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유류세 인하 폭 축소 이튿날에 접어든 8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 유가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천지일보 2019.5.8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유류세 인하 폭 축소 이튿날에 접어든 8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 유가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천지일보 2019.5.8

서울 휘발유 ℓ당 1600원 돌파

“유류비만 하루 평균 18만원”

건설경기침체·물가인상 지적도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순수 기름값으로 수입의 35~40%가 빠져나갑니다. 덤프트럭만 아니라 모든 화물트럭은 기름값 상승에 직격탄을 맞아요. 제1순위로 소비되는 것이 기름이니까요. 기름값 올라가면 힘든 게 당연하죠….”

유류세 인하 폭 축소 이튿날에 접어든 8일 서울 용산구 한 건설현장에서 만난 덤프트럭 기사 노대건(가명, 57, 남)씨는 기름값 인상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34년째 덤프트럭 기사로 일하고 있다는 노씨를 비롯해 차량운전자들은 기름값 상승에 대한 부담감을 호소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서비스인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서울의 보통 휘발유 평균 가격은 ℓ(리터)당 1605원으로 전날(1596원)보다 9원 상승했다. 유류세 인하 폭이 15%에서 7%로 축소되기 전인 지난 6일(1565원)보다는 40원 급상승했다.

서울 휘발유 가격이 1600원을 돌파한 것은 지난해 11월 28일 이후 5개월여만에 처음이다. 또한 경유의 평균 가격도 서울을 기준으로 ℓ당 1472원으로, 지난 6일(1443원)보다 29원 올랐다.

전날 기획재정부는 유류세 인하 폭 축소의 여파로 휘발유는 ℓ당 65원, 경유는 46원, 액화석유가스(LPG)부탄은 16원씩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7일부터 7%인 유류세 인하는 오는 9월 완전히 종료될 예정이라 운전자들의 부담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유류세 인하 폭 축소 이튿날에 접어든 8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 유가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천지일보 2019.5.8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유류세 인하 폭 축소 이튿날에 접어든 8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 유가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천지일보 2019.5.8

노씨는 “공사장 위치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보통 하루에 경유 120~130ℓ를 사용한다. ℓ당 1400원을 잡아도 돈으로 계산하면 16만 8000원에서 18만 2000원 정도”라며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게다가 서울 도심은 보다시피 경유가 1700원대”라며 “일부러 도시 외곽으로 나가서 기름을 넣고 온다. 거기는 경유가 평균 1400원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1400원대에서 더 올라가면 정말 어려워진다. 더 이상 올라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노씨와 같은 건설현장에서 만난 레미콘 기사인 최형식(가명, 40대, 남)씨는 “한번 운행할 때마다 기름을 25ℓ씩 사용하는데 그걸 돈으로 따지면 3만원 정도다. 하지만 이제 기름값이 올라 4만원이 든다”면서 “기름 100ℓ를 넣는 비용이 12만원에서 15만원으로 올라갔다. 하루 3~4번은 운행하니까 순수 기름값으로만 매일 15만원씩 들어간다”고 토로했다.

건설현장 인근에서 트럭에 마늘을 싣고 이동하며 판매하는 한 상인은 기름값 인상과 관련해 묻자, 차가운 목소리로 “이야기하면 입만 아프다. 기름값은 오르고 생활은 힘들고 나아지는 게 하나도 없다. 말하면 뭐가 달라지냐”고 반문하며 취재를 거부했다.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유류세 인하 폭 축소 이튿날에 접어든 8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 앞 도로에 레미콘 차량이 비상등을 켜고 서 있다. ⓒ천지일보 2019.5.8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유류세 인하 폭 축소 이튿날에 접어든 8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 앞 도로에 레미콘 차량이 비상등을 켜고 서 있다. ⓒ천지일보 2019.5.8

한편 기름값 상승에 대한 지적과 더불어 건설 경기 침체와 물가 인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노씨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 나를 비롯해 주변 사람들의 기대감이 아주 높았는데 지금 보면 건설 경기가 너무 어렵다”며 “이렇게까지 어려워질 줄은 몰랐다”고 했다.

그는 “건설 경기를 살려야 경제가 살아난다”면서 “여기만 봐도 건물 하나를 짓기 위해서 온갖 자재가 다 들어간다. 그러니 이 일을 통해서 먹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노씨는 물가 인상과 관련해선 “예전에 식당을 가면 소주가격이 4000원이었는데 이제 5000원씩 받는다고 한다”며 “음식값도 올랐다. 예전에는 4000~5000원하던 제일 저렴한 백반을 이젠 6000원씩 받는다. 식비 부담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같은 현장의 레미콘 기사인 김태영(가명, 30대, 남)씨는 “물가는 계속 올라가는데 수입은 좀처럼 오르지 않으니 생활하기가 점점 힘들어진다”며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운반비가 똑같다. 물가가 올라가는 만큼 운반비도 함께 올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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