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형 원소와 유표를 함께 쳐부수자는 원술의 밀서를 받은 손견은 분연히 일어나 전쟁 준비를 마쳤다. 측근 정보와 아우 손정이 군사를 일으키는 것은 이롭지 않다고 했으나 손견은 그 말을 듣지 않고 아들 책과 모든 장수를 거느리고 양양성 번성으로 향했다. 배와 배의 연이은 길이가 백 리에 뻗쳤다.

손견의 전함이 한강 어귀로 오르자 유표의 장수 황조는 궁노수를 강변에 매복했다가 전함이 강변 어귀에 닿자 1만 쇠뇌를 한꺼번에 쏘아 붙였다. 손견은 모든 전함에 전령을 내렸다.

“군사들은 절대로 배 밖으로 나가지 마라. 전함 속에서 엎드려 노를 저어 적을 유혹시켜라.”

손견의 전선은 군령에 의해 군사들은 몸을 밖으로 내놓지 않으면서 강상으로 오르기를 연 3일 동안이나 노력했다. 황조의 군사들은 손견의 전함이 나타나기만 하면 화살을 쏘았다. 손견은 다시 군령을 내렸다.

“배 안에 떨어진 쇠뇌와 화살들은 버리지 말고 모두 거두어라.”

손견의 전함들은 날마다 비같이 쏟아지는 살과 쇠뇌를 갑판에 주워 모았다. 얻는 떡이 두레 반이나 됐다. 공으로 얻은 화살이 10만여개나 됐다.

황조의 진에서는 연 3일 동안 화살을 쏘고 나니 적의 군사는 한 명도 맞히지 못하고 10만여개의 화살만 탕진해서 화살이 모두 바닥나 버렸다. 그때 손견이 공격 명령을 내렸다. “닻을 빼고 돛을 올려서 얻은 화살로 일제히 적을 쏘면서 상륙을 감행하라!”

때마침 순풍이 일어나 물결은 잔잔하고 배는 미끄러지는 듯 달려 나갔다. 화살도 순풍을 따라 기운차게 날았다. 강변에 있던 황조의 군사들은 낭패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제 손으로 적을 향해 쏘아 붙인 화살이 되돌아와서 제 목숨을 끊었다. 군사들이 죽고 상하는 수가 헤아릴 수 없었다. 황조는 남은 군사들을 데리고 급히 달아나 버렸다.

손견의 군사들은 함성을 지르며 상륙을 했다. 정보, 황개는 두 길로 나누어 황조의 배후를 습격하고 한당은 대군을 독려해 지름길로 공세를 취하니 황조는 더 지탱할 수가 없었다. 황망히 번성을 버리고 등성으로 달아나 버렸다.

손견은 황개로 전함을 지키게 한 뒤 스스로 대군을 거느리고 등성을 향해 추격을 했다. 손견이 등성까지 다가오자 황조는 들판으로 나와 진을 쳐 응전을 하고, 손견도 황조의 진을 응해 전세를 배열하니 진문 앞에는 손책이 아버지 손견을 모시어 갑옷을 입고 투구를 쓰고 창을 들어 말을 타고 있었다.

황조는 손견과 손책이 진문에 서 있는 것을 바라보자 두 장수에게 출전을 명했다.

한 장수는 강하 사람 장호요, 한 장수는 양양 사람 진생이었다. 황조는 두 장수에게 출전 명령을 한 뒤에 채찍을 높이 들어 손견을 꾸짖었다.

“강동의 쥐 같은 도적이 어찌 감히 한실 종친의 고을을 침범하느냐?”

황조의 말이 떨어지자 장호는 손견의 진 앞으로 말을 달려 창을 휘두르며 싸움을 돋우었다. 손견의 진에서는 한당이 말을 달려 나왔다. 손견의 장수 한당과 유표의 아장 장호는 서로 말을 달려 교전한 30여 합에 장호의 칼 쓰는 동작이 점점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이 모양을 본 진생이 말을 달려 장호를 도와 한당에게 덤벼들었다. 소년 장군 손책이 아버지 손견 옆에서 진생이 나오는 것을 보자 활을 들어 살을 시위에 메긴 뒤 힘껏 당겨 살을 놓았다. 살은 단숨에 날아 사정없이 진생의 명문을 보기 좋게 맞혀 버렸다. 진생은 뜻밖에 날아오는 손책의 화살에 맞자 외마디 소리를 지르면서 말 아래로 떨어져 버렸다. 장호는 진생이 말 아래로 굴러 떨어지자 당황해 어찌할 바를 몰랐다.

한당은 민첩하게 장호의 허겁한 모양을 놓치지 않았다. 번쩍 칼을 들어 그의 머리를 내리쳤다. 장호의 골이 뻐개지면서 뇌대는 터져서 반 동강으로 땅에 떨어져 버렸다. 그 광경을 지켜본 정보는 말을 앞으로 놓아 황조를 잡으려 했다. 황조는 급했다. 말에서 뛰어내려 투구를 벗어 버리고 보병 속으로 뛰어 들어가 병사들 속에 섞여서 도망을 쳐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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