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수정 기자] 7일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에서 이석환(85, 남)씨의 집 내부에 있는 커피포트가 먼지로 덮여 있는 모습이다. ⓒ천지일보 2019.5.9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8일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에서 이석환(85, 남)씨의 집 내부에 있는 커피포트가 먼지로 덮여 있는 모습이다. ⓒ천지일보 2019.5.9

‘자기방임’ 사회적 문제로 떠올라

4년간 고독사 증가율 80% 달해

“제도·타인관심·본인 노력 함께”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아무 의욕도 없고 밥 먹는 것도 귀찮아 죽겠어, 살 만치 살았잖아 이렇게 살다가 가는 거지 뭐.”

지난 8일 오후 2시께 찾아간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의 한 가구, 올해 76세가 된 변순이(76, 여)씨는 기자와의 대화에서 이같이 말하며 씁쓸한 듯 미소를 지었다. 약 1.5평의 그의 작은 방, 햇볕이 잘 들지 않아서인지 방은 전체적으로 눅눅했고, 벽에는 여지없이 곰팡이가 슬어있었다.

변씨는 17세의 어린 나이에 홀로 상경해 식당 등에서 일을 하면서 생계를 이어왔다고 힘없는 목소리로 지난날을 되짚었다. 과거를 회상하는 그의 얼굴에 짙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반려자도 없이 혼자 살아오면서 끼니도 잘 챙겨먹지 못하다 보니 몸 상태는 급속히 악화됐다. 최근엔 알레르기 증상 등으로 건강이 악화됐지만, 치료받을 의욕조차 생기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작년까지 갔던 복지관도 요즘 들어 그냥 가기 싫어서 가지 않는다”며 “시야도 흐릿하고, 피부도 가려운데도 병원에 가긴 싫다. 그냥 죽을 날만 기다리면서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에서 거주하고 있는 이석환(85, 남)씨가 방 안에 있는 텔레비전을 시청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5.9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에서 거주하고 있는 이석환(85, 남)씨가 방 안에 있는 텔레비전을 시청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5.9

같은 시각, 인근에선 혼자 의자에 앉아있던 이석환(85, 남)씨를 만날 수 있었다. 악수하며 쥔 그의 손은 겨울이 지난 지 한참 됐는데도 터 있었고, 말투는 잘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어눌했다. 혼자 있는 이유를 물어보니 주위 이웃들과 교류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의 유일한 낙은 종묘에서 중고로 산 작은 텔레비전으로 연속극 등을 보는 것이다.

이씨는 허공을 응시하며 “혼자 지낸 지 25년째, 마누라도 죽고 자식도 연락이 끊겼다”고 말했다. “이렇게 살다가 가면 가는 것 아니겠냐”며 “이제는 혼자 있는 것이 편하다”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왠지 모를 쓸쓸함이 느껴졌다.

고령인구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홀로 살고 있는 소외계층 노인들이 늘고 있는 등 노인 문제도 심화되고 있다. 최근엔 노인 스스로가 자기를 방치하는 일명 ‘자기방임’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자기방임이란 노인 스스로가 의식주 제공 및 의료처치 등의 최소한 자기보호 관련 행위를 의도적으로 포기하는 것을 말한다. 자기방임은 노인 방임의 종류 중 하나에 속한다.

보건복지부의 노인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홀몸 노인 사이에서 자기방임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2016년 기준 학대 피해 노인 단독가구는 1140건으로 이 가운데 ‘자기방임’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무연고 노인들의 사망자가 해가 갈수록 늘어가고 있는 추세다. (출처 : 연합뉴스)
무연고 노인들의 사망자가 해가 갈수록 늘어가고 있는 추세다. (출처 : 연합뉴스)

문제는 자기방임에 처한 노인들이 자살과 고독사로 내몰릴 수 있다는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고독사는 매년 증가 추세다. 특히 사망자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은 2013년 464명, 2014년 538명, 2015년 661명, 2016년 746명, 지난해 835명으로 증가했다. 4년간 증가율은 80%에 달했다.

황진수 한성대 교수는 정신적인 문제가 자기방임 문제에 대해 큰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스템적 부분도 뒷받침이 돼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타인의 관심과 자기 스스로 살아가려는 의지를 가지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황 교수는 “자기방임 문제에 대해선 한마디로 말할 수는 없지만 정신적인 문제가 가장 크다”면서 “독거노인들의 피해망상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생각이 주원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스스로가 의지를 가지고 자기를 돌봐야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아울러 노인인권기관등의 전문가들에 의한 상담이 부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 교수는 “서울시에서 독거노인들을 직접 찾아가고 상대해주는 ‘찾동(찾아가는 동사무소)’이라는 제도를 시행 중”이라며 “이런 제도와 함께 가족과 친구 간의 관계를 맺음으로써 노인분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게 예방의 시작이다.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것은 본인의 노력”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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