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정수 기자] 어버이날인 8일 서울 중구 남대문 꽃 도매시장에서 한 상인이 카네이션 화분을 주문제작 하고있다.ⓒ천지일보 2019.5.8
[천지일보=김정수 기자] 어버이날인 8일 서울 중구 남대문 꽃 도매시장에서 한 상인이 카네이션 화분을 주문제작 하고있다.ⓒ천지일보 2019.5.8

“특별한 선물대신 용돈”

부모도 용돈을 더 선호

[천지일보=김정수 기자] “어버이날이라고 특별하게 무엇을 챙기기보단 저녁을 같이 먹으며 시간을 함께 보내려 하고 있어요. 괜한 돈을 들이는 것보다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게 더 효도라고 생각해요.”

8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아름(가명, 32, 여)씨는 어버이날에 부모에게 어떤 일을 할지 묻자 이렇게 말했다.

어버이날을 맞아 찾은 남대문시장의 꽃 도매 시장은 각양각색의 카네이션이 진열돼 있었다. 도매상인들은 카네이션 화분 제작에 여념이 없었다. 하지만 카네이션을 구매하거나 살피기 위해 발걸음을 멈추는 이들을 보기 어려웠다.

꽃 도매시장에서 만난 이수진(가명, 26, 여, 대구)씨는 “안 그래도 어버이날이 코앞이라 무엇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도 어버이날인데 카네이션을 드려야 할 것 같아 도매시장에 왔다”고 말했다.

이씨는 “직접 내려가서 (꽃을) 드릴까도 생각했지만, KTX로 한번 왔다 갔다하면 10만원은 깨지다보니 가격이 부담된다”며 “이 때문에 선뜻 가기도 어려워 차라리 그 비용으로 용돈이라도 보내드릴까하는 생각도 한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삶이 팍팍해지면서 어버이날 풍속도도 점차 바뀌고 있다. 선물을 주는 자녀들뿐만 아니라 부모들도 특별한 무언가를 원치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꽃을 판매하고 있는 이태근(가명, 65, 남, 용산구 한남동)씨는 “우리 자식들도 카네이션 선물보다 용돈을 쥐어주거나 외식 시켜주고 헤어진다”며 “집도 가까워 자녀들을 자주 본다. 그래서 어버이날이라고 돈 많이 들여서 특별한 하루를 보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집들을 볼 때 가정이 어려운 경우 만나는 것도 부담이 돼 서로 불편해서 안 만나려고 하는 부분도 있는 거 같다”이라고 덧붙였다.

[천지일보=김정수 기자] 어버이날인 8일 서울 중구 남대문 꽃 도매시장에서 한 상인이 카네이션 화분을 주문제작 하고있다. ⓒ천지일보 2019.5.8
[천지일보=김정수 기자] 어버이날인 8일 서울 중구 남대문 꽃 도매시장에서 한 상인이 카네이션 화분을 주문제작 하고있다. ⓒ천지일보 2019.5.8

노점을 하는 이순자(73, 여)씨는 “자녀들이 집에 오면 선물보다 용돈을 주고 간다. 요즘 물가도 올랐으니 선물을 사주는 것보다 돈으로 주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래도 돈을 받으면 자녀들이 타지에서 열심히 일했다는 것 같아 뿌듯하다. 나중에 손자가 오면 그 돈으로 용돈으로 줄 수 있어 좋고, 아꼈다가 나중에 원하는 걸 살 수도 있으니 일석이조”라고 설명했다.

이씨는 “먹고 사는 것이 바쁘다보니 자녀들을 생각할 여유가 없다. 또 요즘에는 각자의 생활도 있으니 자녀들에게 너무 의지하고 의존해서는 안 되지 않나”며 “그저 나름대로 즐겁게 사는 것이 현명한 일”이라고 호쾌하게 웃었다.

어버이날 선물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이도 있었다. 최희자(가명, 78. 여, 은평구 가현동)씨는 “어버이날을 챙겨달라고 하는 건 그저 자식들과 시간을 같이 보내거나 서로의 안부를 묻고 싶은 것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경기도일자리재단에 따르면 일자리플랫폼 ‘잡아바’ 회원 6379명이 참가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86.1%가 5개 가정의 달 기념일 중 어버이날을 가장 부담스러운 날로 선택했다.

그 이유로는 선물과 용돈 등 경제적 지출(63.7%), 선물과 인사를 챙겨야 한다는 부담감(23.2%) 등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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