준다. 아니 길을 찾을 수 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길을 찾고 넘어서는 고비고비마다 또 다른 성장이 있고 또 다른 행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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