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과 나경원의 훈훈한 첫만남… 국회 정상화엔 ‘신경전’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새로운 원내 사령탑에 오른 이인영 신임 원내대표가 9일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만나 국회 정상화 방안을 타진했다.

이날 원내대표로서 첫 공식 업무에 돌입한 이인영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나경원 원내대표와 상견례를 겸한 만남을 갖고 국회 정상화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첫 만남은 훈훈한 분위기였다. 이 원내대표를 반갑게 맞이한 나 원내대표는 “제가 사실 함부로 이야기하면 당선의 유불리 문제가 있을까봐 말씀을 안 드렸는데, 세 분(민주당 원내대표 후보로 출마했던 이인영, 노웅래, 김태년) 중에선 (이 원내대표를) 제가 가장 가깝게 느끼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 원내대표는 “(이 원내대표가) 말 잘 듣는 원내대표 되겠다고 했는데, 설마 청와대의 말 잘 듣겠다는 것은 아니겠지 하는 생각을 했다”며 “아마 국민의 말씀 잘 듣고 하면 (야당과) 같이 할 수 있는 면적과 폭이 넓어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우리를 국정 파트너로 생각하는 부분이 좀더 확대됐으면 하는 생각이 있다”며 “앞으로 국민들이 원하는 국회를 만들어가는 쪽으로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원내대표는 “야당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며 “경청의 협치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말해 몸을 낮췄다.

그는 “편하게 인사를 나눴으면 좋겠는데, 실제 민생이 어렵고 산불이라든가 지진이라든가 국회가 반드시 정성을 쏟아야 하는 일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5월 임시국회라도 열어서 빠르게 국회 본연의 모습을 회복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원내대표는 “5.18도 다가오는데 우리가 국회에서 법을 개정해서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점도 좀 고려해 달라”며 “어떤 말씀이든지 주면 허심탄회하게 대화 나누고 방법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 원내대표의 국회 정상화 제안에 “국민을 위한 국회가 된다면 제가 밥 잘사주는 예쁜 누나가 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곧바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문제를 거론하며 거리를 뒀다. 그는 “우리가 패스트트랙을 태우지 말라는 이야기만 했다고, (민주당) 전임 원내대표가 말했는데, 제가 패스트트랙 하지 말고 이러 이러한 것을 하자고 핸드폰에 직접 입력해서 평화의 컨센서스 하자고 한 적이 있었다”며 “이 부분에 대해선 우리가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고 했다. 나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을 태우기까지 제도에 대해 어떤 게 국민을 위한 것이냐를 진지하게 생각했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많이 있지만, 방법론에 있어 차이가 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선거제·개혁 법안 패스트트랙 정국 이후 민주당과 한국당 원내대표가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저지에 실패하자 전국을 돌며 순회집회를 하는 등 고강도 장외투쟁에 나선 상태다. 이에 따라 국회가 마비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국 정상화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은 패스트트랙 문제다. 한국당이 패스트트랙 철회와 사과를 국회 정상화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가 올스톱되면서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심사와 각종 민생법안 처리 역시 기약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