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단 출범 40여일 만에 소환
김학의 “조사 성실히 임할 것”
과거 두 차례 조사 모두 무혐의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성범죄·뇌물수수 의혹을 받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9일 검찰에 출석해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김 전 차관이 해당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건 5년 만이다.
김 전 차관은 이날 오전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 (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이 꾸려진 서울동부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김학의 수사단’이 출범한 뒤 40여일 만에 첫 소환이고, 지난 2013년 11월 비공개로 관련 조사를 받은 이후론 5년 6개월 만에 조사다.
이날 오전 10시쯤 동부지검에 모습을 드러낸 김 전 차관은 ‘동영상 속 남성이 본인인가’ ‘건설업자 윤중천씨와 무슨 관계인가’ 등 취재진의 질문에 반응하지 않고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만 짧게 답했다. 그리곤 곧장 청사 안으로 향했다.
김 전 차관은 지난 2005~2012년 건설업자 윤중천씨로부터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받았다는 혐의가 있다. 또 윤씨로부터 강원 원주 소재 별장 등에서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과 특정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의혹을 동시에 받는다.
검찰은 김 전 차관을 상대로 성접대와 금품 등 뇌물을 받았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케물을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검찰은 의혹의 핵심 인물인 건설업자 윤중천(58)씨를 함께 소환해 김 전 차관과 대질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검찰 조사 과정에서 윤씨 측은 “윤씨 신병을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으면 김 전 차관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실제 윤씨는 지난달 26일 별장 동영상으로 불리는 영상의 촬영자가 자신이며, 동영상 속 남성이 김 전 차관이라는 사실을 시인했다. 다만 해당 영상이 성범죄 의혹을 입증할 명확한 증거는 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원본에 가까운 동영상 파일을 확보했고, 분석 결과 2007년에 촬영된 것으로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 과정에서 여성 한명과 남성 두명이 등장하는 사진을 새로이 입수했다. 동영상 속 여성이 자신이라며 성폭력 피해를 주장한 A씨는 사진 속 여성도 본인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2006~2008년 김 전 차관과 윤씨에게 여러 차례에 걸쳐 성폭행을 당했고, 2008년 1~2월쯤 원주 별장과 서울 역삼동 자택에서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성관계 영상이 촬영됐다며 2014년 검찰에 두 사람을 특수강간 혐의로 고소한 바 있다.
또 윤씨는 검찰에 “2007년쯤 김 전 차관이 목동 재개발 사업을 도와주겠다며 사업이 잘 풀리면 집을 싸게 달라고 요구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김 전 차관이 검사장으로 승진한 2007년 승진 청탁이 이뤄진 데 성의 표시를 하라는 뜻으로 몇백만원이 담긴 돈 봉투를 건넸다” “김 전 차관은 2008년 별장에 걸려 있던 서양화 한 점을 가져갔다” 등의 진술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차관은 지난 2013년 3월 윤씨로부터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일자 임명 6일 만에 법무부 차관 직을 내려놓았다.
당시 경찰은 김 전 차관을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은 피해 주장 여성들의 진술이 신빙성이 부족하다며 두 차례나 김 전 차관을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은 1차 조사 땐 김 전 차관을 한차례 비공개 소환 조사했고, 2차 수사에선 직접 조사도 없었다.
올해 3월 들어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가 다시 김 전 차관에 대한 수사를 권고하면서 수사단이 출범, 본격적인 재수사가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