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현 정부 들어 불교계와 정치권의 관계가 극도로 악화되고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지난 2008년 여름 조계종을 비롯한 27개 불교종단이 헌법수호를 외치며 이명박 정부를 규탄하는 범불교도대회를 시작으로 불교계가 현 정부에 대해 ‘종교차별’ 정책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불만을 제기하고 나섰다.

올해 초 불거진 봉은사 직영사찰 문제가 정치권에 의한 외압설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며 불교계와 정치권이 한 바탕 홍역을 치렀다. 최근에는 팔공산 불교테마공원과 봉은사 땅밟기 등의 문제가 종교 간 갈등으로 번지며 기독교와 불교계의 마찰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는 추세이다.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난 8일 정부여당이 새해 예산안을 단독 처리하는 과정에서 불교 문화지원예산인 템플스테이 예산을 지난해보다 60여억 원 삭감한 122여억 원만을 책정한 것이다. 이는 마치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꼴이 돼버리고 말았다.

다음날 조계종은 성명을 통해 “현 정부를 더 이상 믿을 수 없다”고 성토하며 4대강사업 반대 및 종교편향 정책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정부·여당과의 절교를 선언하는 전국사찰 산문폐쇄조치를 내려 정치권을 압박했다.

조계종 화쟁위원회 위원장 도법스님은 불교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일을 단순히 돈 몇 푼 때문에 일어난 사건으로 보는 것은 큰 오산”이라며 “마치 돈 몇 푼 때문에 발생한 일처럼 대하는 태도는 그야말로 더 오만하고 어리석은 태도”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13일 조계종 대변인 원담스님을 기자회견 자리에서 “현 정부 임기 동안 템플스테이 예산 지원을 전면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여기서 “불교계가 템플스테이 예산 축소만을 문제삼는 것으로 인식하는 정부·여당의 행태가 불교계를 더욱 분노하게 한다”라며 추가예산 지원이 어떤 방식이든 단호히 거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불교계가 왜 현 정부를 믿지 못하겠다고 선언했는지 사회구성원뿐 아니라 종교계도 곰곰이 생각을 해야 하지 않아 싶다. 대한성공회 김광준 신부는 이명박 정부와 불교계의 불편한 관계에 대해 “MB정부와 불교계의 갈등의 핵심은 뉴라이트이다. 그 핵은 기독교 우파”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는 결국 “교회 정치화”가 불교계를 자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헌법은 정교분리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한국교회는 이번 사태를 강 넘어 불 보듯 바라볼 것이 아니라 개신교 성직자가 한 진심어린 충언의 말을 다시금 깊이 되뇌어 자성하는 계기를 삼아야 한다. 사회인들에게 이번 사태가 개신교계와 불교계와의 전쟁으로 비치지 않게 종교계는 대화의 노력을 끊임없이 경주해야 할 것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