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어버이날인 8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제47회 서울시 어버이날 기념식’에 참석한 어르신 가슴에 카네이션이 달려 있다. ⓒ천지일보 2019.5.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어버이날인 8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제47회 서울시 어버이날 기념식’에 참석한 어르신 가슴에 카네이션이 달려 있다. ⓒ천지일보 2019.5.8

1900년대 美어머니날에서 시작
韓 1956년 어머니날로 시작돼
아버지 반발 1973년 어버이날로
대부분 國, 어머니·아버지날 따로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낳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를 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하늘아래 그 무엇이 넓다 하리요… 어머님의 사랑은 그지없어라.”

5월 8일은 어버이날이다. 어버이날 하면 대표적으로 불리는 노래지만 가사 어디에도 아버지에 대한 내용은 없다.

우리나라 어버이날은 언제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에도 어버이날을 기념하는 나라가 있을까. 동방예의지국이라 불리는 한국이지만, 우리나라의 어버이날은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의 어머니날에서 시작됐다.

1900년대 초 미국에 사는 한 여성이 돌아가신 어머니를 추모하기 위해 교회에서 흰 카네이션을 교인들에게 나누어 줬다. 안나의 어머니는 교회 학교 선생님으로, 부모가 없는 아이들을 보살피는 훌륭한 인품의 소유자였다. 그런데 어느 날 어머니가 병으로 인해 갑자기 세상을 떠나고 만다. 안나는 자신의 집 앞뜰에 핀 하얀 카네이션을 꺾어 어머니 영전에 바쳤다. 그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도 카네이션으로 어머니를 추모하며 기렸다. 어버이날 달아드리는 카네이션은 여기서 비롯됐다. 카네이션의 꽃말은 ‘사랑’ ‘감사’ ‘존경’이다.

어머니를 기리는 안나의 행동은 사람들의 공감을 샀다.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며 1908년 처음으로 ‘어머니날’을 제정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마침내 1914년 미국 제28대 대통령 토머스 우드로 윌슨이 5월 둘째 주 일요일을 어머니의 날로 정하면서부터 정식 기념일이 됐다. 아버지의 날은 6월 셋째 주 일요일에 기념했다.

우리나라에 처음 어버이날이 생긴 것은 1956년이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어머니의 날’로 지정됐다. 이후 ‘어머니의 날은 있는데 왜 아버지의 날은 없냐’는 아버지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정부는 이러한 의견을 받아들여 1973년 어머니의 날을 어버이날로 변경하게 됐다. 이때부터 어버이날은 5월 8일로 정하고 공식 기념일을 삼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어버이날인 8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제47회 서울시 어버이날 기념식’에 참석한 어르신 가슴에 카네이션이 달려 있다. ⓒ천지일보 2019.5.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어버이날인 8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제47회 서울시 어버이날 기념식’에 참석한 어르신 가슴에 카네이션이 달려 있다. ⓒ천지일보 2019.5.8

◆대다수 나라, 어머니날 아버지날 따로

많은 나라에서는 어머니날만 기념하고 일부 국가는 아버지날을 별도로 지정해 기념한다. 특정일을 어버이날로 지정해서 한꺼번에 기념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한 셈이다. 그러나 그 의미를 담은 어머니날, 아버지날은 여러 나라에서 기념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일본, 중국, 독일, 터키, 케냐 등은 5월 둘째 주 일요일이 어머니의 날, 6월 셋째 주 일요일을 아버지의 날로 정했다.

미국은 어머니의 날에 온 가족이 어머니를 대신해서 아침상을 준비하거나, 또 집안일을 도맡아 한다. 지금은 카네이션을 선물하기보다 어머니가 좋아하는 꽃을 선물하는 쪽으로 점점 바뀌고 있다고 한다.

가까운 나라 일본은 미국과 같이 5월 둘째 주 일요일(어머니의 날)과 6월 셋째 주 일요일(아버지의 날)로 지키고 있다. 어머니의 날엔 붉은색 카네이션을, 아버지의 날에는 장미를 선물하는 풍습이 있다. 전병이나 양갱, 화과자나 와인, 위스키 등 간단한 선물을 한다.

중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카네이션이 아닌 ‘원추리’ 꽃을 선물한다. 원추리의 꽃말은 어진 어미로서, 당태종이 어머니의 사랑을 기리며 심은 꽃이라는 전설에서 비롯됐다.

태국의 어머니의 날은 왕비의 생일이다. 이날에는 모두 파란색 옷을 입고 카네이션 대신 재스민 꽃을 선물한다. 순결함을 뜻하는 하얀 재스민이 어머니의 사랑과 같다고 해서 생긴 전통이다.

그리스의 어머니의 날은 독특하다. 1월 8일을 어머니 날로 정한 그리스는 국가 자체가 남아선호사상이 강한 국가다. 남자들은 거의 살림에 손을 대지 않는다. 하지만 1월 8일인 어머니의 날이 되면 남자들이 집에서 아이를 보고, 빨래와 청소 등 집안일을 맡아서 한다. 어머니의 날은 여자들이 휴식을 취하고 밖으로 나가 자신만의 시간을 즐긴다고 한다. 저녁 전까지 남자들은 거리에 나와선 안 되며, 집 안에만 있어야 한다는 색다른 문화가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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