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신창원 기자] 검찰이 삼성 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 그룹 차원의 조직적인 증거인멸 작업이 진행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분식회계 자료와 내부 보고서를 삭제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삼성바이오에피스 상무 양모 씨, 부장 이모 씨를 상대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들어갔다. 사진은 29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삼성 바이오에피스.ⓒ천지일보 2019.4.29
[천지일보=신창원 기자] 검찰이 삼성 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 그룹 차원의 조직적인 증거인멸 작업이 진행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분식회계 자료와 내부 보고서를 삭제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삼성바이오에피스 상무 양모 씨, 부장 이모 씨를 상대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들어갔다. 사진은 29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삼성 바이오에피스. ⓒ천지일보 2019.4.29

그룹 차원 증거인멸 개입 발견

‘VIP·미전실·합병’ 등 자료 삭제

회사공장 바닥에 증거자료 숨겨

[천지일보=정다준 기자] 삼성이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고의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그룹 차원으로 증거인멸에 개입한 정황이 발견됐다. 또한 삼성바이오 공장 바닥에서 은닉했던 다수의 서버와 노트북, 서버에 있는 저장장치 등 증거자료를 확보함에 따라 수사가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왔다. 이와 함께 대법원판결을 앞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다시 한번 포토라인에 서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

8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삼성바이오 직원 A씨에게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7일 밝혔다. 아울러 압수수색 영장을 가지고 삼성바이오 공장 바닥마루에 전기배선을 보관하는 작은 공간을 뜯어 그 위를 덮는 방식으로 숨겨두고 은닉한 다수의 서버와 노트북, 서버에 있는 저장장치 등 증거자료를 확보했다.

보안 실무담당 직원인 A씨는 삼성바이오의 공용서버를 은닉하고 직원들의 컴퓨터나 휴대전화에 담긴 관련 자료를 삭제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검찰은 해당 서버의 소재를 파악 중이다.

A씨는 조사 과정에서 자료 삭제 등의 사실을 인정했으며 윗선 지시를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검찰은 최근 삼성 문건 조작 혐의로 삼성바이오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 임직원 2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삼성물산 합병 및 분식회계와 관련해 문제가 될 수 있는 회계자료나 내부보고서 등을 삭제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핸드폰과 컴퓨터 등에서 이재용 부회장을 뜻하는 ‘JY’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칭하는 ‘VIP’, 미래전략실을 뜻하는 ‘미전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뜻하는 ‘합병’ 등의 단어를 검색해 관련 자료를 삭제했다는 것이다. 에피스 내에서 삭제를 주도한 양모 상무는 2012년까지 삼성전자 신사업추진단에서 근무한 인물이다.

검찰은 증거인멸이 그룹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고 수사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에피스 임직원 2명 외에도 증거인멸 작업에 삼성 미래전략실의 후신인 삼성전자 사업지원TF의 백모 상무와 소속 직원들, 고한승 에피스 대표까지 검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검찰은 신용평가회사가 삼성이 원하는 대로 콜옵션 관련 의견서를 조작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앞서 참여연대 등은 삼성이 제일모직과 옛 삼성물산의 합병 당시 이 콜옵션을 부채로 잡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숨겨왔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합병 당시 콜옵션이 부채로 잡혔으면 삼성바이오의 모회사인 제일모직 가치가 떨어지게 되고 합병 과정에서 제일모직 주식을 많이 보유했던 이재용 부회장에게 불리한 합병 비율이 나오기 때문에 숨겼다는 것이다.

수사를 벌인 검찰은 2012년 작성된 삼성 내부 문건에 에피스의 가치를 외부 기관으로부터 평가받은 내용이 포함된 것을 확보했다. 에피스의 가치를 당시 평가할 수 없었다던 삼성 주장과는 달랐다.

이에 가장 혜택을 본 사람은 이재용 부회장으로 보인다. 에피스의 콜옵션 부채가 적용되지 않았기에 제일모직과 옛 삼성물산의 합병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이뤄졌다는 것이다.

검찰은 삭제된 자료를 복원해 수사를 윗선까지 이어갈 예정이다.

이번 수사를 통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제일모직의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의 가치를 고의로 높여 이재용 부회장에게 유리한 합병 비율을 적용했다는 혐의가 입증될 경우 이재용 부회장도 수사대상으로 올라 포토라인에 오르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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